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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Feb 03. 2024

불편한 친절

어린이 비타민제의 속내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가 인쇄된 포장지 안에는 두께 3mm 정도의 50원짜리 동전 모양을 한 알약이 들어있다. 바로 비타민제다. 000 비타민이라고 주로 알려져 있는 이 제품은 어릴 때 멋모르고 사 먹던청량과자와 똑같이 생겼는데(맛도 비슷하다), 실제 이 제품의 정체는 무엇일까.

온오프라인 어디서든 쉽게 구할 수 있는, 비타민제의 성분표시란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기제 돼있다. 건강기능식품이란 일상 식사에서 결핍되기 쉬운 영양소나 인체에 유용한 기능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하여 제조한 식품이다. 즉, 건강을 유지를 돕는 식품이라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기재된 제품의 유형과는 달리 실제 성분을 따져보면 건강할 유지할 수 있는 식품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전체 성분의 약 3.9%가 비타민C일 뿐이고, 나머지 성분은 감미료, 합성향료, 산도조절제, 유화제 등의 첨가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단지, 비타민C라는 ‘건강에 도움이 되는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건강기능‘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뿐이다. 그렇다면 정말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될까. 굳이 과학적으로 밝히지 않아도 누구나 이 비타민제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다. 그리고 성분에서 드러나듯이 오히려 득 보다 실이 많아 보이는 비타민제는, 결국 단순히 캐릭터를 미끼로 쉽게 돈을 벌려는 상업적인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그것도 유약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이런 식의 마케팅은 장난감으로 유인하여 아이들의 입맛을 햄버거의 맛에 길들이는 맥도날드의 수법과 비슷한다. 나는 미국에서의 어학연수 시절 초고도비만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전통휠체어에 몸을 싣고 KFC나 맥도날드에서 치킨이나 햄버거를 주문하는 모습을 자주 목격했다. 설마, 그 모습이 우리 아이들의 미래의 모습이 되는 것은 아닌지 생각조차 하기 두렵다.

아이들의 손에 들어간 비타민제는 절대 빼앗을 수 없다. 아이들이 혹 할만한 캐릭터 때문에도 그렇지만 한 번 맛보면 짜릿한 단맛을 잊어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어쩌다 우리 아이들의 손에 쥐어지는 비타민제 때문에 여러 번 아이들과 신경전을 벌인적이 있다. 아이들은 비타민제에 집착한다. 중독성이 강하지만, 개당 20원도 되지 않는 아주 값싼 단맛에 아이들이 환호하고, 부모들이 이런 비타민제를 서로 주고받는 모습을 보면 나는 앞으로 아이들의 식습관이 어떻게 변화할지 매우 우려스럽다. 아이들이 과일과 채소를 통해 천연의 단맛에 익숙해져서 좋아지기도 전에 이런 값싼 식용제품으로 맛보는 단맛은 아이들의 입맛을 왜곡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예를 들어 딸기는 싫어하지만 딸기과자는 좋아하는 것과 같다.

가공식품의 제일 큰 목적은 수익이다. 매리언 네슬은 자신의 저서인 ‘식품의 정치‘에서 ‘식품회사들은 궁극적으로 건강보다는 주주의 이익을 우선으로 고려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담배회사와 식품회사가 전혀 다를 바가 없다고 비교했다. 비타민의 섭취보다 감미료와 식품첨가물을 통해 자극적인 단맛으로 극단적인 쾌락을 추구하게 하는 비타민제는 식품회사의 수익을 위한 전략적인 제품일 뿐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모든 부모들은 아이들이 건강하기를 바란다. 그렇다면 비타민제를 아이들에게 줄 것이 아니라, 실제로 비타민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과일과 채소를 아이들이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맞다. 물론 당장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일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이런 비타민제를 계속 맛보게 하는 것은 정작 먹어야 할 음식에는 익숙하지 못하게 하는 악순환을 반복할 뿐이다. 왜냐하면, 그런 비타민제와 같은 가공식품은 먹으면 먹을수록 더욱더 그것을 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면역체계의 핵심은 장내 미생물이다. 미생물의 먹이는 과일과 채소에서만 얻을 수 있는 식이섬유다. 이 점을 깨닫지 못한다면, 아이들은 수시로 감기에 걸리거나 잔병치레를 할 수밖에 없다. 물론 건강의 유지를 단순히 음식에만 기대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본래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에게는 이런 비타민제를 주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나는 어디서든 아이들에게 미소를 머금고 비타민제를 주는 어른들의 모습을 ‘불편한 친절‘이라고 느낀다. 마치 식품회사의 세일즈맨을 자청하는 듯한 모습처럼 보여서 속으론 씁쓸하기까지 하다. 건강하게 아이들을 키우고 싶다면,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된장과 같은 ‘건강식품’을 먹이는 것이 맞다. 건강기능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오해하기 쉬운 거짓의 마케팅일 뿐이다. 아이들의 건강을 걱정한다면, 비타민을 앞세운 친절에 절대 속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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