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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홍작가 Feb 07. 2024

식습관의 거울

부모의 식습관이 아이들의 식습관

교육이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모든 행위를 가르치고 배우는 과정이며 수단을 가리키는 교육학용어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는 한 가지 기술이 있다. 바로 식습관이다. 사실 식습관이 교육을 통해 형성된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왜냐하면, 식습관은 보통의 교육과는 다르게 그 방식이 아주 은밀하고 교묘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아이들의 식습관은 받아들이는 그대로 형성된다. 아이들이 맛보고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아이들에게는 식습관 교육이다. 식습관은 유전이거나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하얀 캔버스에 그려지는 그림이다.

다만, 인간은 기본적으로 단맛과 기름진 맛을 좋아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이것은 생존을 위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구별해야 했던 인류가 발달시킨 내제적 음식감별기술이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아주 기본적인 미식의 기술로 먹어도 죽지 않는 식량의 안정성 확보할 수 있었다. 우리가 단맛을 좋아하는 현상은 인류학적인 시각으로 보았을 때 매우 자연스러운 모습인 것이다. 이런 미각의 기술이 없었다면 우리 인류는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식습관이란 개인이 어려서부터 음식을 먹어 온 버릇을 말한다. 식습관은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뿐만 아니라 식생활과 관련된 습관까지를 광범위하게 포함한다. 예를 들어 편식, 짜게 먹는 습관, 식품 기호도, 식사의 규칙성, 과식 여부, 식사 속도, 식사할 때의 자세 또는 습관 등이 모두 식습관의 범위에 들어간다. 하지만 내가 아이들에게 식습관을 가르치며 깨달은 식습관 교육의 핵심은 다름 아닌 ‘입맛‘의 계발이다. 다양한 맛에 익숙한 입맛을 갖도록 하는 것이 식습관 교육의 궁극적인 목표다. 인간은 익숙한 맛을 좋아한다. 세상에 맛없는 음식은 없다. 자신의 입맛에 익숙하지 않을 뿐이다. 어떤 맛이든 익숙해지면 좋아진다. 편식 없는 아이들은 다양한 음식에 익숙한 입맛을 가지고 있다. 어떤 맛이 싫다는 아이들의 표정에 속지 말아야 한다. 싫은 게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식습관은 인간의 생애주기 가운데 가장 이른 시기에 형성되기 시작한다. 임신 후, 12주가 지나면 태아는 양수를 들이마신다. 하루에 약 0.5리터씩 양수를 들이마시며 엄마가 먹는 음식에서 느껴지는 풍미를 느낀다. 즉, 엄마가 가진 식습관을 양수를 통해 받아들이는 것이다. 실제 실험에서도 임신 말기에 당근주스를 꾸준히 먹은 엄마와 출산 직후 모유수유를 하며 당근 주스를 지속적으로 마신 엄마의 아기들이 당근 주스를 전혀 먹지 않은 동일한 시기의 엄마의 아기들보다 당근주스가 섞인 오트밀죽을 더 많이 먹고, 싫어하는 표정을 짓는 경우가 드물었다. 전문가들은 아기는 엄마가 먹었던 음식을 좋아하고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주장한다. 엄마의 음식에 대한 태도가 아이의 식습관을 사실상 결정하는 것이다. 음식에 대해 열린 엄마의 태도는 아이가 여러 음식을 맛보고 싶은 열린 태도를 갖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오직 아이를 임신하는 엄마들에게만 아이들의 식습관 교육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 사실상 남편과 아내 모두가 아이의 식습관 형성에 대해 책임 있는 교육자다. 임신 기간보다 출산 이후의 아이들의 성장기간이 훨씬 더 길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는 점차 다양한 환경에 노출이 되기 때문에 아이의 식습관은 예기치 못한 영향을 받게 된다.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상황 속에서 아이들의 식습관을 지킬 수 있는 수단은 부모의 지혜로운 판단뿐이다. 그래서 부모가 올바른 식습관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누고 협력하지 않으면, 아이들은 올바른 식습관을 갖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 주변에는 아이들의 편식을 걱정하면서도 아이들의 식습관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대화하는 부부들이 거의 보지 못한다. 오히려 부부 각자의 다른 식습관으로 인해 아이들은 무엇을 잘 먹어야 할지 혼란스러워하고, 영양가 있는 다양한 음식을 접할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럴 경우 아이들의 식습관은 편식으로 흐르기 쉽다.

아이들의 식습관은 끊임없는 교육을 통해 바꿀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채식을 하기 때문에 보통 아이들에 비해 채소를 잘 먹는 편이지만, 그래도 음식마다의 조금씩의 호불호가 있다. 특히 첫째 아이는 된장국에 익숙하지 않았다. 그러나 나와 아내의 지속적인 노력 끝에 아이가 된장국에 익숙하도록 만들었다. 아이가 그렇게 되기까지 거의 2년 가까이 걸린 것 같다. 이제는 된장국 안에 있는 버섯, 호박 등의 건더기까지 모두 잘 먹는다. 그렇지만 언제 바뀔지 모르는 식습관에 대해 경계하며 계속에서 식습관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만약 식습관에 대한 공통의 가치관을 나누지 못한다면, 적어도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만큼은 부부가 교육자의 입장에서 자신이 가진 좋지 못한 식습관은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 물론 이러한 방식을 오래 지속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들과 함께 부모도 식습관을 바꾸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그러면 훨씬 빠르고 수월하게 아이들의 식습관이 좋아진다. 더불어 함께 즐거운 식생활을 할 수 있다. 반드시 식습관이 좋은 부모들만이 아이들의 식습관을 교육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모든 부모가 자녀들에게 좋은 식습관을 갖도록 할 수 있다.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노력하면 된다.

식습관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올바른 식습관에 대한 부모의 인식과 아이의 식습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통제와 판단 그리고 부모 자신들의 식습관이다. 아이들의 식습관은 부모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다만, 아이들이 어릴수록 교육이 수월하다. 교육이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데 목적이 있다면, 식습관은 반드시 가르쳐야 할 교육과목이다. 삶은 건강이 바탕이 되어야 영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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