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동물을 좋아한다. 새끼도 귀엽지만 성체가 되어도 여전히 귀엽다. 동물이 나오는 영상은 하루종일이라도 볼 수 있다. 그것도 입꼬리를 실룩거리면서 말이다. 동물의 순수하고 맑은 눈, 이리저리 사고를 치는 모습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나는 귀여운 것이 좋다.
그러나 아기는 좋아해 본 적이 없다. 단 한 번도
별로 귀엽지 않다.
그저 '아기구나-' 할 뿐이다.
아기가 아무리 작다 한들 동물보다 앙증맞지는 않다. 게다가 아기는곧 자란다. 어느새사춘기가 되고 어른이 되면 조금도 귀엽지 않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영 부담스러운 마음이 들어 그나마 남아있던 신비로운 마음마저 싹 사라져 버린다. 아기를 낳고 난 이후에도 모성애가 생기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던데 그중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닐까?
내가 그런 이유로 아기를 낳지 않는다고 하면 사람들이 내게 이렇게 말한다.
"에이- 네가 낳은 아기는 귀여울걸?"
"나 아는 사람도 아기 안 좋아했는데 자기 아기는 귀엽다고 물고 빨고 난리야."
그러던 내가 어느덧 임신 24주 차가 되었다. 28.9센티 옥수수만 한 아기는 내 뱃속에서 하루종일 바쁘게 움직인다.
첫 태동을 겪으면 대개의 임산부들은 꼬물거리는 태아를 상상하며귀여워한다. 누가봐도 해골같이 보이는 시커먼 초음파 사진만 보면서도 귀여워서 어쩔 줄 몰라한다. 부럽다. 저렇게 귀여워 어쩔 줄 몰라하는 사람이라면 아기 키우는 것도 좀 수월하려나?
반면에 나는 나이도 40이 넘었으면서 초음파 사진을 봐도 오로지 덤덤할 뿐이다. 발가락이 다섯 개, 손가락이 다섯 개, 숫자를 세면서 안도한다. 모두 잘 있구나. 다행이구나. 하면서.
나이든 사람답게 노파심은 좀 든다. 태아가 뱃속에서 덜 움직이면 걱정이 되고 너무 많이 움직이면 조금 더 걱정이 된다. 노화된 자궁에서 지내는 게 힘들지는 않을까 염려가 된다.
그러나... 여전히 아기들이 조금 더 귀여워 보인다거나 하는 증상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