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과 집착, 그 시작

by 은조

브런치 연재를 몇 번이나 올렸다 엎었다 반복했던 작자가 죽지도 않고 또 나타났다.

매번 진심이었고 이번에도 정말 진심이다.

글은 자고로 퇴고를 거듭하며 다듬어가는 맛이 있다지만

뭐든지 처음부터 잘하고 싶다는 부담감을 스스로 만드는 통에

'다나까'를 쓸지, '-요'체를 쓸지 등등 작은 부분들도 엄청나게 고민했더란다.


- 나 자신아, 제발 편하게 쓰자. 응?



초장부터 암울한 얘기 좀 꺼내보자면,

나는 20대 초반에 직장암(다행히 내시경으로 조직을 모두 떼서 추가 치료 없이 진단만 받았다.),

30대 초반인 지금은 유방 맘모톰 수술 후 '비정형 유관 증식' 세포가 나와 대학병원 추가 진료를 앞두고 있다. 불과 며칠 전 진단받은 거라 솔직히 지금 심신 미약 상태다.

결혼 준비 중이라 곧 웨딩촬영, 상견례, 가족여행, 결혼식 등등 예정되어 있는 일들이 너무 많기도 하고

직장생활도 하고 있어서 여러모로 막막한 상황이다.

추적관찰을 잘해보자고 결론 났으면 좋겠다, 제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왜?'였다.

왜 자꾸 암세포가 생길까, 왜, 왜, 왜.

평소 식생활은 건강식에 집착하는 수준으로 지키고 있었다.

물론 정크 푸드 섭취가 0에 수렴하진 않지만 조리 방법까지 신경 쓸 정도로 노력해 왔다.

술, 담배는 입에도 안 대고 살아왔고 냉동/가공식품, 액상과당은 거의 끊었다 볼 수 있다.

튀긴 음식은 내가 가장 싫어하는 음식이며 빵이 먹고 싶으면 베이글이나 치아바타 같은 식사빵을 먹었고

한 달에 한 번 호르몬의 노예가 될 때만 약간의 과자를 먹는 정도였다.

토마토와 계란을 볶아 먹거나 채소와 버섯을 쪄먹고 일반식으론 직접 만든 카레와 청국장을 자주 먹었다.



너무 억울하다.

뭐가 문제였을까?

내가 뭘 놓쳤을까?

뭘 더 해야 되는 거지?

지금보다 덜 지키면 더 안 좋아지는 걸까?



이런 자기반성을 넘어 내 몸은 도대체 왜 이런 건지 비관적인 생각까지 흘러간다. 그

러다가 나보다 덜 건강한 생활을 하는 사람을 보면 '저 사람은 몸에 아무 문제가 없나?'

부러워하다가 또다시 나만 왜 그런 건지 자기 비하를 하며 삶의 의욕을 상실했다.


1년에 한 번 직장에서 복지로 지원해 주는 건강검진을 하고 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1~2주는 지옥 같았다.

특히 초음파 검사를 할 때 딸깍 딸깍 마우스 클릭 소리가 많이 나면 너무 공포스럽다.

인간이라면 매일 컨디션이 다른 게 정상이지만 조금이라도 쿡 쑤시거나 단순한 두통만 있어도 어디 문제가 생겼나 하는 걱정을 넘어선 공포가 느껴지다 보니 건강에 대한 강박과 집착이 생긴 것은 분명했다.


- 그러지 않고 싶은데, 그게 잘 안돼.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