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3세 초보 엄마이다. 엄마는 초보지만 인생은 중년이므로 '초보' 딱지를 붙이기가 어색하고 사회에 죄송스러운 마음이다.
40살이 넘도록 팔도유랑단처럼 전국을 돌며 일을 했다. 임신하고도 거절할 수 없어서 재킷으로 배를 가리고 일했다. 너무 오래 딩크족으로 살아서일까? 배가 불러오는 동안에도 임신 실감이 안 났으므로 뱃살 두둑한 중년 여성처럼 돌아다녔으나 누구의 의심도 사지 않았다. 흑흑.
배를 째서 아기를 꺼낸 지도 어언 90일이 지났다. 이토록 오랫동안 집에 처박혀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날씨는 그저 매일 바뀌는 액자 속 풍경일 뿐, 나의 옷차림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하루종일 말할 상대가 없어 거미줄 친 것처럼 입술이 짝짝 달라붙고, 나들이 동선은 오로지 침대에서 거실에서 부엌, 좀 멀리 나가면 세탁실이 되었다.
새로워진 것이 있다면 바로바로바로 아기가 곁에 있다는 점이다!
집에 아기가 있다!
40대 중년 여성은 난데없이 아기로 얼룩진 삶을 살고 있다.
아기는 하루종일 울고 웃고 먹고 잔다. 단지 이 정도면 좋겠지만 아기라는 존재는 빈번히 울어 제끼는 것이 맡은 역할이다. 일어나면 울고 배고파 울고 졸려서 울고 불편해서 운다. 그렇게 자기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것이다.
불쌍한 초보 엄마는 매 순간 눈이 띠용 튀어나온다. 방금 밥을 먹었는데 왜 또 우는 것이냐.... 손으로 기저귀를 들추며 물어보지만 아기는 대꾸가 없다.
내 인생을 돌이켜본다. 멋대로 산지 40년. 그중 아기라는 생명체와 가장 오래 있었던 시간은 내 평생 고작 10시간도 안될 것이다. 30분만 지나가도 입꼬리가 마비되고 슬슬 일어나고 싶어 엉덩이를 들썩거렸던 여자다.
만일 울기라도 하면 오노... 미안하지만 앞뒤 잴 것 없이 그대로 줄행랑이었다.
그런데 뇌가 돌아버렸는지 아기 우는 소리가 귀엽다.
우는 아기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정말... 너무 웃기고 귀여워 팔짝팔짝 뛰고 싶을 지경이다. 내 가슴이 밀랍으로 되어있었나! 왜 이리 쉽게 녹아내리는 것인지?
홍당무같이 빨개진 얼굴이라는 표현은 동화 속에서 나오는 재미있는 미사여구인 줄 알았다. 그러나 우는 아기의 얼굴은 실제로 시뻘건 홍당무 같다. 찡그린 미간, 볼록 튀어나와 앙 다물어진 눈꺼풀, 찹쌀떡 같은 볼따구, 바르르 떠는 앙증맞은 혀와 아무것도 나지 않았지만 다소곳이 자리 잡은 잇몸,이 모든 게 훤히 들여다 보이는 작은 입도!
증말 증말 귀여워서 미안하지만 우는 얼굴을 쪼금 들여다보다가..... 달래주려고 품에 안으면..... 새로운 귀여움이 또다시 터져 나온다.
안길 마음이 전혀 없는 것처럼 흐물흐물 늘어져 있는 아기, 피부가 어찌나 좋은지 눈가에 눈물방울을 흘러내리지도 않고 몽글몽글 맺힌 채로 요리조리 눈알을 굴리며 집안 구석구석 관찰하는 모습이 너무 웃겨.
나 미쳤나 봐.
아기가 너무 귀여워 죽을 것 가트다.
안녕하세요!
폐경인줄 알고 산부인과 갔다가 임신 출산까지 하게 된 딩크족 40대의 아기 키우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