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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Mar 06. 2024

식약동원(食藥同原)

아토피가 나았습니다.

둘째 아이는 태어났을 때 아토피가 있었다. 흔히 ‘태열’이라고 부르는 증상이 의학용어로는 ‘아토피’인데, 온몸이 붉어지고 심하게 가렵다. 아토피는 자가면역질환의 일종이다. 자가면역질환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하면서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항원이 아닌 자신의 정상세포를 항원으로 오인하고 공격하면서 생기는 질환이다. 얼마나 아이는 간지러웠을까. 말로는 간지러움을 표현을 못하고 울기만 하는 그때의 아이의 심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나 속이 상한다. 지독한 간지러움 때문에 100일이 갓 지난 아이는 새벽 내내 3-4번, 심지어 5번씩 깨서 울었다.

처음엔 아주 단순한 생각으로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새벽에 지속적으로 자주 깨는 아이 때문에 새벽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던 나와 아내는 점차 지쳐가기만 했다. 나는 상태가 호전되기를 바라며 시간이 가기를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아과로 아이를 데려갔고 아이는 아토피판정을 받았다. 아이의 등 전체를 붉게 물들인 발진이 사실 아토피증상이었던 것이다. 그동안 아토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들으며 안타까워했었는데, 내 아이에게 이런 일이 생겼구나 생각하니 사실 당혹스러웠다. 그래서 스테로이드를 처방을 받아 발진과 간지러움 증상을 관리했고, 피부가 건조해지지 않도록 하루에 5번씩 아이의 온몸에 크림을 발라줬다. 아이의 상태는 생각보다 빠르게 단시간 안에 호전되기 시작했다. 더 이상 간지러워서 그렇지만 이런 행위가 근본적으로 아토피를 치료하는 것은 아닌 면역체계가 좋아질 때까지 버틸 수 있도록 시간을 버는 일이었기 때문에 치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해야 했다.

그래서 이유식을 시작할 무렵 나와 아내는 아이의 음식에 신경을 많이 썼다. 자가면역질환이기 때문에 면역체계를 바로 잡는 일이 사실상 아토피를 치료할 유일한 방법이었는데, 면역체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요인이 바로 음식이기 때문이었다. 우리 면역체계는 장내 미생물, 즉 요즘 각광받는 마이크로바이옴에 의해 좌우된다. 약 500여 종의 장내 미생물 중에서 우리 몸에 유익한 미생물들의 숫자가 압도적으로 늘어나서 그 영향력이 우세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면역체계는 제대로 작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둘째는 철저하게 채소와 과일로만 음식을 먹였다. 특히 제일 관심을 두며 경계했던 음식은 가공식품이다. 가공식품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은 유익한 장내 미생물의 증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2년간의 노력 끝에 아토피증세는 호전됐다. 현재는 아토피 증상이 거의 발현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거의 완치된 상태다. 아직도 안심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둘째의 아토피 완치경험을 통해 음식이 우리의 몸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몸소 깨달았다.

식습관을 채식으로 가르치면서 아토피 완치와 더불어 얻게 된 또 다른 이득이 있다. 첫째는 거의 모든 채소를 잘 먹고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아이의 입맛이 좋다는 것, 둘째는 잔병치레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얼마든지 아이들도 채소와 과일을 좋아하도록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얼마 전 어린이집을 수료했는데, 담임선생님은 둘째가 채소와 과일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아이들의 식습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이야기해 주셨다.

그리고 둘째는 감기에 잘 걸리지 않고, 걸린다고 해도 약 없이 곧 잘 낫는 편이다. 물론 둘째가 병원에 안 다녀본 것은 아니다. 보통은 새벽에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을 정도로 기침이 심할 때만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늘 항생제 처방 없이 간단히 증상을 완화하는 약처방만으로도 단기간에 금방 증세가 호전되어서 힘들이지 않고 감기에서 회복되었다. 결과적으로 병원은 잘 다니지 않았고 덕분에 약도 덜 먹고 자랐다.

우리 조상들은 `식약동원(食藥同原)`이라고 해서 음식과 약의 뿌리가 같다고 여겨 밥상 위에 오르는 음식으로 건강을 챙겼다. 우리 조상들이 먹었던 밥상에는 땅에서 자랑음식들이 주를 이뤘다. 땅은 곧 자연을 의미하는데, 자연이 대대로 우리의 건강을 지켜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 주변에는 배가 아프거나 자주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아이들이 많다. 특히 이런 아이들 위해서는 어린이 비타민과 같은 건강기능식품을 사다 주기보다는 무엇을 주로 먹는지를 살피고 주식을 바꿔줘야 한다. 병의 근본적인 원인은 음식에 있다. 아이들에게는 땅에서 자란 음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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