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패트병이 노다지가 되는 순간
“덜그럭 덜그럭‘
장보러 가는데 짐이 한 가득이다. 장바구니 안에 가득 들어있는 것을 조금 더 구겨 넣으며 혹시 까먹고 두고 가는 것은 없는지 한번 더 휘 둘러본다.
혹시 요놈도 가능한 것인가 하고 한 구석에 뒀던 것들도 다시 한번 체크해본다.
‘에이- 이건 아니네’
여튼 그러모은 독일식 티끌들을 한 가득 담아서는 장보러 출발!
마트에서 패트병에 들어있는 것, 병에 들어있는 것-물이나, 음료들-을 구매할 때는 필연적으로 0.25유로의 돈이 더 붙는다. 나중에 다시 마트에 가져가면 되돌려 받는 ‘보증금’개념의 돈이다. 그래서 한 때는 매대에서는 0,99유로라고 써 있어서 계산대에서 당당하게 1유로를 내밀었다가 ‘’돈 더줘야지‘하고 손 내미는 직원의 손에 ’어이구야 어이구야‘하면서 있는 잔돈 없는 잔돈 탈탈 털어준적도 있다.
가끔 지하철이나 길거리에서 ’나는 돈도 없고 가난한데, 배도 고파. 누가 나에게 작은 돈이나 빈 패드병을 줄래?‘하고 요청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하루동안 가방을 뒤적여 빈 패트병, 혹은 음료수 병 등을 그들에게 주기도 한다. 받는이도 ’아이고 고마워요-‘하고 가져가니 이 얼마나 좋은 순환인가.
그런가 하면 조금 더 적극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며 빈 병을 수집하는 이들도 있다. 주머니에서 연장-손전등-을 척 하니 꺼내들고선 장갑을 척척 하고 낀다. 그러고는 베를린의 수 많은 공공 쓰레기통들을 공략하는 것이다.
마치 증거품을 찾는 셜록홈즈 처럼, 매의 눈으로 깜깜한 쓰레기통을 훌쩍 확인하고선, 버려진 패트병이나 유리병이 있으면 덥썩 집어들고는 ‘요놈이 보증금 환급이 되는 놈인가’하고 확인해보는 것이다. 그렇게 그의 작은 노다지가 되거나 아니면 가차없이 다시 버려진다.
여튼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돌돌돌 끌고다닐 수 있는 장바구니에 그득 채워지면 대략 한 3유로-4유로 정도의 보증금들이 된다. 지그므이 한화로 치면 3500원 정도 되는 것인데, 분명 내가 먼저 낸 돈을 돌려받은 것임에도 어쩐지 거저 받는 돈 처럼 느껴지는게 이 순환의 핵심이다. 한개의 물품당, 약 300원가량의 돈을 내고 구매하고 그것을 다시 되돌려 받기. 혹은 조금 멋진 척 하며 작은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기부하기.
이 제도를 ’Pfand‘(판트)라고 한다. 표시도 꽤나 귀엽게 ‘되돌아간당-’ 하는 모양으로 생겨 있다.
가끔 장보러 가는 곳이 너무 멀거나 해서 빈 병을 집 안 한쪽에 그득히 모아 두었다가 가져가서는 한 10유로 정도를 되돌려 받아서 신나게 고기를 사 먹었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려온다.
혹은 한국에서 놀러왔던 가족이- 어이구 얘는 뭘 이렇게 플라스틱을 모아 놨어-하며 판트 표기가 되어 있는 라벨을 다 제거 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있다. 그래서 그 플라스틱들은 왼벽한 플라스틱 재활용이 되어버렸다는. 판트 기계에 들어갈 때 저 바코드를 기계가 읽어야 하기때문에 라벨을 제거 할 때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 판드 기계들은 마트마다 구비되어 있는데, 큰 마트 일수록 온갖종류의 판트를 되돌려준다. 그러나 종종 작은 마트들은 본인들의 가게에서 취급하는 종류들만 되돌려주는 경우도 있다. 그럴때는 당황하지 않고 판트가 안 되는 것들을 다시 주섬주섬 챙겨다가 다른 마트에서 도전하면 된다.
그래서 가끔 사회의 암묵적인 약속도 존재한다. 도움의 손길을 기대하는 이들이, 쓰레기통을 힘겹게 뒤지지 않도록, 판트가 되는 병이나, 패트병은 버릴 때 휴지통 옆에다 세워두는 것이다. 물론 개인의 자유이니 휴지통 안으로 가볍게 골인할 수도 있지만, 약 300원의 온정만큼 마음이 넓어지는 날에는 조용히 휴지통 옆에 빈 병을 세우는 것이다.
오늘은 꼴깍꼴깍 해치웠던 물과 콜라들의 잔해들을 들고 덜그럭 거리며 마트로 향할 예정이다. 고기를 구워 먹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