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다움을 잃지 않는 게 포인트
나는 요즘 나이듦이 불쾌하다. 태어나 지금껏 매년 거르지 않고 나이 들어왔는데 이제와 불쾌함을 느낀다. 아마 나이듦이 늙음으로 이어지는 나이에 접어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도대체 얼마나 불쾌하냐면 정체성의 위기를 느낄만큼.
요 며칠은 거울 앞에서 늘어져 주름진 눈꺼풀을 만지작거리는 일이 잦았다. ‘내 눈 같지 않네. 나는 외까풀의 눈을 가졌는데, 이상하네.’하고 몇 번이나 거울 앞을 들락거렸다. 그러다가 앞으로는 주름지고 늘어져 낯설어진 얼굴에 겨우 적응하면 더 깊은 주름이 패여 놀라는 일들이 반복되겠구나 싶었다. 주름을 들여다보다 마음도 주름져 버리고 난리. 이해하지 못했던 일들을 이해하게 되는 일도 늘었는데 그러면서 몰랐던 감정들을 알게 된 것도 나를 늙게 만들었다. 공허나 초조처럼 몰라도 좋았을 텐데 싶은 감정들을 차례로 맛보고 나니 보석처럼 품어 왔던 나의 정수가 땀에 젖어 들어가는 등처럼 점점 어두워졌다. 즐거운 일이 줄어들고 근심이 늘었다. 그리고 마음이 단단해졌는데 단단해지더니 잘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일들에만 움직이는 마음을 갖게 될까 봐 걱정이다. 몇 개의 단어만 안중에 두고 그것만 돌려가며 사는 인생이 되는 것이 싫다. 나는 이것이 나다움을 잃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나대로 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기다움을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자기다움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현실에 몰두하다 보면 근심, 욕망, 관심사 모두 남과 다를 바 없이 비슷한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비슷한 걱정을 하고 비슷한 것에 만족해 해, 이것이 내 욕망인지 남의 욕망인지도 모르고 비슷한 것에 반응한다. 자기다움을 잃고 뻔해지는 것, 나는 그런 게 늙는 일인 것 같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자기다움 같은 고민들이 유치하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온다. ‘그런 건 애들 놀음이지 뭐.’하고. 그렇지만 눈앞의 일에만 몰두하고 열심히 사는 것만이 열심히 사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방식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나이 드는 게 싫었던 건 나다움을 잃어가고 있다고 느껴서인 것 같다. 불쾌보다는 초조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나다움도, 안으로 품어 왔던 나다움도 조금씩 훼손되어 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자기다움이라는 것이 고정된 것은 아니니까 초조해 말아야겠지. 몸과 마음이 수그러드는 이 경험이 아직은 낯설지만 분명히 앞으로의 시간에도 숨겨진 보물이 있을 것이고, 나는 꼭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나의 장기니까. 어떤 순간에도 나를 믿는다, 이것이 가장 나다운 모습인 것 같다. 나를 믿는다, 이것이 가장 나다운 모습이야. 잊지 말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