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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신정 국가화..호메이니 '이슬람 근본주의 혁명'

[숙청의 역사 19] 전근대 국가로의 퇴행 전말

by 최경식
다운로드.jpg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 아래 내용은 2023년 10월에 출간된 '숙청의 역사-세계사편'의 서두 부분.


"이슬람은 모든 것을 뜻한다. 그것은 당신네 세계에서 자유이니 민주이니 하는 것까지도 포함한다. 그렇다. 이슬람은 모든 것을 내포하고 있다. 이슬람은 모든 것을 포함한다. 이슬람은 모든 것이다." -호메이니 인터뷰


오늘날 이란이라는 국가는 종교 지도자가 정치권력을 잡고 국가를 통치하는 대표적인 '신정 국가'로 여겨진다. 전근대 국가에서나 보일 법한 국가 체제가 21세기에 버젓이 온존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이 이념적인 측면에서 시대에 동떨어진 국가라면, 이란은 종교적인 측면에서 시대에 동떨어진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신정 국가를 뒷받침하는 것은 '이슬람 근본주의'다. 이슬람이라는 종교 외에는 그 어떠한 종교나 사상을 용납하지 않는다. 철저히 이슬람 율법에 근거해 국가가 통치되다 보니, 대내적으로는 독재 정치가 대외적으로는 곧잘 고립에 가까운 상황에 빠졌다.


기실 이란은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국가가 될 수도 있었다. '팔레비 2세'를 중심으로 한 전제군주제 시절, 이란은 지금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백색 혁명'을 시도했다. 이는 기존 이슬람주의와는 상당히 배치되는 개방적, 진보적인 움직임이었다. 이란 여성들은 히잡과 차도르 대신 비키니를 입었고, 기업들은 민영화된 후 산출된 이윤을 노동자들에게 분배했으며, 학생들은 자유로이 해외 유학을 가서 선진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외교적으로는 미국, 영국 등 서방 국가들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형성했다. 하지만 이 모든 시도들은 빈부격차와 인플레이션 등 심각한 경제 문제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격한 반발로 휘청이다가, 끝내 '이란 혁명'이라는 결정타를 맞고 무산되고 만다. 이후 이란은 다시금 원점으로 회귀했다.


이란의 이슬람 근본주의 혁명은 이란이 나름 선진적인 모습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데에만 그 문제가 있지 않다. 과거는 물론 오늘날까지 아랍 지역과 전 세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데에 가장 큰 문제가 있다. 혁명에 자극을 받은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갈수록 극단화되는 모습을 보였고, 지금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각종 테러 행위를 일삼고 있다. 이 모든 현상의 원류는 사실상 이란 혁명이었던 셈이다. 신정 국가화를 통해, 이란을 전근대 국가로 퇴행시킨 호메이니의 '이슬람 근본주의 혁명' 전말을 되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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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식 인문・교양 분야 크리에이터 직업 기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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