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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셉킴박사 Oct 10. 2019

온가족이 함께, 셋째 자연출산 #10

아내를 고백

 출산식 준비. 부부가 되기 위해 결혼식을 준비하듯. 부모가 되기 위해 출산식을 준비하기로 했다. 아쉬웠던 두번의 출산을 떠올리며 우리가 원하고 우리가 주도하는 행복한 출산식을 만들기로 했다. 이번 출산식에는 아들과 딸도 함께 동참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동생을 만날 시간을 기대하며 곧 만나자고 엄마 배에 자주 입을 맞춰주었다. 


 출산식장을 선정했다. 온 가족이 함께 출산을 만들어 갈수 있는 곳. 아내가 출산을 주도 하는 것을 지지해 주는 곳. 철봉이 없는 침대가 있는곳. 회음부 절개를 필수로 하지 않는 곳. 아기와 산모가 같은 방에 있을 수 있는 곳. 밤에 진통이 올것을 대비해 아이들과 미리 리허설을 했다. 아빠가 출동 준비를 외치면 아이들은 각자 옷을 갈아입고 대기하는 연습이었다. 출산일이 다가 올수록 아이들도 기대가 커져갔다. 출산후 아기와 엄마가 떠날 산후조리원 여행도 티케팅을 끝냈다. 엄마 없는 몇주간 아빠가 해내야할 아이들 등하교 챙기기와 식사준비도 치밀하게 준비되었다. 


 아내 나이 40에 순산. 임신 38주차 3일째. 밤 9시. 자궁우주에서 별의 탄생을 알리듯 붉은 이슬이 비쳤다. 아내는 차분했다. 부엌 의자에 앉아 지금부터 일어나게 될 일들을 머릿속에 먼저 그려냈다. 내 가슴 깊은 곳이 따끔거렸다. 런던 수술실의 조명과 히드로공항 출국장 바리케이드 그리고 차가운 철봉이 머릿속에 스쳐지나간다. 식탁에 앉은 아내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아기와 아내를 동시에 안았다. 우리 사이에 아기가 꿈틀거렸다. 아기도 자궁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겨가며 위치를 잡는 듯했다. 새벽 1시. 자궁우주에서 만들어진 한 생명이 더 큰 우주속의 작은별에 살고있는 엄마와 아빠에게 출발 신호를 보냈다. 진통이 시작되었다. 새벽 3시. 자고 있는 두 아이 방으로 갔다. 조용히 아이들의 뺨에 얼굴을 맞대고 속삭이듯 말했다. 아기가 이제 나오려나 봐. 얼마나 동생을 만날 날을 상상하고 연습해왔던 것일까? 무거운 눈을 힘껏 들어올리며 둘다 곧바로 세수하러 갔다. 동생 옷을 입혀주는 오빠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며 책꽂이에 놓인 가족사진 액자 하나를 챙겼다. 현관을 나서기 전 네 식구가 기도했다. 손을 꼭 잡고.


 출산식장에 도착했다. 새벽 4시 반. 은은한 조명의 따뜻한 방에 도착했다. 아내는 침대에 편안하게 옆으로 누웠다. 나는 가족사진을 꺼내 책상에 올려두었다. 아이들은 침착하게 엄마 배를 쳐다보고, 아빠를 시선을 따라갔다. 환한 미소로 방을 밝히며 출산식 도움팀이 도착했다. 출산식을 진행할 조산사님과 산모에게 집중해주실 둘라 선생님과 출산식 안전을 맡으실 산부인과 원장님.

자궁 우주속 아기를 감싸던 양수막이 터졌다. 아기를 떠안은 부력이 사라지고 아기의 몸은 중력을 받아들이며 새로운 세상으로 향한다. 10 센티미터. 엄마 아빠가 기다리는 세상으로 향하는 문이 모두 열렸다. 방안 모두가 깊은 호흡을 내쉬며 아기의 탄생에 집중했다. 아내는 무통 주사없이, 회음부 절개없이 천천히 아기와 생애 첫 호흡을 맞춰갔다. 아기가 조금씩 자궁문을 향해 내려오는 것 아내는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아내가 힘을 줄때마다 나도 가슴에서 아기를 밀어내고 있었다. 아이들도 우리가 잡은 손에 힘을 더해주었다. 굳게 잡은 손의 따뜻함은 압각, 촉각, 온각의 감각신경신호로 빠르게 뇌에 전달되어 타는듯한 느린 통각신호를 넉넉히 견뎌내게 했다. 옥시토신 호르몬은 아기의 내려오도록 힘을 실어주었다. 온 우주가 이 한생명의 탄생을 위해 존재 해온 것 같았다. 


 "엄마, 아기머리가 보였어요."

 차분하게 기다리던 아이들이 탄성을 질렀다. 진행을 맡은 조산사님이 이제 마지막 힘이 더해지면 아기가 나올거 같다고 하신다. 둘라 선생님이 마른 아내의 입에 물을 한모금 주신다. 산부인과 원장님은 안전을 위한 최종 점검을 하신다. 잠시 고요함이 흘렀다. 마지막 수축이 시작되었다. 엄마 힘내세요 아들과 딸이 엄마의 손을 꽉잡는다. 나는 뒤에서 한손으로 아내를 잡고, 다른 한손은 아기를 받을 준비를 했다. 아내는 머리를 뒤로 젖히고 마지막 깊은 한숨을 들이쉰다. 아기의 머리가 잠시 사라졌다. 아내가 곧 고개를 숙이며 숨을 내쉬며 마지막 힘을 준다. 아기는 본인이 지낸 자궁우주를 마지막으로 느끼고 머리와 얼굴을 자궁문으로 통과시켰다. 힘차게 뻗은 다리와 함께 아기는 낯선 세상에 첫발을 내디뎠다. 아기가 이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울음을 터트렸다. 두 아이들도 감격의 눈물을 글썽였다. 엄마의 가슴 위에 아기의 올려졌다. 엄마의 심장소리, 숨쉬는 패턴을 기억하는 아기는 잠잠해졌다. 아기야 엄마야. 아들도 웃통을 벗고 아기를 가슴에 올려 본딩을 했다.


"아기야, 형아야" 

 가족이 탄생했다. 아내와 나는 아이셋 엄마 아빠가 되었다. 아들은 형, 딸은 누나가 된 날이었다. 다섯 식구가 원을 그리듯 서로 안고 첫 만남 인사를 했다. 


생명 탄생과정 전부를 함께 경험한 큰아들. 감격스럽게 동생과 본딩중. 

 원장님이 자궁문에 조금난 상처를 천천히 꿰매여 주시고 계셨다. 행복하게 아기를 품에 안고 있는 아내의 눈과 마주 쳤다. 미소와 눈빛으로 서로 수고했다고 전했다. 잠시 눈을 감았다. 내 마음은 8년전 런던 병원 수술실로 돌아가 있었다. 꿰매지 못하고 수술실에서 나온 내가슴 깊은곳 가로그여진 상처가 꿰매어지고 있었다. 


 아기가 엄마 아빠가 기다리는 곳으로 태어났다. 언젠가 우리도 익숙한 이 세상 자궁에서의 삶의 기한이 다 되면, 예정일이 되어 우리를 기다리는 존재에게로 가기 위한 탄생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눈을 뜨고 아내의 손을 다시 잡았다. 당분간은 우리에게 맡겨진 이 생명을 끼워내고, 온 가족이 매일을 살아 낼 것이다. 현실 육아로 돌아가면 몸과 마음이 당분간은 지칠 것이나 한 생명이 태어나는 과정을 기억해내며 행복으로 그 매일을 채워갈 것이다. 아기를 바라보며 아내가 한마디 한다.


"내 나이 사십에 남편 덕에 순산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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