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가볍게 생각했었다. 고작 1도 오른다고 뭐가 달라지길래 유난이지? 이렇게 생각했었다. 북극의 빙하가 녹아봤자 북극곰한테나 위험하고, 해수면이 올라가봤자 저 멀리 남태평양의 섬나라에게만 위험한 일 아니냐고.
진심으로 궁금했고, 그래서 찾아봤다. 많은 기사와 책을 읽었다. 알면 알수록 심각했다. 고작 1도지만, 이미 인간이 오랫동안 적응해온 시스템에는 거대한 변화였고, 그 변화가 어디에 무엇을 가져올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 공포였다. 죽음의 랜덤게임이 시작된 것 같았다.
기후변화는 말 그대로 기후가 변화하는 것이다. 기후는 한 지역에서 수십년 동안 평균적으로 나타난 날씨를 의미한다. 그런데 일정한 규칙을 보이며 수십년 동안 비슷한 양상을 보여온 '기후'가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1] 이미 오랫동안 규칙적으로 나타난 기후에 적응해온 우리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예측불가능성, 그것은 쉽게 대비할 수 없는 위험을 내포한다.
그런데 특정 지역에 규칙적으로 나타나왔다는 그 기후, 전세계의 모든 지역이 연결되어 있다. 지구는 하나의 유기체고, 자연은 하나처럼 움직인다. 브라질의 나비 날갯짓이 캘리포니아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킬 수 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닐 수 있다. 해류의 방향만 바뀌어도 대기에 영향을 미친다. 그만큼 지구 기온이 변화한다는 의미는 지구 전체의 기후가 요동친다는 의미다. 대기가 불안정해지는 등 갑작스러운 날씨 변화를 맞게 되고,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우리가 마주하는 기후변화다.
기후변화가 인류에 미치는 영향 - '기후변화의 모든 것', GS칼텍스, 9쪽
1) 자연재해
[기상관측 135년만에 가장 뜨거운 시베리아] - 조선일보 (좌) // 2020년 7월 대전, 충청지역 호우 특보 - 뉴스줌 (우)
① 장마
우선, 2020년의 장마부터 얘기를 시작하고 싶다. 역대 최장기간이었다.[2] 뉴스 곳곳에서 떠들석했던 장마인 만큼, "올해 장마의 이름은 기후변화다"라는 말을 모두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 같다. 실제로 장마기간이 길었던 이유는 시베리아의 기온이 38도까지 치솟는 이상현상이 지속되면서 극지방의 찬공기가 내려와 장마전선이 한반도에 정체되었기 때문이다.[3] 온도가 높아지면, 공기가 수분을 더 많이 함유해서 비가 많이 내리는 지역에 더 많은 비가 내리는 폭우가 잦아지게 된다. 특히, 짧은 시간동안 좁은 지역에 많은 양의 비를 쏟아내는 '국지성 호우'가 자주 발생한다.
② 태풍
2020년엔 장마뿐만 아니라 강한 태풍도 많이 지나갔다. 이것 역시 기후변화가 영향을 미쳤다. 기온이 올라가고 수증기 공급이 활발해질수록 태풍의 세기는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앞으로 태풍이 점점 강해질 거란 전망도 있다. 이렇게 기후변화로 인해 자연재해는 더 잦아지고, 더 세진다. 아시아에서만 최근 태풍의 평균 세기는 15% 강해졌고, 4~5등급에 해당하는 태풍의 비율이 2배 높아졌다.
③ 폭염
WHO의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 더위만으로 사망에 이르는 사람이 전세계 65세 이상만 25만 명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한다.[4] 그리고 지구는 고르게 더워지지 않는다. 상황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건 동아시아, 남아시아, 동남아시아다. 지도에 우리나라도 울긋불긋 표시가 되어있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도 온열질환에 노출된 사람의 수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④ 가뭄
기온이 높아지면, 건조한 지역은 수분 증발량이 더욱 많아지면서 더 건조해지고 더 가물게 된다. 기상청에서 발간한 '신기후체제 대비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극단적인 강수현상이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담수 사용에 큰 역할을 하는 고산지대의 빙하도 녹고, 해수면이 높아지면 바닷물이 담수 지역으로 침범하는 등 물 부족도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⑤ 산불
2019-2020 호주 산불 당시 피해 범위, 동아일보건조하고 뜨거울수록 화재도 많이 발생하게 된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연평균 400건이 넘는 산불이 발생하고 있으며, 650헥타르, 즉 축구장 930개 정도의 크기가 불탄다.[5] 호주는 작년-올해 산불에서 한반도의 85% 크기가 타버렸고, 시베리아, 캘리포니아 등 산불은 꾸준히 심각하다.[6] 그리고 산불은 엄청난 온실가스를 뿜어내며 지구온난화를 더욱 심화시키고, 탄소 흡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나무들도 많이 소실된다.
2) 생명체 멸종
지구는 이미 4억 5천만 년 전과 2억 5천만 년 전에 대멸종을 겪었다.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생물이 멸종하고 있는 현재, 그 멸종속도는 이전에 겪은 대멸종 시기와 유사하다. 그 때는 운석 충돌이나 화산폭발 등의 거대한 자연의 힘이 이유였다면, 지금은 모두 우리의 책임이다.
기온이 2도만 올라가도 생물종의 3분의 1 이상이 멸종할 수 있다. 아무리 발 있고 날개 달린 동물들이라고 해도 서식지를 옮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오래 걸리기 때문에 변하는 기후로부터 대피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도망치지 못한 동식물들은 위협적인 환경에 놓이게 된다. 열기 그 자체의 위험도 있지만, 봄이 빨라져 부화시기를 놓치거나, 애벌레의 수가 줄어 굶어죽는 등 자연의 견고한 질서가 흔들리게 된다. 여기에 각종 자연재해까지 겹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심지어 우리는, 포획과 남용, 무분별한 사냥으로 그 나머지마저도 지구상에서 빠르게 사라지도록 돕고 있다.[7]
왼쪽 산호 백화현상, 오른쪽 백화현상이 지속돼 사망한 산호 (사진 Australia Marine Conservation Society 제공) - 뉴스펭귄바다생물도 마찬가지다. 바다는 따뜻해질수록 산소가 부족해진다. 산소로 호흡하는 바다생물들은 질식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호주의 유명한 산호초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는 '백화현상'으로 3분의 2가 넘는 산호가 파괴되었다.[8] 백화현상은 바다 수온이 높아지면서 산호의 영양공급원이 사라지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산호가 죽어간다는 의미다. 산호초는 해양 생물의 4분의 1을 지탱하며 바다의 먹이사슬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산호초가 대량으로 파괴되면서 해양생물의 먹이사슬도 흔들리게 된다.
3) 식량난
지구의 온도가 점점 상승하면 경작 가능한 지역은 점점 줄어들고, 수확량이 감소한다. 지구의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수확량이 10퍼센트 감소한다.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병충해도 점점 증가한다. 심지어 대기의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아질수록 식물의 영양소가 감소한다. 더불어 가뭄을 비롯한 각종 이상기후 현상과 자연재해로 논밭이 뒤집어지고, 가축을 먹일 사료를 경작하는 목초지도 가물게 된다. 먹을 입은 점점 많아지는데, 농업은 물론 목축업까지도 위기에 처하게 된다.
4) 전염병
이전에도 언급했듯, 기후가 변하고 숲이 파괴되거나 변형되면 동물들도 그에 맞춰 움직인다. 야생동물과 인간의 거리가 좁혀졌고, 그들의 몸에 기생하는 각종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유입될 가능성이 현저히 높아졌다. 코로나19, 에볼라, 지카도 비슷한 과정으로 발생했다. 또 전지구적으로 기온이 높아지면서 열대모기 서식지가 확대되고, 말라리아와 뎅기열과 같은 열대 전염병 감염지역도 확대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이 야생동물로부터 유입되는 신종 바이러스 대유행을 경고해왔다. [9]
고재경 외 4명, 「코로나19 위기, 기후위기 해결의 새로운 기회」 경기연구원, 2020.5.12
이렇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도, 그다지 위협적이지 않을 수 있다. 내일 당장 일어날 일도 아니고, 내 눈앞에서 일어날 일도 아니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인류의 멸종을 외쳐봤자 먼 미래처럼 느껴질 뿐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후변화의 영향이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측할 수 없고, 어디든 닿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 수많은 기회를 이기심과 무지로 날리고 있는 건 아닐까?
주석이 달리지 않고 제시된 수치는 아래 두 책에서 참고했습니다.
마크 라이너스, 『6도의 멸종』세종, 2014년
데이비드 웰러스 웰즈, 『2050 거주불능 지구』추수밭, 2019년
기후변화센터
이재윤, "장마 역대 최장기간 기록" 연합뉴스, 2020.8.16
김희진, "이 비의 이름은 장마가 아니라 기후위기입니다" 경향신문, 2020.8.9
"Quantitative risk assessment of the effects of climate change on selected causes of death,2030s and 2050s" WHO, 22쪽
산불피해현황, 산림청
Wildfire today, california
"곤충이 멸종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BBC, 2020.1.26
"기후변화: 그레이트배리어리프, 대규모 백화 또 발생" BBC, 2020.3.27
고재경 외 4명, 「코로나19 위기, 기후위기 해결의 새로운 기회」 경기연구원, 2020.5.12
커버이미지는 Kelly Sikkema, unsplas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