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고 있는 날은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입니다. 성탄 전야 미사를 보고 집에 돌아와 글을 쓰고 있지요.
저에게 있어 크리스마스는 아주 특별한 날입니다. 평소에 잘 생각하지 않는 예수의 탄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 그런 묘한 날이거든요. 그래서인지,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한 시가 생각이 납니다. 예전에 한 신부님이 강론 때 읽어주셨던 시였는데, 인상이 깊어서 아직도 기억을 하고 있지요.
시의 제목은 '내가 태어난 이유는'이고 'Lambert Noben'이란 분이 쓰신 시라고 합니다. 어떤 분인지 알고 싶어서 구글링을 해봤는데 찾을 수가 없어서, 정말 저분의 시가 맞는지는 정확하진 않지만 어쨌든 시 전문을 먼저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내가 벌거벗은 채 태어난 것은
네가 자신을 포기해야 하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
내가 가난하게 태어난 것은
네가 나를 유일한 부로 여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내가 구유에서 태어난 것은
네가 모든 환경이 거룩하다는 것을 배우게 하기 위해서
내가 약하게 태어난 것은
네가 나를 결코 두려워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내가 사랑으로 태어난 것은
네가 나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내가 밤에 태어난 것은
네가 어떤 상황에서도 빛을 비추는 나를 믿게 하기 위해서
내가 인간으로 태어난 것은
네가 자신의 존재에 대해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내가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네가 하느님일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내가 박해 중에 태어난 것은
어려움을 잘 받아들이게 하기 위해서
내가 단순하게 태어난 것은
네가 복잡한 것을 버리게 하기 위해서
내가 네 생명 안에 태어난 것은
너희 모두를 아버지의 집으로 데려가기 위해서
이 시가 좋았던 것은 예수의 의미에 대해서, 또 그분의 탄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어서입니다. 예수, 기독교의 가르침은 '이것이다'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로 많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중 가장 중요한 말씀을 꼽자면, 혹은 그 가르침의 본질은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하느님의 사랑을 알고자, 또 실천하기 위해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랑에도 많은 종류가 있습니다. 남녀 간의 사랑, 부모자식 간의 사랑, 사제(師弟)의 사랑 등등 여러 가지가 있지요. 기독교의 '사랑'은 이 모든 것을 포함한 아주 넓은 의미의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다른 누군가를, 혹은 어떤 것을 소중히 여기고 아끼는 마음이 기독교에서 말하는 사랑이 아닐까 하거든요.
그래서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어떤 마음이 필요할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를 읽으면서 누군가를 사랑하기 위해선, 그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느님은 자신의 외아들 예수를 세상에 보내시고, 짧은 시간 세상에서 살게 하고 고된 죽음을 내리셨습니다. 예수는 마구간 구유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부모는 풍족하지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별로 배우지도 못한 예수는 목공이 되었고, 훗날 세례를 받고 12제자와 함께 하느님의 사랑을 사람들에게 전파했으며, 로마 군인에게 잡혀 십자가 형에 처했습니다.
당시 로마의 이념과는 다른 가르침을 퍼트린 예수가 죄가 없다고는 말하기 힘들지만, 죽을 만큼의 죄를 짓진 않았지요. 억울한 형을 받은 예수는 자신을 십자가에 매단 본시오 빌라도를, 관중들을 원망하지 않았고 자신을 희롱하는 군인들을 저주하지 않았으며 자신을 버리고 도망간 제자들을 미워하지 않았습니다.
그 모든 것을 가슴속에 가진 채로 세상을 떠났고, 제자들은 예수가 죽고 나서야 비로소 그분의 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간을 사랑하는 하느님의 마음을요. 그리고 유다를 제외한 예수의 제자들은 목숨을 걸고 그의 가르침을 전 유럽에 퍼트렸으며 끝내 모두 순교했고, 우리는 2천 년 전 그의 가르침을 아직도 믿고 따르고 있지요.
물론 모든 사람이 예수의 가르침을 따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프란체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다른 종교를 가지신 분은 그 종교의 가르침에 따라 살면 되고, 종교가 없으신 분은 각자의 선한 양심에 따라 세상을 살아가면 되지요.
하지만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크리스마스날엔 예수가 왜 세상에 태어났는지, 왜 그의 가르침이 아직까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선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시가 가볍게나마 그가 태어난 이유를 생각해 볼 만한 좋은 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네요. 예수가 그러했던 것처럼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하는 만큼, 남을 사랑할 수 있다면 또 남을 위해 조금 내려놓고 배려하는 희생정신을 가진다면 세상은 조금이나마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