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고지혈증 걸리면 하는 첫 번째 행동_혈관 확인_심장혈관 편
고지혈증이 걸렸을 때 확인해야 할 두 번째 혈관은 심장혈관
뇌경색은 사망하거나 장기간 재활을 해서 회복하는 반면, 심장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은 사망하거나 약해진 심장 때문에 체력이 약해지는 후유증을 낳습니다.
심장혈관 검사의 골드 스탠다드, 심장혈관 조영술
예전에는 심장혈관을 확인하려면 동맥혈관으로 관을 넣어서 심장혈관까지 밀어 넣은 뒤 조영제를 주입하여 혈관이 얼마나 좁아졌는지 확인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심장혈관 조영술인데 심장혈관의 동맥경화가 매우 위중할 때 검사하면서 바로 관을 넣거나 풍선을 부풀려 심장혈관을 넓히는 치료를 할 수 있다는 면에서 가장 정확하고 중요한 검사입니다.
물론 지금도 이 방법을 많이 쓰고 정확한 방법이긴 합니다. 그러나 심장까지 관을 넣는다는 것이 그리 간단한 것은 아니기에 검사 자체가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검사할 때 쓰는 조영제 부작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연간 2만 여건의 조영제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고 최근 5년간 33명이 조영제 부작용으로 사망한 사례도 있으니 쉽게 할 수 있는 검사는 아니죠.
간편하게 심장혈관을 촬영하는 심장 CT
그래서 저는 심장혈관 조영술을 대신하여 CT로 심장혈관이 좁아졌는지, 석회화는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확인하는 검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무리 CT 찍는 기술이 발달했다 해도 계속 움직이는 심장을 어떻게 찍을까 궁금했습니다.
정확하게 심장혈관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심장 CT 사진을 찍기 전에 심장박동을 최대한 안정시키고 호흡도 일정하게 유지해야 합니다. 심장박동수는 가만히 누워 있으면 금방 60 이하로 안정이 되는데 호흡이 들쭉날쭉하지 않게 5~10초 정도 안정되게 유지하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53년 동안 내가 별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도 이렇게 열심히 뛰어준 심장과 1분에 20회가량 꾸준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느라 수고한 횡격막과 폐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론 이제라도 알아차리고 잘 돌봐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횡격막과 심장아! 고맙다!! 앞으로 잘 돌보도록 할게~
결국 심장을 계속 뛰게 하려면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튼튼하도록 도와주어야 하겠죠.
고지혈증이 지속되고 몸에 염증이 쌓이면 심장혈관(관상동맥)에 찌꺼기가 쌓이고 혈관이 딱딱하게 변하는 동맥경화가 진행됩니다.
심장혈관에 진행되는 동맥경화 과정
심장혈관에서 진행되는 동맥경화 과정을 쉽게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심장혈관의 석회화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아래 사진에서는 심장 CT에서 심장혈관에 석회가 끼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얗게 석회가 혈관에 끼게 되는 것이죠.
과연 심장혈관에 석회가 낀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심장혈관이 동맥경화로 막혀가다가 심해지면 결국 심장근육이 혈액을 공급받지 못해 괴사 합니다. 어떤 분들은 괴사를 쉽게 표현하기 위해 썩어간다고도 표현하기도 합니다.
심장혈관의 석회화 정도에 따른 10년 내 심장마비 발생 위험성은 아래와 같습니다. (연구논문 저자에 따라 약간씩 기준의 차이가 있습니다.)
석회가 전혀 끼지 않는 것이 정상입니다.
0 : 1% 이하의 심장병 가능성 - 매우 낮은 위험
1~99 : 4% - 위험성 낮음
100~399 : 16% - 중등도 석회침착
400~999 : 24% - 심한 석회침착
1000 이상 : 1년 이내 심장마비 가능성 25%
문! 제! 는!
10년 내에 심장마비 발생률이 1% 이하라면 괜찮다고 할 수 있지만 4%라면 과연 이것을 위험성이 낮은 것으로 봐야 할까 하는 문제입니다. 16%나 24%는 말할 것도 없겠지요. 물론 석회화 지수가 1,000 이상이면 10년 뒤가 아니라 1년 이내 심장마비 가능성이 25%입니다.
만일 저와 같은 사람이 10년 이내 심장마비 발생률이 4%라면 높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연세가 90세인 분이 4%라면 정말 낮은 것으로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통계는 그 사람의 사정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혈관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미국의 심장마비 예방을 위한 관리지침을 보겠습니다.
남자는 45세, 여자는 55세 가 넘으면 동맥경화 진행상황을 확인하도록 추천합니다.
이때 심장혈관은 심장 CT 후 석회화 지수로, 경동맥은 초음파로 확인합니다.
심장혈관 석회화 지수가 100 이상, 경동맥의 내막 두께가 1mm 이상이면 대체로 위험하다고 봅니다.
여기서 염증 수치(hsCRP)가 높으면 상황이 더욱 나빠집니다.
이렇게 심장혈관의 문제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서 LDL 콜레스테롤을 130 혹은 100, 심한 경우는 70 이하로 조절하라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현대의학에서 심장혈관의 문제는 대체로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으로 예방하는 것이 표준화된 치료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저는 조영제를 써가면서 동맥을 뚫어서 관을 넣는 심장혈관 조영술까지는 부담이 커서 심장혈관 석회화 지수를 간편하게 심장 CT를 통해 확인해 보았습니다.
저의 심장혈관 석회화 지수는 얼마일까요?
중간에 보시는 것처럼 89점이 나와서 10년 제 심장마비 발생률이 4% 정도가 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아래는 제 심장혈관 CT 결과입니다. 예상대로 심장혈관이 괜찮을 리가 없었습니다. ㅠ.ㅠ
이것은 우측으로 비스듬히 돌아 내려가는 심장혈관
좌측 앞쪽으로 내려오는 심장혈관
우측 아래로 바로 내려오는 심장혈관
다양한 혈관들에서 조금씩 석회화가 진행되고 군데군데 16% ~ 22% 정도 좁아진 곳도 있었습니다.
그러니 예상대로 문제가 있는 셈입니다.
아래 표는 내과학회지에 발표된 심장혈관의 석회화 지수에 따른 치료지침입니다.
자세히 보시면 심장혈관 석회화 지수가 1~99이고 55세 이상일 때 스타틴 치료를 시작하고 100이 넘으면 좀 더 센 스타틴을 투여하여 LDL 콜레스테롤을 원래보다 30~49%까지 낮추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기준으로만 본다면 석회화 지수가 89이고 53세이어서 중간 정도 세기의 스타틴 치료를 시작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는 위험인자가 2개(남자 45세 이상, HDL 40미만)인데 LDL 수치는 처음 검사할 때 97이어서 생활습관 개선부터 먼저 시작하도록 추천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은 나중에 기준을 다시 자세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의학은 치료의 기준이 아주 명확할 때도 있지만 지금 제 상황처럼 애매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러나 이럴 땐 대체로 약을 드시도록 권합니다. 그게 의사도, 환자도 서로 마음이 편하거든요.
자세히 표를 보시면 이 기준표에서도 스타틴으로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기 전에 LM(Lifestyle Modification 생활습관 개선)을 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생활습관 개선이라는 것이 문제가 됩니다.
첫 번째 문제는 일단 의사가 알려줘도 환자가 잘 지키지 않습니다.
사실 생활습관 바꾸는 일이 어디 쉽나요? 어쩌면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먹는 것, 자는 것, 활동하는 것, 때로는 생각하는 방식까지도 바꾸어야 하는데 그건 인간 개조나 마찬가지입니다. 생활습관 개선이 말처럼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러니 얘기해도 어차피 잘 지키지 않을 테니 처음부터 약을 쓰자!라고 결정하는 의사들도 많이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의사가 환자의 생활습관을 일일이 체크할 시간적, 심정적 여유가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의료환경은 전 세계 최고의 접근성과 실력 있는 의료진을 갖춘 것이 사실입니다. 그 반면에 빨리빨리 환자를 보지 않으면 병원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환자분의 생활습관을 파악하고 안내를 하는 것은 최소 20~30분 정도가 소요되는데 여기에는 전혀 비용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진심으로 환자를 위한다고 이렇게만 진료를 하면 하루에 20명 진료하기가 힘들고 그러면 병원은 망하게 되어 있습니다. 의사도 직원들 월급 주고 월세도 내야 하고 자기도 생활을 해야 하니 이렇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죠.
그렇다고 모든 환자들에게 생활습관을 개선시키라고 하는데 이것은 그냥 현실적으로 어려운 문제이니 이렇게 그냥 지나가야만 하는 걸까요?
정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그래서 제가 일단 이 어렵다는 생활습관 개선을 제가 먼저 해보고 환자분들에게 권해야 되겠다고 결심을 한 것입니다.
분명한 것은 저는 고지혈증이 있고 가족력도 있고 심장혈관에서 어느 정도의 문제가 확인되었기 때문에 기존 의학의 틀에서는 약을 먹는 것이 정답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생활습관 개선을 마치 약을 꼬박꼬박 챙겨 먹는 것처럼 하루하루 개선해 나갈 수 있는지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고지혈증이 있는 분들은 꾸준히 저와 함께 생활습관을 개선해 나가시면 좋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뇌혈관 검사, 심장혈관검사 보다 더 간편한 세 번째 중요한 혈관검사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