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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수연 Aug 21. 2023

딩크가 이기적이라는 황당한 소리

41세 딩크족에게 아기가 굴러 떨어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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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임기 30여 년간 미출산 여성으로, 40살이 넘어서까지도 무자녀 부부로 살면서 아이를 낳지 않는 사람은 이기적이라는 뉘앙스의 이야기를 접해왔다.


가장 어이가 없었던 논리는 이것이다. 마치 우리 부부의 노후 자금을 자기 자식이 낸 세금으로 충당하게 된다는 논리였는데 참 기가 차다.


자신의 아이의 출산 지원금은 물론 각종 양육 지원금, 무상교육비는 도대체 누구의 주머니로부터 나왔다고 생각하는지? 아이가 없는 나는 그 부분에 대해서 전혀 아까워하지 않았다. 부모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기부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의 아이가 나중에 우리에게 효도라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자기 자식이 낼 미래의 세금이 아까워 죽겠다는 심보가 고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부모의 관점이 되어보지 않았으니 따지고 드는 것은 소용이 없다



딩크가 이기적일까?
그렇다.

그렇다면 자녀가 있는 사람은
이기적이지 않은 걸까?




아니다. 이기적이다.

딩크건 아니건 사람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위의 기술했던 사람의 아이를 낳은 이유가 기가 막히다. 첫째는 부모의 행복을 위해서 둘째는 첫째를 위해 낳았다고 했다. 과연 나라의 미래를 걱정해서, 인류의 발전을 위해서 낳았을까? 글쎄다.


분명 부모는 자녀에게 이타적이다. 자녀를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이타적인 사람이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누군가를 돕는 행위도 실은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나의 부모님은 크리스천으로 나의 잉태를 위해서 기도했다고 했다. 40대 늙다리 딸의 행복(?)을 위해 자신들의 시간과 에너지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나는 단 한 번도 임신을 도와달라고 부탁한 적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반대의 부탁을 많이 했었다. 나는 아이를 낳고 싶지 않으니 제발 이해해 달라고 말이다.


부모님은 내가 아이가 생기자 본인들의 기도가 효력이 있었다고 생각하셨다. 혹여나 내가 아이를 낳아 키우며 느끼는 기쁨의 광경을 목격하실 때마다 뿌듯하실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고맙지 않고 오히려 화가 치민다.


부모님은 항변하실 테다.

너를 위해서였다고. 언젠가 부모의 마음을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헐이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들을 위해서이다. 자식이 본인들이 정의하는 행복의 굴레 안에 안착해야 마음이 편할 테고 그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언젠가의 자식의 몫이다.


이러한 행위를 오로지 자식을 위한 헌신의 행위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지극히 이기적인 인간의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누구를 위한 기도인가?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그저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다. 물 며칠 못 마시면 사그라드는 연약한 존재. 고통스러운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촛불 같은 존재이므로 험난한 세상, 미지의 세계로부터 스스로를 지켜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많은 것들이 무릎을 탁 치며 이해가 된다. 나를 배신했던 그가 나쁜 것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득을 위해 움직이기 때문에 그는 최선의 행동을 했다. 다만 그의 배신이 나의 이득에 반했기 때문에 '배신'이라고 정하고 욕을 했던 것이다. 반대로 상대의 배신이 나에게 이득이 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행운'이라고 부른다.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생각하고 선택한다.  



매슬로우는 인간의 최상위 단계의 욕구를 자아실현의 욕구라고 했다. 생존의 욕구, 소속의 욕구등 하위 욕구가 채워지면 자아실현의 욕구를 채우고자 하는데 대개 자아실현이라면 타인을 돕는 것으로 자기 존재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이타심도 자기 욕구 채우기 안에 포함된다. 


물론 생존의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음에도 자아실현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있다. 분명 놀라운 일이다. 어떤 이는 목숨을 걸고 전쟁터로 떠나고 어떤 이는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사비를 들여 남을 돕는다. 그리고 보람과 자아실현을 획득한다.





나와 남편이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나 자신의 유년시절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은 고되고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들을 더 많이 하며 살았다.


그런 힘든 삶을 아이에게 주고 싶지 않았다. 아이를 위해서.

그렇다면 우리 부부는 이기적이지 않은 것일까?

아니다. 이기적이다. 아이가 힘들어할 모습을 보고 싶지 않다는 자신들의 욕구를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사람들은 딩크보다 덜 이기적인가? 나는 우리 부모를 봐도 부모라는 존재가 딩크보다 덜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혼했으니 응당 아이를 낳아야지'하며 아이가 있는 부모로 살길 원하고, 괜찮은 부모로 인정받길 원하며, 자신의 희생을 (어쩌면 당연한) 아이가 알아주기를 바란다. 때론 변명하고 진심으로 미안해할 줄 모르며 무엇에 어떻게 고마워해야 할지 모른다. 과연 딩크보다 덜 이기적인가?


부모도 딩크만큼 이기적이다. 사람이기 때문에. 똑같이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면 서로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나라를 위해 아이를 낳아야지.' 하는 멍청한 어른들에게 전하고 싶다. 너나 잘하세요. 얼마나 자신이 이기적으로 살았고, 다른 사람의 삶의 스토리는 눈곱만치도 관심이 없어서 지금도 누군가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하는 자기 자신을 보세요.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다.

그러니 항상 나만 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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