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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로 그리지만, 아날로그의 손맛을 담고 싶어요

머리카락 한 올에 담긴 마음 이야기

by 벨루갓

요즘은 디지털로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도 그중 한 명이에요. 아이패드와 애플 펜슬로 작업을 하고, 다양한 브러시를 써보며 디지털 일러스트의 편리함과 가능성에 감탄하곤 해요.

그런데 다른 작가들의 인물화를 볼 때마다, 자주 느끼는 것이 하나 있어요. 아주 사실적이고 예쁘게, 완성도 높게 잘 그려졌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덜 가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특히 머리카락을 볼 때 그 감정이 뚜렷하게 느껴져요.

브러시로 쓱쓱 정리된 머리카락은 한눈에 보기에도 “머리카락 브러시구나” 싶죠. 물론 그걸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오히려 효율적인 선택이고, 아름답게 표현된 작품도 많죠. 하지만 저는 조금 다른 감각을 가진 사람인가 봐요.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직접 그린 그림에는,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아도 마음으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어요. 그건 손의 리듬일 수도 있고, 작가의 숨결일 수도 있어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시간’이 담겨 있달까요.


그래서 저는 가능한 한 직접 그리려 해요.

완벽하게 매끈한 선이 아니더라도, 정돈되지 않아도 괜찮아요.

손이 많이 가더라도, 그림 속에 제가 머물렀다는 흔적이 남기를 바라요. 그 정성이 언젠가 누군가의 눈에도, 마음에도 닿기를 바라며.


요즘은 ‘빨리 그리는 법’ ‘브러시 추천’ 같은 정보가 넘쳐나고, 저도 그런 기술들을 참고해요.

하지만 점점 더 느끼는 건, 결국 나만의 속도와 나만의 손길이 중요하다는 거예요.

브러시 하나로 머리카락을 완성할 수 있어도, 저는 오늘도 한 가닥씩 그려요. 조금 더디더라도, 그 안에 진짜 나의 마음을 담기 위해서요.


그림을 그리는 건, 제게 일종의 대화예요.

도구는 디지털이지만, 감정은 아날로그로 전하고 싶어요.

그림 속 인물의 따뜻한 눈빛, 흐르는 머리카락, 붉은 볼… 그 모든 요소에 사람이 느껴지기를 바랍니다. 완벽한 결과보다, 정감이 가는 그림이 되고 싶어요.


여전히 배우는 중이고, 시행착오도 많아요.

그래도 저의 이런 손맛과 감성을 좋아해 주는 분들이 있다는 게 큰 위로가 돼요.

디지털의 시대, 저는 아날로그 감성으로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어요.


틈틈이 계속 작업 중인, 디지털 하이퍼리얼리즘 인물화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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