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eirut Apr 09. 2019

내 입에 맞는 커피를 내리려면

맛있는 커피를 위해 신선한 원두는
추출 전에 바로 갈아서 사용해야 한다


앞서 말했지만, 볶은 커피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과 향이 줄어든다. 그라인딩한 후에는 커피가 공기와 맞닿는 표면적이 넓어져 휘발 성분이 더 빠르게 날아간다. 커피에서 향이 빠지기 시작하면 맛 또한 변할 수밖에 없다. 맛있는 커피를 위해 신선한 원두를 추출 전에 바로 갈아서 사용하는 이유다.      


조리를 할 때 주방이 청결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듯, 신선한 커피를 내리려면 추출 기구가 깨끗해야 한다. 커피에서 나오는 색소나 향미 성분들이 기구에 남아 있으면, 추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커피 기구 전용 세제로 깨끗하게 닦아주는 것이다. 세제로 닦아도 미묘하게 향이 남아 있을 수 있고, 깨끗하게 닦지 않으면 오히려 안 닦은 것만 못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물은 커피를 구성하는 가장 큰 부분이다. 그 물이 신선하지 않거나 각종 오염물질이 섞여 있다면, 커피 맛은 당연히 수그러들 수밖에 없다.      


앞서 빡빡머리 바리스타는 강하게 볶은 만델린 커피의 깊은 보디감을 살리기 위해 커피의 기름 성분을 살릴 수 있는 융 드리퍼를 골랐다. 이렇게 추출 목적에 알맞은 기구를 골랐다면, 그 기구에 알맞은 굵기의 그라인딩이 필요하다. 가령 에스프레소는 추출 시간이 길어봐야 30초 남짓이다. 짧은 시간에 고농도의 커피를 뽑아내야 하기에, 가늘게 갈아야 알맞은 추출을 할 수 있다.      


반면 중력의 힘에만 의존하는 핸드드립의 경우 추출 시간이 비교적 길다. 따라서, 깨알 정도의 굵기로 갈아 추출해야 최적의 커피 맛을 낼 수 있다고 한다. 핸드드립을 할 때, 지나치게 커피를 곱게 갈 경우 추출 속도가 느려지고 커피와 물이 만나는 시간이 길어져 맛없는 커피가 나올 수 있다. 또한 기구가 감당할 수 있는 분량의 커피를 온도와 시간을 지켜 내려야 맛있는 커피를 만날 수 있다.        



산업의 발전, 자본의 투입, 고도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커피 생산 과정에서부터 커피 본연의 맛과 향에 집중하는 ‘스페셜티 커피’ 시대가 도래하면서 도제식 교육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감’ 혹은 ‘경험’에 대한 의존도 줄어들었다.


오늘 처음 커피를 시작하는 사람도 어떤 커피를 어떤 도구로 추출할지부터 시작해 추출의 모든 과정에 ‘왜’라는 질문을 하며 커피를 배운다. 추출에 영향을 주는 가변요소들의 영향을 알고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다. 덕분에 사람들은 이전보다 쉽게 추출 원리를 이해하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로스팅을 할 때는 화력, 드럼의 온도, 배기상태 등 모든 요소를 그래프로 그려가며 체크하고, 커피 추출에 저울과 온도계는 필수품으로 사용할 만큼 맛있는 커피에 대한 객관적인 기준을 찾아가고 있다.


심지어는 물에 녹은 커피 고형 성분의 정도, 즉 추출 농도(혹은 추출 강도)를 나타내는 TDS(Total dissolved solids)를 측정하고, 이를 통해 분쇄된 커피 중에 얼마만큼 커피 성분이 물에 녹았는지를 나타내는 수율을 계산하기도 한다. 커피의 맛을 평가하는 기준도 수치로 변환되어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에 이른 것인데, SCA(스페셜티커피협회) 기준으로는 TDS는 1.15~1.35%, 수율은 18~22%의 커피가 최적의 맛을 낸다고 나와 있다.     


물론 맛있는 커피를 내리기 위해 이 모든 것을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과학적인 분석이 따른다고 하지만 사람들의 취향은 제각각이기에 이상적인 커피를 수치로 규정하는 일은 여전히 불가능하다. 황금비율에 맞춰서 이상적인 그림을 그렸다 한들, 내 눈에 아름답지 않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처음에는 내 입맛을 이상적인 기준에 맞추려고 애쓰곤 했다. 전문가들이 맛있다고 평가하는 커피라면, 이상적인 수율을 나타내는 커피라면, 맛있으려니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커피도 하나의 음식이었기에 결국에는 내 입맛을 따르게 되었다. 생각해보니, 아주 오래전 배웠던 ‘맛있는 커피 6원칙’만 따르면 그 어떤 커피든 누군가의 입맛에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글을 마무리하면 무책임할 수 있기에, ‘맛있는 커피 내리기 6원칙’ 이후에 챙겨야 할 것들을 간단하게 짚어보고자 한다.      


라면을 끓일 때도
조리 예를 따라야 가장 맛있듯,
도구를 만든 회사의 가이드를 따르면
좋은 추출을 할 수 있다


우선, 변하지 않는 것들을 생각해보자. 구입한 원두는 시간에 따라 신선함이 줄어들겠지만, 그 커피가 가진 고유의 성질이 크게 변하지는 않는다. 커피를 내리기에 이상적인 물에 대한 정의가 있긴 하지만, 우리 집 수도관을 내 마음대로 교체할 수 없는 이상 물의 맛 또한 변하지 않는다. 전문적으로 커피를 내리는 공간이 아니라면 변수는 크게 줄어든다.


그렇다면 내가 구입한 커피에서, 내 입맛에 맞는 요소들을 추출하는 일만 잘 해내면 꽤 맛있는 커피를 만들 수 있다. 그 첫 번째는 추출 기구에 맞는 방법으로 추출하는 것이다.      


▪ 추출 기구 : 핸드드립(드리퍼), 에어로 프레스, 프렌치 프레스, 케맥스, 클레버 등     

▪ 추출 방법 : 각 기구의 설명서 참조


기구의 포장지 혹은 동봉된 설명서를 살펴보면 표준 레시피가 나와 있다. 라면을 끓일 때도 조리 예를 따라야 가장 맛있듯, 도구를 만든 회사의 가이드를 그대로 따르면 좋은 추출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고민이 된다면 각 기구마다 기준이 되어줄 추출 예를 참고하자. 순서는 1인분의 원두량, 분쇄 정도, 물 온도, 인퓨징(말라 있는 원두 가루를 물에 적시는 과정이다. 커피 성분이 물에 잘 추출되게 하는 과정으로, 이때 물과 접촉한 원두가 로스팅 과정에서 생긴 가스를 내뿜으며 부풀어 오르게 된다)을 위한 물의 양, 인퓨징 시간, 추출하기 위해 붓는 물의 양, 커피 성분 침출을 위한 시간이다.     



에어로 프레스

15~18g / 곱게 갈아서 / 80~90도 / 20~30ml / 30~40초 후 200ml의 물 추가 / 1분에서 1분 30초 후 프레스! (총 2분)     


클레버

15~18g / 드립용으로 그라인딩(깨알 정도의 굵기) / 90도 이상 / 20~30ml / 30~40초 후 240ml의 물 추가 / 2분에서 2분 30초 후 추출! (총 3분)     


프렌치 프레스

15~18g / 프레스용으로 그라인딩(드립용보다 굵게) / 90도 이상 / 40~50ml / 30~40초 후 220ml의 물 추가 / 3분 후 프레스! (총 3분 30초)     


중요한 것은 표준 레시피가 아니라 내 입에 맞는 커피다. 내 입에는 커피가 너무 쓰거나 아니면 신맛이 거슬릴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다음을 참조하자.  

   


▪ 내 입맛에 따라 커피 내리기


쓴맛이 강해요

분쇄는 조금 더 굵게, 물 온도는 조금 낮춰서, 추출량(시간)은 좀 줄여서     


신맛이 강해요

분쇄는 조금 더 가늘게, 물 온도는 조금 높여서, 추출량(시간)은 좀 늘려서     


* 물의 온도는 최소 80도 최대 95도의 범위에서 사용한다.

** 추출량을 종잡기 어렵다면, 커피 1g당 16~17ml의 물을 사용해보자.

*** 1인분에 사용되는 커피의 양은 보통 15~20g이다.

이전 05화 맛있는 커피 내리기의 6원칙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