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보다 여백

남기지 않아도 남는 것들에 대하여...

by seoul

가벼움의 미학 Ⅱ — 깊이보다 여백

남기지 않아도 남는 것들에 대하여...


가벼움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쉽게 오해한다.
가볍다는 것은 깊이가 없다는 뜻이라고.
나는 오랫동안 그 시선을 견뎌야 했다.
하지만 내가 추구하는 가벼움은 결코 공허한 가벼움이 아니다.
완성에서 시작하는 몰입, 사고의 속도, 정제된 결과의 미학 —
그게 내가 말하는 가벼움이다.

이 깊이에 대해 누군가는 코웃음을 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벼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은
수년 동안의 훈련과 실패, 집착과 반복의 결과였다.
나는 단순히 ‘반항적 예술가’가 아니었다.
나는 성장형 사고방식과 직관이 동시에 빠른 사람이었고,
사고의 속도와 감각의 정제 사이에서 살아온 사람이다.
그렇기에 내게 가벼움은 무게를 버린 결과가 아니라,
무게를 견딘 끝에서 얻어낸 태도다.

그래서 오늘은
가벼움을 추구하는 사고 구조를 가졌던 예술가·사상가들의 계보를 통해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이야기하고 싶다.


덜어냄의 미학 — 콘스탄틴 브랑쿠시

“단순함이란 결코 단순하지 않다.”


브랑쿠시는 조각의 복잡함을 버리고 본질만 남긴 미학을 탐구한 인물이다.
매끄러운 표면, 최소한의 선, 생명력의 압축.
그의 세계는 덜어냄의 영역으로 도달한 어떤 극점이었다.
이는 라인 드로잉, 원테이크 드로잉, 가벼움 속의 집중과 겹친다.
단순함은 제거가 아니라, 극도의 이해 끝에 남는 정수다.

“신처럼 창조하고, 왕처럼 명령하고, 노예처럼 일하라.”


브랑쿠시는 예술을 신념과 노동으로 설명했다.
가벼움은 바로 그 전체 과정을 통과한 자만이 얻는 마지막 상태다.


품위 있는 저항 — 알베르 카뮈

“나는 반항한다. 고로 존재한다.”


카뮈는 파괴가 목적이 아닌,
존재의 품위를 지키기 위한 반항의 미학을 말했다.
세계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기 위해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맞서는 태도.
나는 그 속에서 ‘이단아’적 감성의 본질을 발견한다.
고독, 품위, 그리고 실존의 단단함.
가벼움은 도망이 아니라 선택이며
그 선택을 지키는 고독한 근육이다.


생각의 속도 — 이토 잇쿠

“디자인은 생각의 속도를 조율하는 일이다.”


그는 손의 기술보다 사고의 효율을 예술로 보았다.
빠름이 경솔함이 아닌,
훈련된 직관의 결과임을 보여준 사람.
내가 말한 *“가벼움은 생각의 속도다”*는
그의 철학과 정확히 동일한 지점에서 만난다.


여백의 구조 — 이사무 노구치

“나는 동양의 여백과 서양의 구조 사이를 걷는다.”


노구치는 형태와 공감, 조명과 조각을 모두 연결하며
감각의 체계화라는 세계를 만들었다.
여백은 비어 있음이 아니라,
아직 그리지 않은 가능성의 공간이다.
이 사고는 눈-머리-입-손으로 연결되는
내 창작의 방식과 닮아 있다.


개념의 미학 — 마르셀 뒤샹

“나는 손보다 머리로 그린다.”


그는 레디메이드로 예술의 개념을 뒤집었다.
형태가 아니라 사고가 예술을 만든다고 선언한 인물.
생각이 완성된 뒤 손이 움직이는 방식,
그건 나의 드로잉 방식과 같은 결 위에 있다.


연결의 기술 — 미셸 세르

“느리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연결하는 것이다.”


과학과 예술, 철학을 연결한 사상가.
그의 사유는 기억–생각–연결–완결이라는 구조를 가진다.
그건 곧 사고의 네트워크이며
가벼움이 가능해지는 구조적 기반이다.


냉소의 윤리 — 사노 요코

“나는 사랑받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 되었다.”


날것의 감정과 냉정한 현실 인식.
감정을 절제하고, 본질만 남기는 글쓰기.
그의 텍스트 결은 나의 글 결과 가장 닮아 있다.
가벼움 속의 단단함,
유머 속의 진심,
그리고 감정의 절제.


결론, 내 사고 구조와 닮은 예술가들의 공통점은 분명하다.

덜어냄의 미학-불필요를 제거한 후 남는 본질

생각의 예술화-개념이 형태보다 앞선 창작

반항과 품위-조용하지만 확고한 저항

몰입의 기술-속도를 통제하는 집중의 힘


미니멀리즘과 해체주의를 알게 된 시점 이후,
나는 내가 추구한 가벼움의 의미를 확신했다.
가벼움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것은 예술적 사고의 무거운 계보 끝에서 남는 마지막 결과다.


예술가는 스스로가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자신이 예술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가벼움은
무게를 견딘 자만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상태다.


“신처럼 창조하고, 왕처럼 명령하고, 노예처럼 일하라.” — Constantin Brâncuși


마지막으로, 예술가로 살고 살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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