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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그리기는 즐거워야 한다는 믿음

그림은 나를 자유롭게 해야 한다

by 벨루갓



그림은 즐겁게 그려야 합니다.

미술 교육도 마찬가지로,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릴 적,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선생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자유롭게 그려봐요.”

그 말은 단순했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깊었습니다.

우리는 그냥 자유롭게, 쓱쓱 그리기만 해도 되는 겁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행복감을 느끼고,

마음이 열리고,

어쩌면 잠시나마 해방감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림을 잘 그려야 한다는 압박,

‘틀리면 안 된다’는 긴장감이 아니라

그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는 그 순간의 감정이

무척 중요하다고 느낍니다.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그림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그림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어야죠.


그림을 그리는 마음이 편안하고 자유로울 때

그림도 자연스럽게 그런 느낌을 담게 됩니다.

즐겁고, 행복하고, 자유롭고,

어딘가 순수한 그런 기운이

그림 속에 고스란히 담기게 되는 거죠.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어린 시절 저는 ‘자유롭게 그려봐요’라는 말이

너무나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사회공포증과 주목공포증이 심한 아이였습니다.

‘자유롭게 그려봐’라는 말은 곧

‘사람들 앞에서 뭔가를 해봐’라는 말처럼 들렸거든요.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리는 것 자체가

숨이 막히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오히려 더 못 그렸습니다.

손이 굳고, 머릿속이 하얘졌습니다.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달랐습니다.

아무도 없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때

비로소 제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편안한 사람,

저를 평가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드는 사람 앞에서도

살짝 마음을 열 수 있었죠.


그때 깨달았습니다.

마음이 편안할 때, 그림이 잘 그려진다.

그림은 내 마음 상태를 고스란히 비추는 거울 같은 존재구나, 하고요.


저는 늘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 ‘자유롭게 쓱쓱 그리는 느낌’을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알고 있었겠지.

주저하지 않고, 눈치를 보지 않고

그냥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렸겠지.


그런 사람들에게는

그 기억이 몸에 배어 있을 거예요.

그림을 대할 때의 가벼움, 즐거움, 해방감.

저는 그걸 늘 동경해 왔고,

이제는 그 감정을 저도 조금씩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그 느낌을 기억하려 애씁니다.

그리고 그렇게 그리려고 노력합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림을 통해 다시 자유로워지는 경험이

더 소중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림을 배우는 사람도,

가르치는 사람도,

그림을 바라보는 사람도

모두가 그 ‘느낌’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그림은 내가 가장 나다워질 수 있는 순간이니까요.

그리고 그건 기술로도, 이론으로도

완전히 설명할 수 없는 아름다운 진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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