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속도가 궁금했다

by 희량

기후위기가 정말 심각하고 시급한 문제인 건, 어떤 지점을 지나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게 불어나는 눈덩이와 같아서, 어느 순간부터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온다는 것이다. 우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만 해도 엄청난데, 기후변화로 나타나는 모든 일들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아서 더욱 심각하고, 더욱 빠르게 기후변화가 심화된다. 이것은 '양의 피드백 효과(또는 양의 되먹임 효과, positive feedback)'라고도 불린다. 엄청난 설상가상이다.


① 햇빛 흡수

하얀 눈과 투명한 얼음은 햇빛을 반사한다. 즉, 북극과 남극의 얼음은 태양열을 반사하여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버리면 지구는 많은 햇빛을 흡수하게 된다. 그만큼 표면온도도 더 올라간다. 온도가 올라서 북극과 남극의 많은 눈과 얼음이 녹는데, 또 그로 인해 온도가 더 올라간다는 것이다.


심각한 건, 지구온난화라는 게 전 지역에서 기온이 골고루 균등하게 오르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온난화는 북극에서 더욱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지구 전체의 기온이 2℃ 상승하면, 북극의 기온은 3.2~6.6℃까지 올라갈 수 있다(Lynas, 112). 눈과 얼음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더 빠르게 녹을 수 있다.


② 영구동토층(Permafrost)의 탄소

영구동토층(Permafrost) 구조. Source: https://projects.thestar.com/climate-change-canada/nunavut/

시베리아, 그린란드, 캐나다, 남극에는 '영구동토층'이라는 오랫동안 얼어있었던 땅이 있다. 지구기온이 올라가면서 얼어붙어 있던 이 땅들도 하나둘씩 녹기 시작하는데, 이 땅에는 현재 대기 중의 탄소보다 2배 이상 많은 탄소가 들어있다(Wallas-Wells, 43). 영구동토층이 모두 녹게 되면, 대기에는 현재보다 3배 많은 이산화탄소가 존재하게 될 것이다.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북극에서 지구온난화가 특히 빠르게 진행되면 영구동토층도 특히 위험하다.


③ 산불로 인한 탄소 발생

산불은 이산화탄소를 어마어마하게 뿜어내는 재해다. 아마존과 호주, 캘리포니아 등 지금도 산불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불은 공기를 더욱 건조하게 만들면서 더 많은 산불을 발생시키고, 대량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킨다. 지난해에서 올해까지 이어졌던 호주의 거대한 산불은 4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었다. [2] 특히 탄소함유량이 높은 이탄지대에서 불이 발생하면 더욱 많은 탄소가 배출된다.


그리고 산불은 탄소를 흡수하는 숲을 태운다. 산불이 야기하는 탄소배출량을 계산할 때, 단순히 불에 타며 배출하는 탄소량만을 계산할 수는 없다. 타버렸던 숲이 건재했을 때, 그 숲이 열심히 흡수했을 탄소량까지 생각하면 산불은 틀림없이 지구온난화를 가속화하는 주범이다.


④ 탄소를 흡수하는 플랑크톤 감소

바다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역할도 해서, 대기 중 탄소가 많아질수록 바다가 머금은 이산화탄소도 많아진다. 바다에 탄소가 많아지면, 바다의 산성도도 높아진다. 바다가 산성화되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살 수 없게 된다. 이 식물성 플랑크톤은 탄소를 흡수하는 중요한 개체다. 플랑크톤 수가 줄어들면 대기 중 탄소 농도도 더 높아진다. 끊임없는 악순환이다.


이외에도 직접적 열기에 타 죽는 식물들이 많아지면서 이로 인한 탄소흡수량 감소, 기온 상승으로 대기 중 수증기가 많아지면서 이 열기로 기온이 상승하는 등 피드백 효과는 아주 다양하다.




평생을 ‘겜알못’으로 살아온 내가 2020년부터 열광하고 있는 e-스포츠가 있다. 바로 League of Legend, 그 이름 유명한 롤. 참 재밌는 게임이다. 각자의 위치에서 맡은 바 소임을 다해내는 팀플형 구조는 보는 사람도 끈끈한 유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오브젝트며 라인전이며 챙겨야 할 것들이 많아서 언제 어떤 일이 변수로 작용할지 모르는 정교한 게임이다. 이런 변수가 반전에 반전을 불러오면서 손에 땀을 쥐는 전개가 펼쳐지기도 하나, 게임의 순간순간이 모여서 '스노우볼'이 굴러가면 그걸로 게임 끝이다. 참 잔인한 게임이다. 초반엔 분명 이기고 있었는데 상대팀이 쥐도 새도 모르게 챙길 거 다 챙겨먹고 있었거나, 한번의 타이밍을 놓쳐서 순간 게임이 기울게 되면, 스노우볼은 무섭게 굴러간다. 그 때는 이제 상대팀이 우리 집에 쳐들어와서 다 깨부수고 있는데 우리팀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공격도 먹히지 않고, 속수무책으로 집이 개박살나는 걸 바라보고 있어야만 한다. 그 때의 그 울분, 무력감, 분노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그 무서운 스노우볼, 우리 삶에도 굴러가고 있다면 얼마나 끔찍한가.


아직은 스노우볼이 굴러가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적어도 눈덩이를 굴리며 꼭대기에 다다르고 있는 듯하다. 어느 순간엔 정상에 다다르고, 눈덩이는 아주 빠른 속도로 굴러갈 것이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반전을 통해 게임을 승리로 이끄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어떨까? 반전의 결말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마크 라이너스, 『6도의 멸종』세종, 2014년

데이비드 웰러스 웰즈, 『2050 거주불능 지구』추수밭, 2019년


이용권, "빠르게 녹아내리는 영구동토층... '판도라의 질병 상자' 열리나" 문화일보, 2019.7.19

이유민, "최악의 호주 산불 이산화탄소 4억톤 배출...'되먹임 효과'도 우려" KBS, 2020.1.15

Owen Mulhern, "What is Permafrost and How is it Emitting Methane?" Earth.org, 2020.10.27


커버이미지는 Jr Korpa,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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