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혈, 살아 움직이는 액체괴물
생리는 빨갛다고만 알고 있나요?
브런치 북
서른아홉, 이토록 아픈 생리통
저는 심부자궁내막증 D.I.E. 4기 유착과 염증을 비수술로 낫았습니다.
치료의 과정들은 어느 하나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굉장히 치밀하고 지독하고 집요해야만 하는 과정이었습니다.
D.I.E.의 통증과 고통은 살며 느낀 가장 극단의 고립감과 고독을 가르쳐 주었고
삶이 아이러니하게도 저는 그 속에서 비로소 홀로 서는 성장과 독립을 이뤄냈습니다.
현재는 삶의 극단을 오간 저를 찾아온 '자유'라는 이름을 한 가지씩 느껴가며 친해지고 있습니다.
제 연재의 이해와 목적상 #1, #4, #5 연재를 먼저 보시길 추천합니다.
제 칼럼을 이해하시는데 많은 도움이 되실 겁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해당 연재로 이동합니다.)
01화 #1 제발, 그건 생리통이 아니라고요
04화 #4 생리혈, 살아 움직이는 액체괴물
#5 심부자궁내막증 연재를 한동안 멈췄던 이유_완치
지난 연재_#3 여자여도 모르는 생리
생리를 하니까 생리를 안다?
착각입니다.
다달이 생리를 하고 있어서, 생리를 다 안다는 착각으로, 생리 기간이 그저 빨리 지나가기만을 습관처럼 바라며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자의 몸은 당연히 그런 것이고 몸이 알아서 하겠지, 무의식적으로 믿으면서요.
착각입니다
오늘 연재_#4 생리혈은
살아
움직이는
액체괴물
(생리는 빨갛다고만 알고 있나요?)
본문을 쓰기 전
크고 작은 유명 병원들에서조차 의사들은 제 병명을 찾지 못했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믿지 못할 온갖 억지스럽고 오만한 오진과 조언과 충고를 당당히도 했었지요.
희망으로 찾아갔다가 울며 뒤돌아서게 하는 건
비단 의료진들 뿐만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저는 한달 내내 멈추지 않던
말할 수 없는 고통의 고문에 말라 비틀어져가며
심부자궁내막증 D.I.E. 4기 환자가 되어갔습니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
통증이 삶을 침범하고 있다면, 진통제가 없인 버틸 수 없다면 당장, 저명한 산부인과 의료진이 있는 상급 병원으로 가셔서 먼저 검사받으시길 간절히 권합니다.
생리통을 잡으려면 생리가 뭔지 알아야 합니다.
생리란
착상(임신)되지 못한~두꺼워진 자궁 내막이~블라 블라~생략!
생리는 피다, 빨갛다,라고 말하기 이전에 그것의 정확한 정체는 자궁내막의 세포조직입니다.
저는 한 달에 며칠씩 주기적으로 나오는 붉은 계열의 그 피가 살아 움직이는 세포이자 조직이라는 말을 이해하는데 한참 걸렸던 환자였습니다;;;
생리혈이 스스로 이동하고 증식한다는 간호사의 말을 병과 연관 지어 이해하지 못했던 저의 투병기간은 막막하고 불행과 절망으로 헤매는 기간일 뿐이었습니다. 적어도 그 단어와 원리를 이해하고 나서부터야 심부자궁내막증(DIE)이란 병이 뭔지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치료를 계획하기가 가능해졌었으니까요.
여러분
우리의 생리혈은 자궁 내막 세포조직이기때문에 살아 움직이는 아주 작은 단위의 생명이자 생물입니다. 말이 좀 무섭지만(드라마 작가인 임성한의 암세포도 생명이라는 충격적인 대사가 떠오르시죠? ;;;)
우리는 그것이 자궁을 통해 질 밖으로 나오면 생리혈, 피라고 부릅니다.
때문에
자궁내막 세포조직은 스스로 이동
하고 자리를 잡고 몸집을 키우며 어딘가에
들러붙어 증식하고 파고들 수 있습니다.
공포영화_액체괴물
공포물에서 보면 어떤 빨갛고 검은 젤리 같은 액체들이 서로 몸을 합치고 늘리며 증식해 가는 장면을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단순한 비유이지만 만약, 그런 액체괴물 같은 자궁내막세포조직이 우리 몸에서도 항상 생겨만 나고 스스로 없어지지 않은 채 쌓이고 두꺼워지고 증식 한다면 큰일일 겁니다.
그 액체괴물의 존재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임신(착상)된 배아가 안전히 자궁에 자라게 하기 위함입니다.
즉, 그들은 매달 우리의 자궁이 안락한 태아집이 되도록 준비합니다.
*** 난포(여포)기-배란기-황체기 등을 거친 난자가 만약 기적과 축복의 확률로 정자와 서로 만났을 경우(임신이란, 우주를 통틀어 대 사건 중 하나이며 기적과 축복의 확률과 에너지이지요! 저도 EBS 보고 알았습니다만;;;)
즉, 수정된 그 배아가 안전하게 자궁 내에 착상되어 정상적으로 세포 분열을 이루어 태아로써 잘 자라도록 우리의 자궁의 내막세포조직들은 우리의 자궁벽을 두텁게 감싸려 하지요. 그리고 임신이 성공하면 더 이상 액체괴물이 되어 우리를 생리통으로 괴롭히지도 않습니다.
그러나 임신이 되지 않고, 완경이 되지 않는 한 이 자궁내막세포조직은 액체괴물이 되려 한 달을 기점으로 자궁벽에 자신들을 두텁게 늘렸다, 매 달 일정한 주기를 통해 자신들의 몸을 탈~! 탈~! 탈락시켜 전사하는데, 이게 바로 생리(주기)의 반복이자 생리통의 원인입니다.
(다음 #5 챕터에서는 위 ***용어들을 우리가 알아야 하는 선에서 간략히 용어정리 해드리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탈락과정이 매우 중요하고도 어렵습니다. 생리(통)의 핵심이 바로
탈락과 배출이니까요.
그들은 자신들을 자궁 내에서 깨끗하게 탈~! 탈~! 털어내야만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이윤, 그 과정이 우리의 몸에 매우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제
생리통은 뭘까요?
생리통은 왜 생길까요??
이 액체괴물들이 제대로 편안하게 잘 탈락되어 배출되지 못하면, 탈락되려는 몸부림과 제대로 탈락되지 못하고 배출되지 못하는 그런 순간마다 여성은 고통스러운 생리통증을 감당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자궁 내에 제대로 탈락되지 못하고 남아있는 액체괴물은 나중 여자의 몸에 크나큰 빌런 이 됩니다.
결국 자궁내막조직세포가 생리혈로 제대로 탈락되어 배출되지 못하고
'자궁이 아닌 어딘가로 멋대로 이동'하여
자리 잡은 그곳(어떤 장기 또는 어떤 장기와 장기 사이 또는 어떤 조직과 기관 등)에서 배란기간 때마다 마치 그곳이 자궁내부인 것처럼 제 몸을 증식하고 영역을 넓히기 시작하면 이것이 곧 D.I.E.입니다.
배란 때마다 우리 몸 어딘가에서 증식은 하는데, 생리 때가 와도 그곳이 자궁은 아니니, 탈락(배출)은 안되고 점점 몸집을 늘리겠지요.
의학적으로 생리는 어느 정도의 통증을 동반합니다. 자연적으로요.
사람마다의 통각은 매우 상대적입니다. 저 같은 경우 통증, 자극에는 매우 민감하지만 대신 지나친 참을성과 자기 학대가 더해져서 "책상 위에서 죽자" "넌 아플 자격도 없다"라고 학대했던 몇 년이 병증을 무한대로 키웠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끔찍합니다.
의사들은 말하거든요. 심부자궁내막증(DIE)으로 인한 통증은 말기암 환자에 준하거나 더하며, 진단시기를 놓친 D.I.E.환자들은 진료실에 오면 차라리 죽여달라고 한다고 합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액체괴물
+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
생리통
"잊지 마세요." 생리통은 배출이 핵심입니다.
"잊지 마세요" 액체괴물의 탈락과 배출을 돕는 일은 우리가 해야 할 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