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100억. 경기도의 초중고에서 나오는 급식잔반을 처리하는 비용이다. 경기도뿐만 아니라 서울시 역시 한해 49억이 잔반을 처리하는데 쓰인다. 매일 한 학교에서만 120리터의 음식물 쓰레기통이 가득 차고, 메뉴에 따라서는 2통 가까이 잔반이 나온다. 심지어 나물을 포함한 한식백반이 나오면 학생 중 약 10%는 아예 급식을 먹지 않아 더 많이 잔반이 나온다. 더 심각한 점은 갈수록 출생인구가 줄어드는 반면 잔반의 양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먹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잔반은 더 많아지는 상황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영양사들은 급식메뉴를 짜는데 요즘처럼 어려웠던 적은 없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마라탕 같은 자극적인 음식을 메뉴에 넣기엔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그런 음식을 메뉴에 넣지 않으면 급식 자체에 손을 대지 않는다고 하면서.
첫째 딸이 유치원에 다닐 때, 훈제오리, 비엔나 소시지, 만두 등과 같은 식품을 급식 메뉴에서 뺄 수 있는지를 유치원 원감선생님에게 물어본 적이 있다. 왜냐하면, 대부분 그런 식품들은 초가공식품으로서 각종 식품첨가물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음식에 신경을 많이 쓰기 때문에 아이들 모두의 건강한 식습관을 위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사항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초중고의 영양사의 대답과 다르지 않았다. 가공식품이 급식 메뉴에 없으면 아이들이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했다. 유치원 역시 잔반이 많이 나온다. 다만,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다.
학교에서는 잔반을 줄이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학생이 스스로 먹을 만큼 음식을 담을 수 있도록 자율배식을 한다든지, 잔반을 가장 적게 남긴 반에게 스티커를 붙여주며 경쟁을 하게 만든다든지, 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모여 잔반을 남기지 않는 도전미션을 함께 완수하거나, 심지어 먹는 양에 민감한 학생들을 위해 조금 더 세심하게 학생 본인의 눈으로 식사량을 확인할 수 있는 선이 그려진 식판도 제공한다. 잔반을 줄여서 무의미한 경제적 손실 막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노력과 수고를 인정하고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동시에 여전히 그러한 활동이 갖는 장기적인 의미에 대해서는 허무함과 동시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왜냐하면 이런 방식으로는 지속적으로 잔반량을 절대로 줄일 수 없기 때문이다.
잔반이 늘어나는 근본적인 원인은 다름 아닌 편식이다. 편식은 일종의 식습관이다. 식습관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잔반 문제는 물론이고 편식으로 인해 주된 원인인 과체중과 비만 같은 성인병의 증가율도 낮출 수 없다. 물론 정부는 균형잡힌 식습관의 중요성에 대해서 알고 있다. 그래서 초등학교에서는 식습관교육을 한다. 다만, 교육의 방식과 내용이 식습관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한마디로 형식적인 교육일뿐이다.
작년에 초등학교 1학년이 된 딸아이는 학교에서 식습관교육을 받았다. 교육은 이론 설명과 활동으로 이루어졌다. 이론 설명은 ‘채소음식이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것이었다. 청국장을 잘 먹으면 피부가 좋아진다는 식의 내용이 이론수업의 골자다. 이 수업을 받고 실제로 아이들이 청국장을 잘 먹을 수 있을지는 굉장히 의문이지만, 사실 진짜 문제는 연계활동이었다. 이론수업에 이어 아이들은 채소쿠키 만들기를 했다. 나는 이 활동에 대해 굉장히 황당해했다.
아이들이 채소와 과일을 잘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식습관교육의 일환으로 설탕과 지방이 가득한 쿠키를 만드는 활동이라니, 식습관 교육의 목적과 의미에 전혀 맞지 않았다. 이런 활동이 식습관 교육과정에 들어간 것만으로도 정부가 식습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없다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습관은 오직 음식 섭취를 통해서만 형성된다는 가장 기초적인 사실조차 모르는 것이다. 아마 그날 쿠키를 먹은 아이들은 교육의 내용은 잊고 쿠키의 달콤함만 기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교육을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제약이 있지만, 이런 방식의 식습관교육은 사실상 편식을 균형 잡힌 식습관으로 바꾸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얼마 전,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 요인을 찾아본 적이 있다. 가장 큰 요인은 다름 아닌 ‘비만’이었다. 2009년 대비 10년 만에 1인당 진료비 지출이 255% 상승한 것이다. 또한 현재 국내 성인 3명 중 1명은 비만으로 집계된 가운데 30대 남성의 비만율은 전체 30대 남성 비율의 절반을 넘었다. 이제 과체중과 비만은 국가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병 됐다. 그러나 현실은 암담하기만 하다. 어릴 때 한 번 자리를 잡은 식습관은 바꾸기가 어렵다. 몸의 건강은 마음과 정신의 건강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 나는 이런 현실의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매우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