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고민하는 한 명의 노력

by 희량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기후변화 신경쓰기 시작한 것은.

그 시작은 확실히 패션이었다. 나는 패션이라는 세계의 화려함을 동경하면서도 그 이면의 사치가 불편했다. 사람들이 패션에 쏟는 지나친 관심, 패션으로 흘러가는 지나친 자본이 마음에 걸렸다. 패션은 과한 면이 분명히 있었다. 그 그게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몰랐다. 너무 많은 자원과 관심과 돈이 집중되어 있는 게 불편했지만,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몰랐다.

하지만 다들 환호하고 있을 때 혼자 불편해하는 이 감정이 특별하다고 느꼈다. 어쩌면 인문대생이라는 외부인의 위치에서 색다른 관점으로 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졸업하고 보니 엄청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나름 학교 안에서는 특별한 생각이었던 듯하다.

그래서 내 생각을 기록하고, 이것저것 기사도 찾아봤다. 글을 쓰면서 들여다본 패션의 그림자는 내가 생각한 것 이상이었다. 노동자의 대우 문제도 심각했고, 환경문제로는 물이며 에너지며 플라스틱이며 폐기물이며 온갖 종류의 낭비와 오염이 가득한 산업이었다. 파면 팔수록 쓸 말이 나왔다. 내 노트는 다음에 써볼 주제들로 가득했다. 그렇게 재고 문제, 과잉생산과 과잉소비, 미세플라스틱, 산림벌채, 온실가스 배출 등에 이르는 환경 문제를 살펴보았고, 리사이클링, 업사이클링, 렌탈 서비스, 중고마켓, 비건 제품 등등 온갖 지속가능한 노력에 대해서도 살펴보았다.


그 과정에서 지속가능한 패션에 대한 관심은 내 삶 전반까지 퍼졌다. 패션의 온갖 문제는 세상의 온갖 문제와도 다름 없었던 것이다. 나는 일도 지속가능경영과 관련된 업무를 하게 됐고, 서투르게나마 채식을 시작했다. 제로웨이스트 책을 찾아보고,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등 내 관심의 종착지는 '지속가능한 일상'이었다.



나는 크게 세 가지 문제로 나눠서 접근했다. 너지, 쓰레기, 음식이다.

1) 에너지


협력사 지속가능성 평가와 관련된 업무를 하던 중, 환경 데이터를 수집한 적이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대표적이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scope 1, 2, 3로 나뉘어지는데, scope 1은 해당 기업에서 직접적으로 대기 중에 배출하는 온실가스가 해당되고, scope 2는 에너지 등을 사용하며 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 scope 3는 이외의 모든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공급망이나 제품 사용 등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의미힌다.


직접 배출량을 계산한 경험은 거의 없다. 기업 특성상 실제로 온실가스를 직접 배출하는 협력사가 대부분이었고, 일부는 배출하지만 데이터를 계산할 여력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주로 간접 배출량을 계산해왔다. 간접 배출량은 에너지 사용량을 종합적으로 계산하면 된다.


그런데 에너지 사용량이란 단순히 전기 사용량만 뜻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기 사용량과 가스, 등유, 휘발유, 경유 등 우리가 생활 속에서 사용하는 모든 자원을 하나의 단위로 한꺼번에 계산해야 했다. 가스도, 기름도 모두 에너지였다. 당연한 건데 일상에서는 자각하지 못 했던 부분이었다. 내가 쓰는 게 에너지인 줄도 모르고 흘려보내는 일이 얼마나 잦을까?


그래서 자원이라면 최대한 아껴서 사용하기로 했다. 전기코드는 뽑고, 스위치는 끄고, 가스밸브 잠그고, 자가용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 사실 특별한 내용이 아니라서 조금 겸연쩍다. '지구의 날'이 다가올 즈음이 되면 여기저기서 들릴 법한 캠페인 내용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내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의식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2) 레기


한 마디로 제로웨이스트다. 업사이클링이나 빈티지 등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소비에는 한계가 있었고, 플라스틱이 아닌 유리나 종이 제품도 재활용을 해야 의미가 있다. 가장 깔끔한 것은 사지 않는 것이었다. 안 사면 쓰레기도 안 생긴다.


실제로 요즘의 우리는 소비에 미쳐있기도 하니, 제동은 필요했다. 우리가 사랑해마지 않는 패션 분야만 살펴보자.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세계 섬유 산업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이 약 12억 톤에 이른다.* 이 수치로 보면, 패션산업을 하나의 나라라고 쳤을 때 2019년 기준 국가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위를 차지한다.*

국제구호기구 옥스팜에 따르면, 영국에서만 1분에 2톤 이상의 옷이 거래되고, 이 수치는 1분마다 50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것과 같다.*

전세계에서는 매년 9천만 톤의 옷이 버려진다.* 평균적으로 1시간에 1톤씩 버려지고 있다는 뜻이다. 플라스틱인 폴리에스터는 썩으면서 메탄을 내뿜는다.


우리가 소비에 지나치게 열광할수록 불필요한 배출은 많아진다. 온실가스 배출은 생산과 유통, 사용, 폐기 등 모든 과정에서 이루어진다. 미국의 경영컨설팅 회사 맥킨지앤드컴퍼니 (McKinsey&Company)에서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패션산업의 밸류체인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단계는 생산 단계로, 전 과정 온실가스 배출량의 71%가 여기서 배출된다고 한다. 원재료 생산, 방적 및 방직, 정련, 표백, 염색, 후가공 등의 여러 단계를 거치는 동안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소비 자체를 멈추려고 노력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위해 옷 한 벌이라도 덜 사자고 얘기했다. 우리가 습관적으로 지갑을 여는 거, 얼마나 의미 있는 제품인지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고.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 고민했다. 플라스틱 제품 구입을 줄이기. 생수 사먹지 않기, 플라스틱 외에 종이나 유리로 된 제품을 사기. 플라스틱이 아니더라도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니, 여러 번 오래오래 사용하고 도저히 손쓸 수 없는 상황이 왔을 때 버리기. 텀블러 사용하기. 장바구니 들고 다니기. 다회용기로 포장하기 재래시장에서 포장 안 되어 있는 식료품으로 장 보기. 그리고 중고거래 이용하기.


+ 중고거래 Tip

요즘은 중고거래도 쉽고 간단하게 할 수 있다. 중고거래를 이용하면 새로운 제품이 생산되는 만큼의 자원을 아낄 수 있고, 비용도 줄일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나는 ‘당X마켓’을 애용한다. 동네사람과 만나니까 더욱 신뢰도도 높다고 느껴진다. 온수매트부터 피아노, 요가매트, 스탠드, 가방 등 많은 제품을 거래했다. 성공률이 높은 건 잡화, 생활용품, 스포츠용품과 같이 사진상으로 충분히 외관을 상상할 수 있는 제품들이다. 가전제품 같은 경우, 다른 제품에 비해 신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가동 여부를 확인 받고 구입하곤 했다. 제일 성공률이 낮은 건 의류, 신발과 같이 사진에 특유의 색상이나 질감이 표현되기 어려운 것들이다. 하지만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팁을 드리자면, 평소 관심 많은 브랜드명이나 쇼핑몰 이름으로 검색하는 방법이다. 따로 검색해서 제품 상세페이지를 확인할 수도 있고, 리뷰를 참고할 수도 있다는 점이 유용하다.


3) 채식


옷 사지 말자고 외치는 와중에도, 채식의 필요성은 점점 깨닫고 있었다. 들리는 이야기는 많았다. 공장식 축산업은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배출하며, 소와 돼지를 먹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숲이 파괴되고 경작되는지. 맛있는 음식을 너무 좋아하는 나는 그 사실을 애써 외면하려 했지만, 결국 외면할 수 없었다.


나는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우리가 날씨다』를 읽고 채식을 시작했다.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에서 제시하는 데이터는 충격적이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따르면, 소들을 나라라고 치면 이 나라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에서 3위를 차지한다. (115)

메탄 배출의 37%, 이산화질소 배출의 65%는 축산업 탓이다. (107) 메탄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34배, 이산화질소는 310배다. (110)

인간은 해마다 650억 마리의 닭을 먹는다.(105) 평균 8마리 반이라는데, 아무래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는 치킨은 1년에 8마리로 끝날 것 같지 않다. 650억 마리 중 절반은 한국인이 차지할 듯하다.

인간이 사용하는 담수의 3분의 1이 우리가 키우는 동물에게 가는 반면, 가정에서는 약 13분의 1만을 사용할 뿐이다.(102) 우리가 집에서 물을 아끼려고 용을 써도, 고기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숲을 벌목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벌목된 숲이 더이상 흡수하지 못하는 이산화탄소를 고려한다면 가축은 연간 전세계 배출량의 51퍼센트를 차지한다. (116-117)


이 데이터를 보고도 더이상 고기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채식을 시작했다. 하루아침에 비건이 될 수는 없었고, 가능한 만큼만 채식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어설프더라도 지속적으로 하겠다고 다짐하며.






*김혜영, "[기후 정의를 말한다] 조아라, 기후위기 앞당기는 ‘패스트 패션’, 옷 오래 입고 덜 사야", 가톨릭평화방송, 2019.10.3

*김민제, "'한국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9위'...전년보다 한계단 내려와" 한겨레, 2020.12.13

*송현서, "빠른 패션 유행, 기후변화 부추긴다...'셔츠 한 장도 환경오염'" 나우뉴스 2019.8.31

*Abigail Beall, "Why clothes are so hard to recycle" BBC, 2020.7.13

*「Fashion on Climate」Mckinsey, 2020.8.26

*커버이The Creative Exchange, unsplash.com

keyword
이전 06화기후변화의 이유를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