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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홍숲 Feb 28. 2023

너는 초등학교 입학식이 두렵지 않구나

 일이 없는 날이라 며칠 후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내미와 함께 아침운동을 하고 왔다. 요즘 운동을 자주 못하기도 했고 아이가 지금은 어린이집을 졸업해서 아이를 집에 혼자 두고 필라테스를 다녀올 수도 없어 아이와 함께 운동하는 것을 선택했다.


나는 아침 8시 반, 아이는 10시 반까지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일어나 과일을 먹고, 어린이용 배드민턴 채를 가지고 집을 나섰다. 집 근처에 대학교가 있어 오늘은 그리로 가서 캠퍼스를 거닐기로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길을 걷다가, 사흘 뒤면 입학하게 되는 아이의 학교를 지나가게 되었다. 전에도 몇 번 가보긴 했지만 곧 있을 입학식과 학기 초 등굣길이 낯설지 않도록 한번 들러보는 것이 어떨까 하여 가보기를 아이에게 제안했고 아이는 흔쾌히 동의했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학교 건물에 들어가 아이가 배정된 1학년 3반을 운동장에 서서 눈도장을 찍고, 운동장에 나와 정글짐을 하고, 구름사다리를 하는 아이를 보며 즐거워 보이는 모습에 나도 안심이 되었다. 어린 시절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 들어가게 되는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나 실감이 안 나기도 하고 빠르게 지나가는 세월에 무섭기도 하다가, 운동장 한 바퀴를 크게 돌고 배드민턴을 하고 나왔다. 다시 원래 목적지였던 대학교로 걸어가면서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설레고 기다려지는지 나에게 빨리 학교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싱글맘으로서 아이를 혼자 키우면서, 나는 늘 아이에게 무언가 부족하지는 않을까 늘 마음 한구석이 염려스럽고 편치 않다. 가뜩이나 나약하고 어리석은 어미 밑에서 자라나 평범하지 않은 가족 구성원의 일환이 되어 어린 시절을 보냈다는 이유로 불안하고 연약한 사람이 되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하기도 한다. 그리고 아이가 그런 모습을 약간이라도 보일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와중에도 가끔씩 저지르게 되는 양육 과정에서의 실수들을 떠올리며 자책을 하고 눈물짓기도 했었다.


그런데 오늘 이렇게 지극히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을 보내면서, 미치도록 눈부신 행복감을 느낀 나와 내 딸의 마음은 인생이란 게 사실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그렇게 고통스럽지만은 않다고 누군가 말해주는 것 같아서 얼마나 고맙고 참 다행인지.

매일이 오늘 같기를, 매일이 지금의 너와 나 같기를 조심스레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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