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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방은 생각하기에 좋지만, 그만큼 우울해지기도 쉬운 곳이다. 나는 쉽게 우울해지거나 무기력해지지 않으려고 가능한 한 집이 아닌 곳에서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쓰려고 했다. 매일 밖에 나가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정착하게 된 건 동네의 한 카페였다. 내가 나온 중산고등학교 바로 옆에는 특수학교인 밀알학교가 있는데,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 안에 카페가 있는 줄은 미처 몰랐다. 그렇지만 ‘더카페’에 간 첫 며칠 동안은 내내 손님이 나 말고는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는 곧 동네의 다른 사람들도 이렇게 넓고 쾌적하고 조용한 곳이 있다는 걸 모르고 있구나 하는 묘한 안도감에 도취되기도 하였다. 일요일이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는 밀알학교와 ‘더카페’가 주말의 명소인 줄 정말 몰랐다. 특히 일요일에 그렇다는 걸 말이다. 몇 주 동안 면밀히 관찰한 바, 그래도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다른 날보다 사람이 많긴 해도 앉을 자리가 조금씩은 남아 있었는데 일요일은 그렇지 않았다. 오전 이른 시간부터 저녁 6시 정도까지 항상 사람이 가득했는데, 다들 한 주 동안 오늘만 기다렸다는 듯이 활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안타깝게도 나는 아직 이 일요일의 비밀이 무엇인지 모른다. 누구든 이 어려운 비밀의 내용을 알고 있거나 알아낸다면, 넓은 아량으로 내게 일러주시길!
아무래도 글을 쓰기에는, 특히나 혼자 간직할 게 아니라 다른 사람 눈에 들어야 할 글을 쓰기에는 한산한 평일이 좋았다. 나는 자리가 많은데도 굳이 한 곳에만 앉으려고 했는데, 일어나서 팔을 뻗기만 하면 닿을 거리에 아주 잘 자란 수박만큼 커다란 종 네 개가 동앗줄에 묶여 천장에 매달려 있는 자리였다. 쇠가 아니라 도자기로 만들어진 종들은 처음부터 내 이목을 끌었다. 너무 생뚱맞았기 때문이다. 이것들이 무엇이며, 어떤 의미가 있으며, 왜 여기에 있는 것인지 궁금해 하다가 나는 기어이 이 종들도 울릴 수 있는지 호기심을 갖게 된 것이었다.
하, 지금 나를 의심하고 있지는 않은가? 어느 날 결국 호기심을 참지 못한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 손으로 건들여 그 종들이 울리나 안 울리나 시험해 봤을지도 모른다고? 이제 서른이나 된 어른인데도? 배울 만큼 배운 사람인데도? 에이, 아무리 평일에는 보는 눈이 많이 없기로서니. 내가 그랬을 리가 없지 않은가?
어느 평일의 오후, 아마 네 시 반 즈음이었을까? 하여튼 종이 울렸다. 정말이지 누가 울린 것인지 나로서는 알 수 없는 그 종소리가 카페 안에 퍼지고 있었을 동안 나는 처음 보는 장소에 도착해 있었다. 내가 앞으로 정원이라고 부를, 마침내는 푸른 장미 정원이라고 부를 곳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