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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조 Jan 13. 2024

능동적인 일잘러 되기

'다 했다'는게 어딨어?

조금은 꼰대스런 발언일지도 모르겠다. 

"업무에 '다 했다'는 게 어딨어?"



최근 들어 더욱 느끼는 건 업무를 심화시키고 몸집을 키우는 데엔 한도 끝도 없다는 거다. 기획자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경쟁업체나 유사 서비스 벤치마킹, 트렌드 조사, 자사 서비스의 현황 파악, 자사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용자의 의견 취합 등등 하나의 서비스를 디벨롭하는 데에도 수많은 사전 작업들이 존재할 수 있다. 


업무뿐만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도 서비스를 디벨롭하기 위한 기획을 준비한다면 관련 업무 자격증을 딸 수 있다. 스스로 공부하는 것이다. 기획자는 점점 개발자와 친해지고 있다. 개발자는 원리를 개발 언어로 표현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언어 그 자체니까. 그럼 기획자는? 그 언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경력이 많지 않거나 조직 내에서 막내인 경우는 사내 분위기에 따라 능동적이거나 적극적으로 일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조직이 크면 클수록 더욱 그런 것 같다. 필자도 그랬다. 



처음엔 눈치를 많이 봤다. 그럴 수밖에. 배우는데 정신없고 시키는 업무도 이해하지 못해 질문만 많을 때니까. 조금 익숙해지면 시키는 걸 잘하게 된다. 그래도 아직 완전히 손에 익은 게 아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 걸려 시키는 것만 해도 일과가 끝난다. 그러다가 점점 상사와 의논을 하며 일하게 되는 단계가 온다. 아는 것이 적립된 상태이기 때문에 무조건 따르기보다 의견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정도 단계가 되면 오히려 업무가 더 어려워진다. 소위 '알아서 해라'하며 별 설명도 없이 일을 맡게 된다. 그럼 모르는 건 질문보다 직접 발로, 아니 손으로 뛰어야 한다. 관련 히스토리를 직접 찾아보고 최초로 요청한 팀에 정확한 니즈를 파악한다. 개발팀과 디자인팀 등 유관 부서들과의 미팅은 직접 요청하고 모든 내용을 취합하여 본인의 의견까지 담아 팀장에게 보고를 한다. 대부분 이런 프로세스로 할 것이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는 누가 업무를 지시해 주면 그것만 하는 게 편한 인간 유형이다. 잔소리를 해도 좋으니 업무 지시가 정확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상반된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한 번은, '이런 것까진 보고하지 않아도 괜찮겠지?'라고 생각했다가 왜 물어보기 전엔 얘기를 안 해주냐는 역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당시 팀장님은 팔로우업 하는 팀원이 너무 많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까지 보태는 꼴이 되고 싶지 않아 사소한 것들은 보고하지 않고 넘겼더니, 내가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다. 아차 싶었다. 시간이 좀 지난 일이지만 지금도 그 선을 지키는 게 참 어렵다. 어디까지 보고해야 하고 어디까진 패스해도 되는지. 


그래서 웬만하면 바로바로 공유드리려고 한다. 팀장 입장에선 조금 버거울 순 있겠지만 팀장이란 자리가 원래 그런 자리 아닌가 싶다. 이렇게 생각하니 거짓말을 다 털어놓은 아이처럼 마음이 조금 편해졌다. 나는 내 일을 하는 거고, 팀장님은 그에 맞는 일을 하고 있는 거니까. 



그러고 나니 팀장님과 의견 티키타카가 되면서 이것도 해볼까요? 저것도 해볼까요? 하며 업무의 전문성이 높아졌다. 단지 하나의 기능 개선 기획일지라도 그 기능에 대해선 팀에서 제일 잘 아는 사람이 됐다. 그래서 지금 사내에서 유일한 데이터 분석 서비스 기획자가 되었다. 모든 데이터 분석 관련 사항은 필자를 통한다. 



아무리 회사 업무 지시가 수직적으로 내려온다 해도 업무의 방향성은 내가 어떻게 일하냐에 달렸다. 거기까지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고 단기간에 될 순 없으니 조급해하지 않고 꾸준히 하다 보면 분명 시야가 넓어지는 순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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