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 헤드는 30만 년 전, 폭발적인 화산 분출로 생긴 응회암 분화구이다. 높이가 약 232m, 분화구의 폭은 1.2km에 달한다. 응회암은 입자가 고운 화산재와 화산진의 함량이 높아서 다른 화산암보다 침식이 빠른 편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다이아몬드 헤드는 살짝 부드러운 형태였다. 아무튼 하와이에 방문해 와이키키 해변 근처도 얼씬하지 않을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므로, 하와이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다이아몬드 헤드를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다이아몬드 헤드는 오아후의 랜드마크라 부를만했다.
다이아몬드 헤드라는 이름이 생긴 것은 19세기 초 영국의 항해사들이 경사면의 방해석 광물이 반짝이는 걸 보고 다이아몬드라 착각해서였다. 응회암 속에 지하수가 스며들면서 탄산칼슘이 결정화되면서 방해석이 만들어진다는데, 방해석은 유리광택을 내고 빛을 잘 반사한다고 한다. 아무리 그래도 얼마나 반짝이기에 그랬을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그들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겠다는 생각에 피식 웃었다. 하와이에 가면 그 반짝임을 직접 확인하고 싶기도 했다. 더군다나 분화구 정상에서 보는 와이키키 해변은 물론 호눌룰루 시내, 너른 태평양의 경치가 기가 막힌다고 했다.
다이아몬드 헤드 트레일은 한 달 전에 예약해 두었다. 하필 그즈음 카할라 터널 공사 중이라서 우리 여행 중 예약 가능한 날이 딱 하루밖에 없었던 데다가 시차 때문에 몇 시에 예약을 시도해야 할지 헷갈렸었다. 다행히 예약 사이트인 eHawaii.gov에 chat이 있어서 수월하게 예약할 수 있었다. 일출이 아름답다기에 6시 입장에 맞춰 갔지만 입구에는 이미 차량이 줄지어 있었다. 그리고 예약증을 확인하는 아저씨는 8시까지 차를 빼야 한다며 딱딱하게 말했다. 거참 빡빡하네, 싶었지만 알겠다고 한 뒤 물만 한 병 들고 트레일을 오르기 시작했다.
바다 위로 떠오른 해를 보는 것도, 걷다가 둘러보는 경치도 괜찮았지만 사람이 많았다. 마치 행군인 양 앞에도 뒤에도 줄줄이. 며칠간 카할라 터널에 진행 중인 낙석 방지 공사로 예약을 받지 못해서일까, 그래도 예약 인원은 한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품으며 차근차근 걸어 올라갔다. 가파른 층계, 어두운 터널, 시멘트로 만든 벙커를 지나 드디어 전망대. 분화구에서 내려다보는 전망은 멋졌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서로 카메라를 들이대고 있었다. 나는 떠밀리다시피 내려오면서 기가 막혔다. 이건 너무하잖아, 싶었다.
나는 예약하면서, 책자의 운치 있는 사진을 보면서, 해변에서 능선을 올려다보면서 여유롭게 펼쳐진 자연을 기대했다. 빼곡한 사람은 상상조차 안 했었다. 역시 기대가 크면 감동이 적어진다는 건 진리였다. 그랜드를 기대했던 와이메아 캐니언에서도 그랬고, 마카푸우 트레일에서 워낙에 강력한 바람을 쐬어서인지 누아누팔리 전망대에서의 바람은 그다지 놀랍지도 않았던 것도 그렇고, 와이키키 비치보다 다른 비치가 더 마음에 들어왔던 것도 그랬다. 하와이에서 경험한 트레일은 두 군데, 돈 내고 예약한 다이아몬드 헤드 트레일과 무료였던 마카푸우 등대 트레일. 나는 바람 불던 마카푸우 쪽이 훨씬 좋았다. 남들이 열광한다고 나에게도 그런 건 아니라는 걸 다시 한번 새겼다.
참, 다이아몬드로 착각할 만한 반짝임은 찾지 못했다. 직접 오르면서도, 하와이에 머무는 동안 아침저녁으로 멀찌감치에서 보면서도 그랬다. 오랜 세월에 걸쳐 표면이 풍화되어 결정이 덜 드러나는 걸까? 군사 시설로 쓰느라 포대, 벙커, 터널 등을 건설하면서 콘크리트로 뒤덮은 구간이 많아서일까?
다이아몬드 헤드는 화산 군도로 태어나 원주민에 의해 참다랑어의 이마와 닮았다 하여 레아히로 불리다가 1795년 무렵 영국 항해사들의 오해로 다이아몬드 헤드로 불리고 1900년대 초에는 군사 요충지로 쓰이고 1962년에 주립 기념물로 지정되고 현재는 하와이의 랜드마크가 되었다. 다이아몬드는 없을지라도 다이나믹하다고는 할 수 있을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