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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실력이 전부일까?

계속 그리는 사람이고 싶다.

by 벨루갓


그림을 처음 그릴 땐, 실력이 전부인 줄 알았다.

선을 더 정확하게, 명암을 더 정교하게, 색감을 더 감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 ‘좋은 그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부족하다고 느꼈고, 계속해서 나 자신을 깎아내렸다.


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정말 중요한 건 ‘실력’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려는 마음이고,

계속 그리게 만드는 힘, 다시 말해 자신감과 모멘텀이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림은 멈춰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계속해서 움직이는 세계다.

하루하루 내가 손에 펜을 들고 무언가를 그리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이미 어제의 나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갔다는 증거다.


한때 나는,

“지금 그려봤자 어차피 못 그릴 텐데…”

라는 생각 때문에 그림을 미뤘던 적이 많았다.

그리고 그 미룸은 늘 자책과 후회로 이어졌다.


반대로,

“그냥 그려보자. 못 그려도 괜찮아.”

하고 펜을 들었던 날에는,

완성도는 차치하더라도 내 안의 에너지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런 날일수록 그림이 더 자연스럽게 완성되곤 했다.


그림을 오래 그리다 보면, 결국 꾸준함이 실력을 이긴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하루에 한 줄, 한 선만 그려도

그게 모이면 나중엔 깊이와 감정이 담긴 ‘나만의 그림’이 된다.


실력이 전부라면, 모든 아티스트는 똑같이 평가받아야 한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누군가는 서툴러도 사랑받고,

누군가는 정교해도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그 차이는 결국,

그림 속에 얼마나 진심이 담겨 있는가,

그리고 그 진심을 두려움 없이 표현했는가에서 갈린다.


요즘 나는, 잘 그리는 사람이 되고 싶기보다

계속 그리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고 그 마음이 결국, 실력보다 훨씬 더 나를 멀리 데려다줄 거라고 믿는다.


그림을 잘 못 그려도 괜찮다.

중요한 건, 계속 그리는 것.

그리고 오늘도 그렇게 한 선을 그어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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