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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9년 동안 식물인간처럼 살다 마침내 삶을 회복한 이야기

by 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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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13년 동안 식물인간처럼 누워만 있다가 실력 있는 맛사지사 덕택에 다시 평범한 삶을 회복한 마틴 피스토리우스가 쓴 책입니다.


마틴 피스토리우스는 1975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났습니다. 건강하고 평범하게 잘 자라던 그가 12살이 되던 해, 갑자기 몸에 이상을 느껴 학교에서 조퇴를 하고 집에 와 쓰러집니다. 이때부터 그는 13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었습니다. 부모는 그를 회복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원인도, 해결 방법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마틴을 포기할 수도 없던 가족은 끝이 안 보이기에 더욱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처음 4년 동안 마틴은 의식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이유 없이 쓰러졌던 것처럼 역시 알 수 없는 이유로 의식이 돌아옵니다. 여전히 몸은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요. 자신의 변화를 사람들이 금방 알아챌 거란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고 마틴은 차라리 의식이 없기를 바랄 정도로 끔찍한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무려 9년 동안을 말이지요.



다른 사람들의 눈에 나는 화분에 담긴 식물과 같았다. 물을 주어야 하며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인 상태에 모두들 익숙해진 탓에 내가 다시 실재하기 시작했어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본문 중)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록 몸은 움직일 수 없지만 마틴은 보고, 듣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엔 희망에 차서 열심히 눈동자로 신호를 보내기도 했으나 그 희망은 얼마 뒤 절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는 거실 한쪽의 식물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 자리에서 매일 자라고 있지만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존재요.


4년은 긴 시간이었습니다. 마틴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던 가족들은 완전히 희망을 잃고 지쳤습니다. 그의 어머니는 절망이 깊어 자살시도를 하고 마틴에게 “네가 죽었으면 좋겠어” 절규하며 말했습니다. 이를 보며 마틴도 울부짖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여전히 알지 못했습니다. 마틴은 슬픔으로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마틴을 고통에 몰아넣는 일은 또 있었습니다. 간병인에게 성폭행을 당해도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슬픔, 절망, 수치심, 죄책감, 원망 등 온갖 감정에 괴로워 몸부림쳐도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마틴은 의식 없이 누워있는 식물인간일 뿐이었습니다. 결국 마틴은 모든 걸 포기하고 무기력해졌습니다.





드디어 몸을 깨고 나오다


그러던 마틴에게 기적이 일어납니다. 새로 온 맛사지사가 마틴이 의식이 있다는 걸 알아차린 겁니다! 사람들은 처음엔 믿지 못했습니다. 무려 13년 동안 누워만 있는 마틴에게 의식이라니요? 가족은 물론 전문가인 의사조차도 긴가민가 하던 이때, 그 사이 발전한 기술 덕택에 마틴의 뇌가 깨어있다는 사실이 확인됩니다.


드디어 병원 침대를 벗어나 집으로 돌아온 마틴에게 행복만 기다리고 있진 않았습니다. 그는 오랜 시간 좌절한 내면이 세상을 비관적으로만 보지 않도록 마음을 잘 돌봐야 했습니다. 홀로 수없이 넘어졌다 일어서며 움직이는 연습도 해야만 했습니다.


이렇게 다시 찾은 삶에 적응하고 있던 그에게 또 다른 기적이 찾아옵니다. 인터넷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난 것이죠! 사랑은 용기를 주었습니다. 비록 말도 할 수 없고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지만 마틴은 사랑하는 사람 곁에 머물기 위해 고향인 남아공을 떠나 영국으로 이주했습니다.


누구보다 크게 슬퍼하고 좌절했지만 거기에 함몰되지 않고 삶을 용서하고 수용한 마틴은 큰 울림을 줍니다. 인내와 사랑의 힘을 보여준 마틴 피스토리우스 이야기, 도서 <엄마는 내가 죽었으면 좋겠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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