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최애 네덜란드 도서관 top 3

by 어거스트


오래전 어느 글에서 '지식 노동자의 일은 시작과 끝을 정의할 수 없다.'는 문구를 읽은 적이 있다. 피터 드러커였을까. 주말에도 일을 달고 살던 나는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 그래, 이건 지식 노동자의 숙명이야. 끝나지 않는 일.


오랫동안 내가 아웃풋을 생산해 내는 장소의 동선은 꽤나 단순했다. 회사 오피스 - 내 방 서재, 그리고 중간중간 출장이나 여행지의 호텔방. 끝이 보이지 않는 업무의 지루함을 공간의 변화에서 오는 신선함으로 살짝살짝 달래 가며 잘 지내왔는데, COVID가 터졌다.


COVID 19, 재택근무, 하이브리드 근무 방식은 나의 작고 사랑스러운 서재를 주 3일 8시간 마라톤 회의를 감당해 내는 주 업무 공간으로 강등시켰다. 부작용 - 평일 오후 5시 이후와 주말에는 그 근처에도 가기 싫음.


나의 네덜란드 도서관 탐방은 그렇게 시작됐다. 서재의 근처만 가도 셧다운 해버리는 나의 마음과 뇌를 달래줄 수 있는 좋은 공간 찾기. 세 곳을 시도했고 세 곳 모두 각자 다른 이유로 대 만족이다. 집에서 10분, 20분, 30분 거리라는 옵션도 마음에 쏙 든다. 더불어 네덜란드 공공 건축이 보여주는 사람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매번 방문할 때마다 감동을 준다.




1. 암스테르담 공공 도서관 (OBA Oosterdok | Oosterdokskade 143, 1011 DL, Amsterdam)

유럽에서 가장 큰 공공도서관이고 건물의 안과 밖이 모두 멋지고 첨단 시설로 무장했다는 다수의 소개 글과 전혀 무관하게,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딱 하나다. 5층 구석에 있는 핫 스폿 hot spot. 날씨가 좋은 날 암스테르담의 전경을 커다란 창을 통해 하루 종일 바라볼 수 있다. 반짝이는 운하와 알록달록한 집들을 보며 아.. 이 맛이야.

그리고 최근에 카페테리아 메뉴에 김치 샌드위치가 등장했다. 맛은 저세상이었지만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가려는 노력에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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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tures by me


2. 아머스푸르트 공공도서관 (de Bibliothek Eemland | Eemsplein 71, 3812 EA Amersfoort)

집에서 20분에 닿는 소도시 Amersfoort (몬드리안의 고향이라는)의 공공 도서관. 이곳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은 지금도 생생하다. 건물의 외관 디자인에서 한번 감탄하고 앞으로 들어가면 OMG... 가슴이 웅장해진다. 나처럼 airy 한 공간 (층고가 높아서 내가 차지하는 공기의 양이 어마어마한)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취향 저격. 처음 갔을 때 너무 흥분해서 한 10분 정도 어쩔 줄 몰라하던 기억이 있다. 자연 채광으로 꽉 채운 중앙 공간 외에도 각 층 서가들 사이마다 책상과 의자가 즐비하다. 온라인으로 좋아하는 좌석 예약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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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ft: Google image, Right: my photo



3. 엠네스 하우스 (Huis van Eemnes | Noordersingel 4, 3755 EZ Eemnes)


집에서 10분 거리. 보석 같은 곳. 이곳도 네덜란드 공공 도서관 oba에서 일부 운영하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 마을 회관 같은 느낌이다. 작고, 생기 있고, 동네 어르신들 꼬마들의 사랑방 같은 분위기. 스타일로 치자면 앞의 아머스푸르트 도서관의 꼬꼬마 버전인데, 훨씬 더 캐주얼하고 화기애애하고, 오후가 되면 살짝은 어수선하다. (책 읽는 사람들 사이로 동네 꼬맹이가 공 차고 뛰어다닌다.) 오전은 생산성을 불태우고 오후에는 설렁설렁 좋아하는 책을 읽다 오기 제격인 곳. 심지어 주중에는 매일 자정까지 오픈 (유럽에서!!), 주차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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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by me, 오른쪽 사진의 마주보는 의자가 나의 최애 공간. 남편의 후방 초상권은 커피로 지불.




서울 코엑스의 별마당 도서관, 서울 역삼동의 최인아 책방, 그리고 일본 다이카야마의 츠타야 서점도 너무너무너무너무 좋아한다.


설계하신 분들, 운영하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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