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 마, 늙는다고

나다움을 잃지 않는 게 포인트

by 박선희

나는 요즘 나이듦이 불쾌하다. 태어나 지금껏 매년 거르지 않고 나이 들어왔는데 이제와 불쾌함을 느낀다. 아마 나이듦이 늙음으로 이어지는 나이에 접어들었기 때문인 것 같다. 도대체 얼마나 불쾌하냐면 정체성의 위기를 느낄만큼.

요 며칠은 거울 앞에서 늘어져 주름진 눈꺼풀을 만지작거리는 일이 잦았다. ‘내 눈 같지 않네. 나는 외까풀의 눈을 가졌는데, 이상하네.’하고 몇 번이나 거울 앞을 들락거렸다. 그러다가 앞으로는 주름지고 늘어져 낯설어진 얼굴에 겨우 적응하면 더 깊은 주름이 패여 놀라는 일들이 반복되겠구나 싶었다. 주름을 들여다보다 마음도 주름져 버리고 난리. 이해하지 못했던 일들을 이해하게 되는 일도 늘었는데 그러면서 몰랐던 감정들을 알게 된 것도 나를 늙게 만들었다. 공허나 초조처럼 몰라도 좋았을 텐데 싶은 감정들을 차례로 맛보고 나니 보석처럼 품어 왔던 나의 정수가 땀에 젖어 들어가는 등처럼 점점 어두워졌다. 즐거운 일이 줄어들고 근심이 늘었다. 그리고 마음이 단단해졌는데 단단해지더니 잘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다수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일들에만 움직이는 마음을 갖게 될까 봐 걱정이다. 몇 개의 단어만 안중에 두고 그것만 돌려가며 사는 인생이 되는 것이 싫다. 나는 이것이 나다움을 잃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다움을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꽃과 음악과 술과 책ㅋㅋ

그냥 나대로 살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자기다움을 유지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자기다움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현실에 몰두하다 보면 근심, 욕망, 관심사 모두 남과 다를 바 없이 비슷한 사람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비슷한 걱정을 하고 비슷한 것에 만족해 해, 이것이 내 욕망인지 남의 욕망인지도 모르고 비슷한 것에 반응한다. 자기다움을 잃고 뻔해지는 것, 나는 그런 게 늙는 일인 것 같다. 현실에서 부딪히는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자기다움 같은 고민들이 유치하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온다. ‘그런 건 애들 놀음이지 뭐.’하고. 그렇지만 눈앞의 일에만 몰두하고 열심히 사는 것만이 열심히 사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방식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나이 드는 게 싫었던 건 나다움을 잃어가고 있다고 느껴서인 것 같다. 불쾌보다는 초조에 가까운 감정이었다. 겉으로 보이는 나다움도, 안으로 품어 왔던 나다움도 조금씩 훼손되어 가고 있다고 느꼈다. 그렇지만 자기다움이라는 것이 고정된 것은 아니니까 초조해 말아야겠지. 몸과 마음이 수그러드는 이 경험이 아직은 낯설지만 분명히 앞으로의 시간에도 숨겨진 보물이 있을 것이고, 나는 꼭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나의 장기니까. 어떤 순간에도 나를 믿는다, 이것이 가장 나다운 모습인 것 같다. 나를 믿는다, 이것이 가장 나다운 모습이야. 잊지 말아야지.

자연은 언제나 나다움을 회복시켜 주는 내 오랜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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