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잔이 없어도 건배는 할 수 있어

by 시와 카피 사이

<술잔이 없어도 건배는 할 수 있어>



퇴근길

좁은 골목


우산을 든 사람이

맞은편에서 걸어올 때


부딪히지 않으려고

나의 우산을 높게 들어올린다


당신도 같은 생각이었을까,


서로가 높이 치켜든 우산은

텅 빈 공중에서

가득 찬 잔처럼 부딪힌다


맑은 소리는 아니었지만

김빠진 어깨들이었지만


Cheers!


내일의

무지개를 위하여




나무가 반짝이는 순간을 아시나요.


땡볕 아래 묵묵히 서 있던 나무가, 큰 바람이 불자

간지럼을 타듯 잎사귀들을 뒤집으며

반짝이는 모습을 본 적 있습니다.


무수한 잎사귀들의 앞면과 뒷면이 뒤바뀌며

미러볼처럼 반짝이는 섬광들을 만들어내는 순간이었죠.


잎사귀의 어느 한 단면이 아니라,

밝은 앞면과 어두운 뒷면의 지속적인 교차가

나무를 반짝이게 만드는 것임을 깨닫습니다.


삶도 그런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번갈아 다가오는

빛나는 앞면의 시간과, 어두운 뒷면의 시간이

저를 더 성숙하고 아름답게 만들어감을 느낍니다.


이별까지가 만남이고

고통까지가 행복이고

죽음까지가 삶입니다.


아무리

비바람 불고

번개치는 날도


결국,

무지개까지입니다




인생은 엄청 길거든,

어디서 질지 어디서 이길지 모르는 거야

-후쿠이신문 광고




*위 시는 자작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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