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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분홍숲 Oct 19. 2023

사랑방이 된 우리집

웃으며 학교에 들어가기까지


 자신만만하게 어서 학교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던 날들이 무색하게 아이는 입학 후 며칠 뒤부터 정문 앞에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처음 며칠은 얼떨떨하게 등교했는데, 같은 반 아이가 엄마와 헤어지며 우는 걸 본 이후부터는 계속해서 들어가기 전에 눈물을 보였다.


 사실 껌딱지 아이를 입학시키면서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동안 학교는 별거 아니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 노력해서인지 아이는 공부도 시험도 재밌을 것 같다며 한껏 기대에 부풀어 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안심해도 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역시나. 섣불리 마음을 놓으면 안 되는 게 육아다.


 아이가 그렇게 계속 눈물 바람으로 등교하니 마음이 좋을 리 없었다. 내가 일주일에 이틀은 저녁에 일하기 때문에 아이 학교의 돌봄교실을 신청했었다. 돌봄교실은 중간에 하교했다 다시 들어가는 게 불가능하다 하여 수업 끝나고 쭉 있게 했더니 학교에 있는 시간이 길었던 게 원인이었을까. 그래서 하교 시간을 조정하고, 중간에 잠시 만났다가 엄마 댁에 맡기고 일하러 갔더니, 이번엔 일하러 갈 때 또 운다. 그렇게 울면서 헤어지고 나면 뒤따라 나도 울고 싶어진다.


 육아는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정답 없는 문제 풀이의 과정 같다. 출제자인 아이의 의도를 파악해 문제의 원인을 분석한 뒤 환경적인 변인들을 통제하고 변수들을 고려해 나름의 답을 찾아내야 하는 참 까다로운 문제.

다행히 학교에는 같은 아파트의 아이들도 많았고 친구를 무척 좋아하는 아이라 친구들과 점점 가까워지면서 아이는 조금씩 긴장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과 잘 놀고 친해지는 모습만으로도 감사했다. 친구를 집으로 데려온다고 해도 오케이, 집에 늦게 들어와도 오케이, 친구네 집에 놀러 간다고 해도 오케이. 덤으로 친구와 노는 동안은 온전한 나의 쉬는 시간이고 이렇게 생긴 잠깐의 여유는 참 감사했다. 그렇게 놀아주는 아이에게도, 아이 친구들에게도 고마웠다.


 그래서 한동안 우리 집에는 아이들이 참 많이 왔다. 저녁을 먹고 가는 아이도 가끔 있고 파자마 파티를 하고 싶다 하여 자고 가는 아이들도 몇 명 있었다. 요즘은 학교 숙제나 취침 시간 문제도 있고 아이 친구댁에 민폐가 될 것 같아 통금시간을 정해놓긴 했지만, 통금이 생기기 전까지는 정말 원 없이 몰두해서 미친 듯 노는 아이 모습을 보며 그래도 잘 적응해서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육아라는 문제 풀이는 늘 까다롭고 정답은 없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풀어가다 보면 또 아이는 그것대로 적응해 잘 자라준다. 요지는 늘 아이 마음을 세심하게 살펴주고 알아주는 것이다. 그렇게 한 뼘 더 자란 아이와 함께 답을 찾아간다. 언젠가는 아이가 자신만의 문제를 스스로 풀 수 있도록 그때까지 옆에서 함께 울고 웃어주면 될 것 같다.


 오늘도 아이는 웃으며 현관문을 나선다. ‘잘하고 와.’가 아니라, ‘재밌게 하고 와.’라고 인사하며 나도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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