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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데 많아서 큰 것

by 박선희

내 안에서는 자주 무언가 요동친다. 나는 내 안에 무언가 있다고 느낀다. 정확히 이름 붙이기 어려운데 비슷하게 설명해 보자면 ‘생에 대한 사랑’인 것 같다. 나는 자주 ‘살아있다’는 감정을 생생하게 느낀다. 그럴 때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이미 알고 있다고 느낀다. 머리로는 몰라도 마음은 분명 알고 있다고 느낀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 나를 몰고 가야 한다고 느낀다. 그 방향, 그 의지에는 언제나 빛이 어려 있다. 괴로울 땐 그 빛이 희미해져도 꺼진 적은 없다.

나는 인생이 한 번 뿐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 그 사실은 내 삶을 아끼고 사랑하게 한다. 누군가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감사히 여기게 하고 다른 사람을 마음껏 좋아하게 만든다.

‘이 마음은 진짜야.’라고 느낄 때 나는 그 마음을 누군가에게든 꼭 전하고 싶다. 그럴 때 글을 쓴다. 그런데 말에는 한계가 있어서 뱉고 나면 그 말이 더 이상 내 것이 아니게 된다. 아주 수상한 문장이 되어버린다. 그런데도 마음이 끓어오를 때, 무언지 모를 활기가 내 심장을 뚫고 나올 것 같을 때 적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지금 쓰는 글이 언제나 가장 나답다. 지나고 보면 부끄러운 문장투성이일지라도 나는 지금 내가 느낀 이 감정을 소중히 여긴다. 이게 내가 삶을 사랑하는 방식이다. 내게 깃든 어떤 마음도 소홀히 여기지 않고 들여다본다. 그러다 보면 즐거움이 흐른다. 울음도 흐른다.

생에 대한 사랑이라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는 그 마음을 뭐라고 정의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지금, 유튜브에 저장해 둔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마루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는 지금, 내 옆에 놓여 있는 방금 내린 커피, 읽다 만 두 권의 책, 왼쪽에서부터 들어오는 한낮의 밝음, 점심에 먹을 라면과 김치를 상상하는 일, 키보드를 두드리며 완성해 가는 문장들, 이 모든 것들이 한데 모여 생의 사랑을 이룬다. 내게 사랑은 더없이 작은 것. 작은데 많아서 큰 것이다.

봄바람 한 점, 어린싹 한 잎, 라면 한 젓가락, 명랑한 웃음소리, 작고 작은 것들이 내 안을 채운다. 점점 차오른다. 사랑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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