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수연 Mar 08. 2024

아이를 낳은 이후에도 정말 행복할까?

이미 엎질러진 물, 합리화 아닌가요?



짝을 짓고 번식하라는 유전자의 명령을 거부한 채 기어이 중년이 되었다. 불혹의 고개를 무자녀 딩크넘어가는,


,

이미 넘어버린 후에도 미처 해결하지 못한 궁금증이 하나 있었다.


아이를 낳은 이후에도 정말 행복할까?


내가 아는 여자들의견을 5:5로 모아주었다. 행복하긴 하지만 아이 없이 부부만 사는 삶도 좋겠다는 의견과 아이는 인생에서 가장 큰 행복이고 축복이라는 의견이었다. 강도는 다르나 아이가 있어 행복하다는 건 동일했다.   


도대체 아기가 있는 여자들이 이야기하는 행복이 무엇일까? 이미 낳아버렸으니 행복하다고 합리화하는 건 아닐까? 24시간 내내 아이에게 맞춰줘야 하는 서포터의 삶이 대체 행복해봐야 얼마나 행복하다는 걸까?


노키즈 존만 골라 다니고 하나뿐인 조카와도 단 10분을 못 놀아주는 '아기 알레르기'가 있는 나는 아기를 키우며 행복하다는 말이 도무지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사실 우리 부부는 아기 대신 앵무새를 한 마리 키우고 있었다. 손에 쏙 들어와서 무방비로 잠을 자는 정말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앵무새이다. 앵무새를 키우며 행복했다. 그런 행복을 말하는 걸까?


솔직히 귀여운 걸로 치자면 강아지나 고양이가 더 귀엽지 않나? 게다가 동물은 자라지 않는다. 언제까지나 귀엽다.


우리 집 강아지는 18살에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까지 사람들에게 '강아지'라고 불렸다. 실제로는 노견인데도 작고 귀여웠기 때문이다.




어쨌든,

불혹의 딩크였던 나는 산부인과에서 기절초풍할 '임신'진단을 받고 그로부터 37주 후에 아기를 낳았다. 임신 도중에도 이게 맞는 걸까 괴로웠다.


아기를 낳은 지 4일째, 그날은 모유수유 교육이 있는 날이었다. 가차 없이 째진 배를 움켜잡고 신생아실로 갔다. 신생아실 간호사는 내 이름을 묻더니 아기를 들고 와 품에 안겨주었다.


헉.

이게 뭐지?

이런 심해와도 같은 깊은 충만감은!?


행복이 발끝에서부터 무릎 엉덩이 허리를 지나 가슴 어깨 머리끝까지 쫘악 차오른다.


단 한 번도 경험해 본 적 없는 미칠 것 같은 행복감! 그동안 누렸던 즐거움과는 비교도 안 되는 도파민이 나의 온몸에 스며들었다.


아기 낳은 여자들이 이야기했던 행복이 바로 이거였구나.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결코 상상할 수 없는 깊고 진한 행복.

 

내가 겪은 딩크의 행복이 초콜릿가공품이라면 아기를 품에 안은 행복은 진한 생초콜릿이랄까?


이제 나도 아기를 낳은 여자가 되었다. 누군가가 나에게 아이를 낳은 이후에도 정말 행복하냐고 물으신다면?


TRULY YES!




이전 05화 마흔 넘은 엄마가 아기 소개하는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