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나를 꺼내 보여줄 수 있어요.
저는 제가 작가가 될 줄 몰랐습니다.
한 문장도 제대로 쓰지 못하던 아이였거든요.
글을 써야 하는 시간마다 머릿속은 금세 하얘졌습니다.
말하고 싶은 건 분명히 있었지만,
어떻게 써야 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그냥 멍하니 종이만 바라보다 끝나는 날이 많았어요.
그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도화지를 앞에 두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그리지 못한 채 그대로 덮어버리곤 했죠.
예쁘게 그리고 싶은 마음은 분명히 있었지만,
뭘 그려야 할지 몰랐고,
어떻게 그려야 할지 몰랐어요.
그때의 저는 하고 싶은 마음보다,
‘나는 못해’라는 생각이 더 컸던 아이였습니다.
어릴 적 저는 조용했고,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였어요.
속마음을 털어놓는 법을 몰랐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그 대신, 저만의 해소 방법이 있었어요.
그림과 음악.
둘 다 말 대신 마음을 꺼내 보일 수 있는 통로였죠.
음악을 들으며 조용히 감정을 달래기도 했지만,
제 안의 것들을 진짜로 풀어낼 수 있었던 건 그림이었어요.
그러고 보면, 그림에 더 소질이 있었던 것 같아요.
수업 시간엔 늘 딴생각을 하던 아이였지만,
혼자만의 시간이 되면 달라졌습니다.
사람들 눈을 피해 조용한 구석에 앉아
그냥 그 순간, 그리고 싶은 걸 그렸어요.
꼭 무언가 대단한 이야기를 담으려 했던 건 아니에요.
예쁜 얼굴, 만화 같은 눈, 복잡한 패턴…
그저 마음이 끌리는 대로 선을 따라갔습니다.
누가 보라고 그리는 것도 아니고,
결과가 멋져야 한다는 생각도 없었지만,
그 시간만큼은 내 안이 조금 시원해지는 기분이 들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그 조용한 시간들 속에서 조금씩 내가 만들어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몰래, 꾸준히, 나만의 방식으로요.
이제는 글도 씁니다.
그림도 계속 그리고 있어요.
누구보다 표현이 서툴던 아이가
이제는 자신을 조금씩 꺼내 보이는 사람이 되었어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천천히 해도 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조금씩, 아주 조금씩 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지고,
나도 몰랐던 나의 가능성과 만날 수 있다는 걸
저는 스스로의 삶을 통해 배웠습니다.
예전의 저처럼,
자신을 못한다고만 생각하며 시작을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작은 용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로, 괜찮아요.
처음엔 누구나 서툴고,
조금씩 해나가면,
우리 모두 언젠가는 ‘무엇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