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씨를 한 번도 만난 적은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그를 TV 등을 통해 자주 봐왔고 그래서 잘 안다. ‘친근하다. 푸근하다. 옳은 얘기, 맞는 얘기를 잘한다, 잘 먹는다. 먹는 것을 즐긴다, 생각했던 것보다는 실물이 살이 덜 쪄 보인 다’는 정도다. 그를 통해 갖는 일반적인 이미지들이다. 백종원 씨에 대한 일반인들의 평가는 평가를 넘어선다. 평가 자체가 불가한 대상인 듯 대부분 호의적이다.
이러한 세간의 평가를 두고 사람들은 그 이유를 백종원 씨의 ‘선한 영향력’ 때문이라 평한다. 그가 지금까지 보여 온 과정에 대한 결과다.
“그 쥬?”, “느 유?”
느린듯 짧다. 그렇지만 그의 충청도 사투리는 많은 것을 내포한다. 결국 ‘설탕’이다. 그런데 그의 말처럼 넣어야 맛있다. 음식의 ‘맛’은 그렇게 재료들의 오묘한 화학적 결합인 셈이다. ‘맛’을 만들려고 애쓰지 말고 머릿속으로 그려보라는 그의 말이 아직도 와 닿지는 않지만 그의 말은 왠지 설득력이 있다. 막상 만들어 먹어보면 ‘그 맛’이 나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궁금해졌다. 백종원 씨의 마지막 직업이 무엇일까? 진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일까? 백종원 씨의 현재 직함은 프랜차이즈 업체 대표다. 그리고 제주도에 있는 가성비 좋은 조식 뷔페가 있는 크지 않은 호텔의 주인이기도 하다. 그가 소유한 호텔 옆에 TV 속 그 유명한 ‘연돈 돈가스’도 있다. 포방터에 있던 연돈 돈가스가 어쩌다가 백종원 씨가 소유하고 있는 호텔 옆에 자리하게 됐을까? 많은 분들은 안다. TV를 통해 그 전 과정이 다큐멘터리처럼 방송되었기 때문이다.
맛 좋은 돈가스집이 골목식당으로 소개됐고 백종원 씨가 극찬한 이후 연신 줄이 길어지면서 주변 골목식당 상인회의 견제와 압력 또한 길어졌다. 골목식당들은 대로가 아니라 이면 골목의 길이만큼이나 사연이 많거나 자본이 부족한 분들의 삶터여서 같이 잘되면 좋은데 너무 한 곳이 부각되다 보니 문제가 많았고 결국 돈가스 집은 자의보다는 타의 반으로 그곳을 떠나야만 했던 것이다.
돈가스 맛을 낼 수 있었지만 여타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돈가스 사장님의 안타까운 사정은 결국 백종원 씨로 하여금 저렴한 임대료를 담보할 수 있는 본인 소유의 상가를 권유했고 바로 그렇게 옮긴 곳이 제주도에 있는 백종원 씨 소유 호텔 바로 옆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의심했다. 소문난 맛 집을 본인 호텔 옆에 넣는 것을 보니 ‘백종원 씨 소유의 프랜차이즈 품목 가운데 돈가스 집을 하나를 더 추가하려나보다’, ‘본인 호텔이 얼마나 장사가 안 되면 본인이 출연한 프로그램으로 알려진 맛 집을 그 옆에다 입점시키려고 할까?’, ‘그럼 그렇지’ 등의 억측이 설왕설래했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것이 밝혀졌다. 돈가스 집 사장님은 진짜 돈이 별로 없어서 어디로 옮겨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어려웠고 맛을 유지하고 지키면서 소신 있는 장사를 위해서라도 오랜 기간 임대료를 걱정하지 않고 장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백종원 씨가 소개한 장소였다는 것이. 그리고 그것을 본인의 의지로 최종 결정했다고 밝힌 것이다. 또한, 백종원 씨도 본인 소유의 건물에서 돈가스 가게를 다시 시작하지만 (사장님) 본인이 원하는 기간 동안 저렴하게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다시 한번 백종원 씨의 선한 영향력이 세상에 훈훈하게 알려진 계기가 된 것이다.
백종원 씨의 또 다른 직업은 방송인이다. 연예인 뺨친다. 넉살도 좋다. 먹기도 잘한다. 먹는 것만으로도 잘 나가는 유튜버 ‘먹방러’다. 따라서 연예인과 먹방러 등을 합친 ‘엔터 푸드 테이너(enterfoodtainer)’라는 신조어로 불리어도 전혀 손색없을 정도다. 더불어 웬만한 요리도 척척박사니 세프라고 해도 좋을 듯하다. 그러나 본인은 한 번도 방송에서 스스로를 ‘세프(Chef)’라고 불리는 호칭을 사용한 적이 없다. 기껏 써야 ‘요리연구가’ 정도다. 요리사 자격증을 갖춘 정식 요리사에 대한 존경으로서의 백종원식 배려인 셈이다. 그렇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 백종원식 겸손이기도 하다.
그렇다. 백종원 씨는 음식에 관한 한 많은 ‘비법’들을 갖고 있다. 맛을 내기 위한 ‘자기 식’의 음식 레시피(recipe)와 다양한 조리 방법 들 말이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리들을 만들 수 있고 메뉴로 개발해 팔 수 있다. 따라서 그에게 건물을 지을 수 있는 땅이 있다면 당연히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내놓을 수 있는 소위 레스토랑 건물을 지어서 본인이 아껴온 레시피로 만든 맛 난 음식들을 팔 것이다.
상가 입점이 가능한 건물을 땅을 매입해 짓는다는 것은 ‘토지 위에 부착된 정착물’로서 그 자체로 이미 부동산 개발(develop)이다. 그런데 문제는 내 소유의 건물을 지었다고 해서 다 성공한 건물주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선호하거나 많이 찾는 업종의 임차인이 테넌트(tenants)로 입점해야 비로소 소위 잘 나가는 건물과 건물주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인 최근에도 어떤 건물에는 ‘임대’라는 현수막이 게시된 건물이 많이 눈에 띄는 반면 맛 집들이 입점해 있는 건물에는 사람들이 북적북적하다. 바로 건물을 채우는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맛있는 음식을 파는 업소가 있는지, 아니면 찾아가고 싶은 유니크한 커피숍 등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건물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상가 건물에 채워야 할 것은 건물주의 돈 벌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바로 그 건물로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들 수 있는 ‘콘텐츠’인 셈이다. 백종원 씨가 만약 건물을 지어 음식점을 한다면 음식점 그 자체가 바로 핵심인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가 될 수 있다. 음식 콘텐츠 부자가 바로 백종원 씨다. 그 콘텐츠 개발을 위해 지금까지 수없이 외국에 나가 ‘먹방’을 시전 하면서 연구와 고민 끝에 만들어놨을 레시피가 무궁무진할 테니 말이다. 백종원 씨 건물에 백종원 씨 만의 레시피로 만든 음식을 판다면 어떤 결과가 만들어질까? 소위 ‘대박집’ 등극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백종원 씨 음식이라면 믿고 먹는 식의 ‘러브마크(love mark)’가 이미 소비자들의 마음속에 자리한 탓이다. 백종원 씨가 출연했거나 하고 있는 ‘골목식당’이나 ‘맛남의 광장’과 같은 TV 프로그램 등을 통해 보여준 그의 ‘선한 영향력’ 때문이다.
정리하면 이렇다. 백종원 씨가 앞으로도 다양한 음식 메뉴를 개발해 요식업을 영위하기 위해 본인의 건물을 짓고 그 건물을 활용한다면 그의 직업은 프랜차이즈 대표 이외에 부동산 디벨로퍼라는 또 다른 직함을 얻게 된다는 것이다. 건물을 짓고 키 테넌트를 유치해 건물을 유지하는 것 자체로 이미 건물주를 넘어선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인 것이다.
앞으로의 부동산 디벨로퍼는 단순하게 ‘건물을 지어 공급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건물 안에 들어갈 콘텐츠(contents)를 (알고) 넣을 수 있는 사람이냐 아니냐’에 달려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그게 바로 부동산 자산 관리(property management, PM)의 시작이자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