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지구를 진찰해보자

by 희량

학교에서 '귀납법 오류'라는 개념을 배울 때, 글자가 어렵게 생겨서 잘 이해하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예시를 듣고 단번에 이해하게 되었는데, 바로 유명한 거위 이야기다. 농장의 거위는 오전 8시마다 아침식사를 먹는데, 그제도, 어제도, 오늘도 그랬기 때문에 내일도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자 거위는 도살당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는 미래를 추론할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지금까지 살아온 풍요로운 하루하루가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우린 진즉에 이 생각의 오류를 배웠는데도 말이다. 그리고 점점 잦아지는 이상현상이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는데도, 위기감은 잠시뿐이다. 앞으로 우리가 지금껏 살아온 방식이 많이 달라질 거란 각오가 필요하다.


기후변화 얘기를 여러 글에 걸쳐서 심각하다고 얘기하다보니 궁금해졌다. 지금 얼마나 나쁜 상태인 건지. 그래서 지구 기온은 얼마나 올라간 상태고, 대기 중에 탄소는 얼마나 많은 건지. 그리고 그건 얼마나 심각한 건지.




현재 지구의 상태


https://climate.nasa.gov/

나사(NASA)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지구의 표면온도는 1880년에 비해 1.02도 올랐다다. 1도, 2도 올랐다고 얘기하면 숫자가 너무 작아서 심각성이 별로 와닿지 않는데, 데이비드 웰러스 웰즈의 말을 첨부한다.

기온이 2도 증가하면 빙상이 붕괴되기 시작하고, 4억 명 이상의 사람이 물 부족을 겪으며, 적도 지방의 주요 도시가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변하고, 북위도 지역조차 여름마다 폭염으로 수천 명이 목숨을 잃는다. 인도에서는 극심한 폭염이 32배 더 자주 발생하고, 매 폭염이 지금보다 5배 더 오래 지속돼 93배 더 많은 사람들이 위험에 노출된다. 여기까지가 우리에게 주어진 최상의 시나리오다. (30)



co2.PNG 미국 하와이의 마우나로아 관측소에서 발표한 전 세계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의 변화 추이- source: climate.nasa.gov

하와이의 마우나로아 관측소에 따르면 2021년 9월 16일 기준 지구 대기 중 탄소농도는 416.9ppm이다. 산업혁명 이전 시기인 1850년과 비교했을 때, 1.5배 증가한 수치이다.


300만 년 전, 플라이오세 시기에는 지구가 아주 따뜻했다. 지금보다 지구기온이 3℃ 높고, 해수면은 25m 높았던 시기다. 그린란드 북부에서도 침엽수가 자라났고, 북반구에는 대륙빙하가 아예 없었다고 한다. 이 때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360~400ppm 정도 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즉, 지금 모든 걸 멈춰도 여태 배출한 탄소량만으로 지구기온이 3℃ 오르고, 해수면이 25m는 상승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Lynas, 292)


+ 아래 사이트에서 해수면이 상승했을 때의 지도를 확인할 수 있다.




많이들, 지구를 위해 움직여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빙하가 모두 녹고, 많은 땅이 물에 잠기고, 동식물이 죽고 썩어도, 화산이 폭발하고 난리가 나도, 지구는 지구다. 우리가 살려야 하는 지구는 '사람이 살기 위한' 지구다. 우리가 살 수 있는 하나뿐인 행성.


『우리가 날씨다』에서는 '조망효과'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조망효과는 우주인들이 우주에서 지구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게 되는 걸 말하는데, 특히 사고방식의 변화를 가져올 정도로 굉장히 웅장한 감정을 가져온다고 한다. 그들은 시커멓고 아득한 우주를 배경으로 홀로 푸른 작은 지구의 모습을 보고, 감사함과 애정, 죄책감, 슬픔 등의 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우주인 존 개런은 조망효과의 경험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 "지구를, 이 놀랍고도 연약한 오아시스, 우리에게 주어진, 거친 우주로부터 모든 생명을 보호해 온 이 섬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슬픔이 몰려왔습니다." - 『우리가 날씨다』 중에서


이걸 읽을 때, 딱 그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부모님께 짜증내고 못되게 굴었을 때, 돌아서고 나면 절 살피는 그 얼굴과 말씀에 코 끝이 찡하고 슬픔이 몰려오는 거. 딱 그 감정일 것 같다. 내멋대로 굴고 있어도 다 받아주는 존재라는 감사함, 그리고 영원하지 않은 걸 알기에 더 사무치고 슬픈 마음.


정말, 있을 때 잘해야지.






마크 라이너스, 『6도의 멸종』세종, 2014년

데이비드 웰러스 웰즈, 『2050 거주불능 지구』추수밭, 2019년


커버이미지는 Markus Spiske,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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