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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ㅁㅇㅈ Aug 16. 2019

안식휴가 한 달을 가족이랑 보낸다고?

“안식휴가 나오면 뭐 할 거야?”


우리 회사는 근속 3년마다 안식휴가 한 달이 주어진다. 그래서 이 회사를 다니게 되었을 때 다짐했었다. 가족과 꼭 아일랜드를 갈 거라고. 6년 전 아일랜드에서 1년간 어학연수를 했었다. 쌍둥이 동생과 대학교 엠티 이후 처음으로 오래 떨어지는 일이었다. 타지에서 영어를 쓰는 것보다 동생 그리고 가족과 떨어지는 게 더 어려웠다. 생각보다 힘든 일도 있었지만, 좋은 일이 더 많아 늘 그리웠다.


그리고 아일랜드 구석구석을 가보지 못해서 늘 아쉬웠다. 한국에서 아일랜드까지 경유 1번, 15시간 이상은 걸리는 거리다 보니 연차로 가기엔 부족할 거 같았다. 누군가는 힘들게 받은 안식휴가를 가족과 보내는 것보다 혼자나 친구들과 보내는 게 더 좋지 않으냐 물었다.


내가 1년간 타지에서 가족과 떨어져 지냈음에도 잘 먹고 잘 지낼 수 있었던 건 그곳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매일 안부를 물어오는 동생과 든든하게 지원해주던 엄마, 아빠 그리고 본인도 가고 싶었지만 묵묵히 취업을 택했던 오빠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꼬박 3년을 꿈꿨고 지난 5월 꿈에 그리던 안식 휴가가 나왔다. 아쉽게도 아빠와 오빠는 함께 하지 못하게 됐고, 동생 그리고 엄마와 일정을 맞춰 7월 말에 떠나는 비행기 티켓을 샀다.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실감이 나질 않았다. 오래 꿈꾸던 일이 이뤄진다고 생각하니까 한껏 설레다가도 한순간에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이게 끝남과 동시에 목표를 잃어버린 사람처럼 허무하고 공허해질 것도 같았다.

그래도 오래 바랐던 만큼 분명 값진 일이라는 생각에 휩싸여 비행기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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