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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연길모 Oct 09. 2024

괴물을 위한 변명 1

 최근 예상치 못한 곳에서 사이코패스 두 명을 만났다. 한 사람은 바로 도리스 레싱 (Doris Lessing, 1919~2013)의 소설 『다섯째 아이』를 통해서다. 소설의 주인공 해리엇과 데이비드는 전통적인 가정의 모습을 꿈꾸며 결혼했지만 예상치 못한 다섯째 아이를 갖게 되면서 그들의 꿈도 가정의 평화도 송두리째 깨진다. 

 다섯째 아이의 이름은 ‘벤’이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거친 태동으로 유별났던 벤은 세상 밖으로 나온 뒤에도 사랑스럽고 연약한 아기가 아니었다. 무감하고 냉혹한 눈동자로 가족을 불편하게 만들었고, 엄마의 젖가슴이 온통 멍투성이가 될 때까지 물어뜯어서 해리엇은 모유 수유를 단념해야 했다. 또 자기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할 무렵 자신을 만지려고 하는 형 폴의 손목을 사정없이 꺾어버리고 급기야 친척의 개와 고양이 목을 졸라 죽인 사건이 일어난다. 

 벤의 폭력적인 행동은 가족을 공포로 몰아넣는다. 데이비드는 정상인 네 명의 자녀만이 자기 아이라며 괴물 같은 벤을 외곽에 있는 요양원으로 보낸다. 주로 장애아들이 버려지는 그 요양원은 아이들에게 약물을 투약해 반 가사假死 상태로 만들어놓고 숨이 끊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곳이었다. 벤이 요양원에 버려진 뒤 가족은 활기를 되찾는다. 그러나 단 한 사람, 해리엇만은 그러지 못했다. 해리엇은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 남편 몰래 요양원으로 벤을 만나러 간다. 그곳에서 구속복에 싸여 약에 취해 죽어가는 아이를 발견하고 곧바로 집으로 데려온다. 

 벤이 집에 온 후 네 아이는 기숙사와 친척 집으로 뿔뿔이 흩어진다. 그사이 벤은 초등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나 친구 관계를 정상적으로 맺지 못하고 자주 폭력을 행사했으며 해리엇은 학교에 불려 다닌다. 그가 중학교에 다니기 시작하자 “쇳소리로 좌중을 장악하는 젊은 어른”의 모습으로 비행을 일삼는 갱단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벤은 무리를 집에 데려와 머물기도 하고 며칠씩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날이 많아졌다. 해리엇은 그 무리를 절도와 폭행, 강간과 소매치기의 범인으로 뉴스에서 보게 된다. 

 해리엇은 앞으로 벤을 뉴스 속에서나 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그곳에서 그는 “도깨비 같은 눈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거나 자신의 종족을 찾고 있을 것”이라는 해리엇의 예상으로 소설은 끝이 난다. 


『다섯째 아이』는 주부들 사이에서 장애아를 둔 가족의 고통, 강요된 모성애 등의 주제로 널리 읽히는 책이지만 책을 덮고 이기적이고 냉담한 폭력의 씨가 심어진 사이코패스 벤을 본 듯했다. 사이코패스 psychopath 단어를 보면 '정신의'라는 뜻의 접두어 'psycho'와 '-의 결핍 또는 이상'을 뜻하는 접미어 '-path'가 결합한 것으로 ‘마음이 결핍된 질병’이라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정신 질환이 아닌 반사회적 성격 장애로 분류한다. 사이코패스들의 특징은 첫째 머리가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서적 교감이나 외부에서 오는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자주 지루함을 느끼기 때문에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아 섹스, 마약 등 중독에 취약하다. 또 자기애와 폭력성이 강하고 공감 능력이 아예 없거나 지체 수준이며 사회 규범을 우습게 여긴다. 

 그럼 사이코패스는 벤처럼 괴물로 태어나는지 아니면 괴물로 만들어지는지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벤과 전혀 다른 사이코패스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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