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화 영화 <필립 모리스>
왓챠에서 볼 수 있는 영화 <필립 모리스>를 소개합니다. 필립 모리스는 주인공이 아니라 주인공이 사랑한 사람입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스티븐 제이 러셀(1957년)로, 이 영화는 필립을 만나기 위해 4번이나 탈옥한 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짐 캐리가 스티븐 제이 러셀, 이완 맥그리거가 필립 모리스 역을 맡았습니다. 터프가이 역할을 주로 맡았던 이완 맥그리거의 연기 변신이 눈에 띕니다.
스티븐에게는 사랑스러운 아내와 딸이 있습니다. 그는 마을 보안관 자원봉사를 하고, 일요일에는 교회에서 오르간을 연주합니다. 남들이 보기에 스티븐은 행복한 가정의 평범한 가장, 바른생활 사나이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는 자신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다른 도시로 이주한 스티븐은 그동안 외면했던 목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그건 바로 동성애였습니다. 하루는 가족 몰래 애인을 만나고 돌아오다 교통사고를 당하고, 이를 계기로 사회적 체면은 벗어던지고 진정한 자기 자신, 게이로 살기 시작합니다.
가족을 떠나 애인과 함께 살림을 차린 스티븐. 수수하게 살던 이전과는 정반대로 명품으로 치장하고 스포츠카를 몰며 한 것 사치를 부립니다. 이런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보험사를 상대로 사기를 치면서요. 결국 경찰에 붙잡혀 감옥에 가고, 여기서 운명의 상대 필립을 만납니다.
먼저 석방된 스티븐은 변호사로 위장해 필립도 석방시킵니다. 둘은 자유의 몸으로 잠시나마 행복을 누리다 다시 감옥에 수감됩니다. 스티븐은 이번엔 10개월 동안 굶어가며 에이즈에 걸린 척해 탈옥에 성공합니다. 스티븐이 이렇게 탈옥하는 이유는 오직 필립 때문이었습니다. 이번에도 필립을 만나러 갔다가 또 붙잡힙니다.
영화는 스티븐이 한번 더 탈옥에 성공해 필립을 만나러 가는 장면으로 유쾌하게 끝났지만 실제 스티븐은 1998년 종신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마지막 수감 땐 "또 탈옥할 수 있지만 귀찮아서 안 하겠다"했고, 실제로 2024년 모범수로 출소할 때까지 충실히 복역했습니다.
필립은 2006년에 출소했습니다. 영화 후반부에 스티븐의 변호인으로 잠깐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스티븐 제이 러셀을 소개할지 말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사기꾼에 탈옥을 4번이나 한 사람이 모두에게 동기부여가 될 순 없을 테니까요. 그럼에도 이 영화를 소개한 이유는 스티븐이 본인 성정체성을 받아들이고 그때까지 이룬 모든 것을 떠나 새 출발 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건 아니어도 이 엄청난 용기만큼은 본받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