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앞에서, 함께 해결하는 법 고민하기

by 희량

지금까지 폭력, 차별, 불평등, 합리화 등등 인간에게 엄청난 환멸을 느끼는 것처럼 적었지만, 사실 나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의 본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사람이다.


다들 송두리째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껏 자원을 착취해오며 굴러온 사회구조를, 조금 더 순환적으로, 조금 더 친환경적으로, 조금 더 지속가능하게 바꿔야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엄청나게 큰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우리의 사고방식도 그렇지 않을까? 우리가 문제를 인식하는 방식, 논의하는 방식, 해결하는 방식 모든 걸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적용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마음가짐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우리는 혼란을 앞두고 있고, 그 혼란에 앞서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얘기해보고 싶었다. 신재생에너지며, 채식주의며, 재활용과 같은 물리적인 대비 말고, 정신적으로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It is only in the heart one can see rightly;
what is essential is invisible to the eye.
-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중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논의해야 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부분이다. 우리는 무엇을 생각하고 고민해야 할까?




함께 문제 해결하는 법: 참여와 협업

나는 대학교에 다니는 5년 내내 국악동아리에 뼈를 갈아넣었다. 우리 동아리는 매년 봄과 가을에 정기공연을 열었는데, 공연이 끝나면 항상 빠짐없이 진행하는 일정이 있었다. 바로 '평반', 평가와 반성이다. 나는 1학년 때 평반을 처음 듣고, 외부에서도 많이 쓰이는 보편적인 단어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동아리 사람이 아니면 아무도 모르는 단어였다. '평가와 반성'이라는 진보적인 논의 단계가 있다는 것에 굉장히 감탄했는데, 우리 동아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독자적으로 현명한 체계를 구축해온 것이었다.


평반은 평가와 반성이라는 말 그대로, 이번 공연에서 무엇을 잘했고 무엇이 부족했는지 이야기하는 자리이다. 칭찬만 한다면 좋겠지만 어떤 공연이 완벽하겠는가. 그것도 하나부터 열까지 학생들의 고사리 같은 손으로 준비한 공연인데. 그래서 평반은 분위기가 죽창이 날 수도 있다. 한 학기 동안 공연 준비로 고군분투해온 집행부나 동아리원들에게 서운한 소리를 하게 될 수도 있고, 억울한 사람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유의미한 논의가 정말 많이 나온다. 문제에 대한 지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원인 분석도 함께하고, 그에 대한 대안까지 함께 고민한다. '이번에 보면대를 배치하는 곳에서 실수가 많이 나왔는데, 근본적인 문제가 설치 인원 배치에 있는 것 같으니 이 부분을 개선해보자.' '정기연습 시간에 일정이 지연되는 경우가 많았으니 연습 공간을 분리해보자.' 다양한 논의가 많이 나오고, 실제로 다음 공연에서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문제가 있더라도 함께 고민의 과정을 거쳐 개선해나가는 과정을 몸소 겪어볼 수 있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참여와 논의다. 모두가 함께 참여해서 고민하고, 논의하 함께 해결해나가는 것.



참여와 협업의 효과

개인의 참여와 협업의 효과는 이미 여러번 증명되었다. 먼저, 그 유명한 '위키백과'가 있다. 다수의 개인이 모여서 작성하는 인터넷 백과사전으로, 누구나 접근 가능하고 참여할 수 있다. 또, 개인 투자자들이 함께 사업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를 현실화시키는 '크라우드 펀딩'이 있다. 각종 기업들은 '오픈 이노베이션'이라며, 내부와 외부의 기술, 지식,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공유한다. 이것은 내부의 성과를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시장의 발전 또한 함께 챙길 수 있는 방법이다.


또 개인이 뭉쳐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있다. 바로, '지역문제해결플랫폼'이다. 주민의 참여와 지자체의 협력으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플랫폼으로, 함께 지역문제를 발굴하고, 해결방안을 토론하며, 협업하여 해결방안을 추진한다.* 지역별로 문제해결에 대한 자유로운 논의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관심 분야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만나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 플랫폼을 통해 대구지역에서는 장애인을 위한 편의시설 안내 어플을 마련하고, 강원도에서는 폐마스크 수거 프로세스를 마련해 재활용 제품을 제작하는 등의 활동을 진행해오고 있다.*



참여에 대한 수요

'이해관계자'라는 말이 있다. 이해관계자란, 기업의 사업 운영 과정에서 영향을 주고 받는 모든 개인이나 집단을 이르는 말이다.* 고객, 근로자, 지역사회, 공급업체, 투자자 등 기업이 활동하는 과정에서 관계맺는 모든 대상이 해당된다. 개인은 고객으로서, 근로자로서, 또는 지역사회의 구성원 등등 다양한 맥락에서 이해관계자가 될 수 있다.


'이해관계자'는 지속가능경영에서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개념이다. 지금까지 회사는 주주의 이익 실현만 가장 큰 목표로 삼아왔는데, 이제는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이 중요해졌다.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좇는 과정에서 사회와 환경을 위한 이익을 함께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베네핏 코퍼레이션(benefit corporation)'이라는 기업의 이윤뿐만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하는 기업형태가 도입되었고, SK그룹은 기업 정관에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이해관계자의 의견에 무게감이 생겼다. 기업의 리스크를 미리 알아보고, 해결방안을 고민하는 과정에 모든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엔 인권 이행지침 보고 프레임워크(UN Guiding Principle Reporting Framework)에서는 회사가 이해관계자를 어떻게 식별하고, 주요 인권 이슈를 이해하고 접근하는 데 이해관계자의 관점이 어떤 도움을 주었는지 파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기업들은 리스크를 파악하고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다수의 이해관계자, 즉 여러 관점을 가진 개인의 목소리가 필요해진 것이다. 개인의 참여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인류는 수렵과 채집으로 살아왔던 구석기 시절도 무리를 이루어 살았고, 두레나 품앗이 등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공동체 활동도 많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도 있고. 우리는 뭉쳐서 힘을 낸다. '개인'이라는 한 명이 지니는 가치는 보잘 것 없어 보이지만, 공동체와 네트워크는 그렇지 않다. 점점 개인의 목소리는 중요해질 거고, 개인이 모인 다수의 논의가 활발해진다면 커다란 문제도 조금씩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HyoJ, "[NPO 지속가능성보고서] #5. 이해관계자 분석 이해하기" 서울시NPO지원센터, 2016.10.31

*https://happychange.kr/about-platform/

*"주민이 주도해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한다고?" 대한민국정책브리핑. 2021.06.10 https://www.korea.kr/news/visualNewsView.do?newsId=148888441

*김환이, "주주 자본주의를 넘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시대로" 임팩트온, 2020.07.07

*UN Guiding Principle Reporting Framework - C2. Stakeholder Engagement

*커버이미지 Zainul Yasni, unsplas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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