6화부터 말씀드릴 내용은 인턴뿐만 아니라 1년 차 신입사원에게도 적용되는 회사생활 꿀팁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회사생활을 모범적으로 잘해서 이런 글을 쓰느냐? 그건 아닙니다. 제가 인턴을 하면서 만났던 일잘러 주니어들의 특징을 살펴보니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그 공통점을 모아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질문만 많이 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
대학교에 있을 때 질문을 자주 하셨나요? 일단 저는 아니었습니다. 교실에 들어가면 일단 뒷자리 쪽에 앉았어요. 교수의 눈길이 직접 닿지 않는, 그렇다고 칠판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지 않는, 그런 어중간한 자리 말이죠. 수업은 열심히 따라갔지만, 공개적으로 질문은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질문하면 수업이 늦게 끝나지 않을까, 괜히 눈치를 본 거죠.
그런데 어떤 학생들이 교수의 사랑을 받았는지는 압니다. 혹시 그 학생들이 어디에 앉는지 기억나시나요? 제일 앞자리입니다. 또, 적극적으로 질문해요. 가끔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것도 같은데, 듣다 보면 꽤 날카로운 질문도 있습니다.
인턴과 주니어 생활에서는 이렇게 교실 앞에 앉은 학생처럼 행동해야 합니다.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매사에 궁금증이 많아야 해요.
질문의 역할
질문을 하면 좋은 점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기로 상사와 격차를 줄인다는 것입니다. 회사에 처음 들어가면, 우리는 병아리가 됩니다. 대학교 때는 기껏 해봐야 대학교 1학년과 4학년의 차이잖아요? 정말 많이 차이나도 6년 정도 입니다. 그리고 6년 차이끼리는 서로 교실에서 만날 일도 없어요. 그런데 회사는 다릅니다. N년차 선배 사수가 수두룩하고요, 10년·20년 경력의 차장, 부장, 팀장, 임원이 있어요. 대학생이 초등학생과 이야기하는 거죠.
그럼 그 어마어마한 세월과 지식의 차이를 좁히는 수단은 무엇일까요? 자기 계발? 공부? 그것도 맞습니다만, 정답은 질문입니다. 질문을 많이 할수록 상사와 주니어의 격차가 줄어들어요.
가령, 상사가 A라는 일을 시켰다고 가정해볼게요. 상사는 팀 전체의 일을 보면서 일은 맡긴 거예요. 그런데 인턴(주니어)은 A라는 일 자체에 몰두합니다. 그 일이 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전체적으로 보지 못해요. 그러다 보면, 엉뚱하게 일이 흘러가곤 합니다. "어? 내가 말한 건 이게 아닌데..."라는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요.
이럴 때 질문이 필요합니다. 관점의 차이를 좁혀서 일치시키는 거예요.
관점의 차이를 좁히는 질문
그럼 어떤 질문을 할 수 있을까요?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 상사: A라는 업무를 해주시겠어요?
- 주니어: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 업무가 나중에 어떻게 쓰일까요?
- 상사: (의도 설명)
- 주니어: 답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 의도가 있었군요.
(잠시 후) 그럼, A 업무를 이렇게 진행하고자 하는 데 괜찮을까요?
- 상사: 음.. 그렇게 진행하는 것보다는 이런 방향으로 한번 해보시겠어요?
- 주니어: 네! 감사합니다. 피드백 주신 내용을 바탕으로 조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이 업무가 나중에 어떻게 쓰일까요?'입니다. 종종 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 걸까라는 의구심이 들 때가 있어요. 특히, 단순 반복되는 일을 할 때 그래요. 허드렛일 등 정말 아르바이트가 할 법한 일도 있죠. 나름 대학교에서 공부 열심히 하고 왔는데, 이런 일을 받으면 허탈해요. 당연한 감정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소한 일도 책임감이 생기면 잘할 수 있습니다. 어떻게 더 개선할 점은 없을지,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찾는 거죠. 그 책임감을 부여하는 질문이 '이 업무가 나중에 어떻게 쓰일까요?'입니다. 주니어가 봤을 때는 몰라요. 이 일을 시킨 상사가 알지. 그래서 물어보는 거예요! 내가 어떤 역할을 해서 팀에게 도움을 주는지 확인하는 거죠. 물론, 정말 사소한 일을 맡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런 일부터 잘 해내야 다음에 더 책임감이 있는 일을 시킨답니다?
두 번째 질문은 'A 업무를 이렇게 진행하고자 하는 데 괜찮을까요?'입니다. 한 마디로 '중간보고'라고 할 수 있어요. A라는 업무가 1부터 10까지 있다면, 2까지 한 다음 먼저 보여주는 거예요. 내가 방향을 잘 잡았는지, 개선할 점은 없는지 먼저 물어보는 거죠. 거기서 피드백을 받으면 나머지 3~8을 해치우는 겁니다. 그리고 다시 보고 드리는 거죠. 이제 마지막 피드백을 받고 최종본을 완성하는 겁니다.
만약 1~10까지 전부 다 해서 보여주면 어떤 말을 들을까요? "이야! 너는 하나를 알면 열을 아는구나! 어떻게 한 번에 알아듣지? 정말 천재군!"이라는 칭찬을 받을까요? 그럴 일이 없겠죠. "아니, 왜 이렇게 했지? 내 말은 그게 아니었어...."로 시작하는 꾸중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럴 확률이 높아요. 그러면 지금까지 했던 일을 엎고 다시 시작하는 불상사가 생깁니다.
자, 이렇게 A라는 업무를 무사히 수행했다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할 수 있어요
- 주니어: 여기, A 업무 완료해서 전달드립니다.
- 상사: 수고하셨어요! 그런데 이 부분을 이렇게 바꿔주시겠어요?
- 주니어: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수정해야 하는지 의도를 여쭤봐도 될까요?
- 상사: 아 그건, 이러이러한 이유가 있어서 그래요.
- 주니어: 대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비슷한 상황이 있다면, 방금 말씀하신 부분을 기억해 두었다가 반영하겠습니다!
일을 보고하면 피드백을 받잖아요? 그 의도를 묻는 질문입니다. 물론, 피드백을 받고 납득이 되면 안 물어봐도 됩니다. 그런데 꽤 많은 경우, 왜 그렇게 고쳐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할 수가 있어요. '나는 이게 더 맞는 것 같은데? 왜 그렇지? 세대차이인가?' 같은 무한 궁금증이 생긴다는 거죠.
이럴 때는 의도를 물어보시면 좋습니다. 그럼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이유를 알게 돼요. '아, 그건 우리 팀장님이 그걸 좋아하셔'처럼 별거 아닌 대답을 들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원인은 알았으니 답답하지는 않아요.
이렇게 받은 피드백은 다음에 비슷한 일을 할 때 반영합니다. 피드백받는 대로 수정은 했는데 그 의도를 모른다면? 다음에 비슷한 일을 할 때 똑같은 피드백 또 들을 수가 있어요. 이런 일이 반복되면 상사가 매우 답답해하겠죠. '하, 저번에 똑같은 걸로 뭐라 했던 것 같은데... 계속 실수가 반복되네?'같은 혼잣말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한편, 피드백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어요.
- 주니어: 여기, A 업무 완료해서 전달드립니다.
- 상사: 수고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주니어: (잠시 후) 혹시 아까 제가 전달드렸던 A 업무요. 혹시 개선할 점은 따로 없었나요?
이럴 때는 피드백을 직접 요청하셔야 합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에서는 상사가 피드백할 여유가 없어요. 하나하나 친절하게 설명해 주느니 그냥 속 편하게 본인이 고치고 넘어갈 때가 있습니다. 오히려 착해서 그런 거예요. 피드백이 잔소리처럼 느껴지지 않을까 걱정할 수도 있고요. 이럴 때는 우리가 먼저 말을 걸어야 합니다. 내가 했던 일은 내 자식이잖아요? 어떻게 잘 처리가 되었는지, 결과물이 어떤지 한번 봐야 하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