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은 내가 봤는데 울기는 시어머니가

by 로엘라

합격소식을 듣고 그다음 주부터 출근이라니. 정신이 아득했다.


제일 먼저 연우의 어린이집 첫 등원 준비. 부족한 물통과 아기 이름이 적힌 고리수건을 새로 샀다. 머리도 예쁘게 잘랐다. 손톱이 너무 길진 않은지 조그마한 손도 야무지게 살폈다. 사실 준비가 안된 건 어린이집 준비물이 아니라 연우의 마음일 텐데. 아이는 3일간의 짧은 적응기간을 마치고 앞으로 하루 10시간씩 낯선 공간에서 지내야 한다. 안쓰러운 마음이 고개를 불쑥 내밀었지만 애써 그 마음을 눌렀다. 일단, 연우를 믿기로 한다.


다음으로 가족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친정엄마와 언니는 면접 때부터 이야기를 했던 터라 다른 여섯 명의 지원자들을 두고 내가 뽑힌 것에 대해 기뻐했다. 그러면서도 언니는 '일하게 되면 넌 나를 존경하게 될 거다'하며 선배 워킹맘으로서 앞으로 얼마나 힘이 들지를 경고했다. 제일 먼저 출근룩 검색을 하며 들뜨기만 했던 마음이 살짝 가라앉았지만 그래도 아무렴 어때 싶었다. 아빠가 옷 사 입으라며 보내준 두둑한 용돈이 내 마음을 둥둥 띄워 올렸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반응은 어머님이었다. 그날이 마침 어머님 생신이라 연우를 무릎에 앉혀두고 영상통화를 걸었다. 어머님은 나의 취업소식을 듣고서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셨다. 하필 영상통화여서 찰나의 표정까지 모두 목격해 버렸는데 진심으로 당황하고 이내 슬픈 표정을 짓고 계셨다. 곧 울 것만 같은 어머님을 보고 당황하고 있을 때 어머님이 꺼낸 첫마디는 ‘미안하다’였다. 그래도 ‘좀 있는 집’에 시집을 왔더라면 어린 아기를 이렇게 일찍 떼어놓고 일하러 가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하셨다.


요즘 다들 이렇게 산다 해도 어머님은 그걸 부모 역할 제대로 못해내는 자신 탓만 하는듯했다. 결국 눈가에 맺힌 눈물방울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콕콕 찍어내며 닦는 모습을 또 보고야 말았다. 첫 번째는 아버님 없이 혼주석 하나만 둔 채 우리 결혼식을 치른 날이었고, 두 번째는 갓 태어난 연우를 신생아실 유리벽 너머로 처음 본 날이었다. 그동안 목격한 세 번의 눈물 모두 아버님의 부재를 그리워하는 것 같아 같이 울고 싶어졌다. 아버지가 계셨으면 이 정도로 못 챙겨주고 살진 않았을 텐데 하면서도 다음번엔 직접 짠 참기름과 올해 농사지은 첫 복숭아를 보내주겠다 하신다.


당신의 아들 어깨에 짊어진 무게를 이제 며느리와 나누게 되었으니 당연히 좋아하실 거라 짐작했다. 내 생각이 한참이나 짧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어머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뭉클한걸 보니 나도 철들려면 한참이나 멀었다. 이 이야기를 남편에게 들려주니, 그는 사실 자신도 남편 능력이 없어 내가 일하게 된 것만 같다며 미안해했다.


모전자전. 남편의 착한 마음이 어머님을 똑 닮았다. 그들을 슬프게 하려고 시작한 일이 아닌데. 사랑하는 사람들의 미안한 마음을 안고 나서는 출근길, 설렘보다 비장함을 가져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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