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네덜란드 남부 아인트호벤에 위치한 연구소에 다녀왔고, 어제는 네덜란드 북부 드라크텐에 있는 혁신센터 및 공장을 다녀왔다.
예전에도 제품 교육이나 큰 회의가 있을 때 한 번씩 다녀본 곳이었지만, 이렇게 따뜻한 환대를 받은 건 처음이었다. 앞으로 함께 일해야 하는 사람들을 만나서 서로 인사하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에 대한 간단한 보고를 받는데, 긴장하는 모습의 직원들도 간혹 보였다. 속으로 내가 더 당황했다. (아니, 왜 나한테 떨고 그래요?)
내가 새로 맡은 업무는 회사의 다양한 제품 카테고리 중 하나의 글로벌 사업을 리드하는 일이다. 통상 이 자리는 엔지니어 백그라운드가 있거나, 제품 개발 프로젝트 경력이 있는 임원들이 차지해 왔다. 나는 이 중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네덜란드인(더치)도 아니고, 백인도 아니다 보니, 직원들은 나를 꽤나 궁금해하거나 걱정하는 듯하다.
나도 내가 걱정된다. 매우.
나는 중요한 결정을 다소 덥석덥석 하는 편이다. 그리고 나선 이후에 현실이 주는 충격파를 온몸이 부서지게 받아낸다.
처음은 늘 현실 부정과 초 긍정적 자기 암시 - '이까짓 거 할 수 있어'로 시작한다. 그러다 시름시름 앓고 폭삭 늙고 나서는 누가 '요즘 힘들어?' 말만 꺼내도 폭풍 눈물을 쏟곤 하는 식이다.
25살의 결혼이 그랬고
허니문 베이비로 쌍둥이 아들을 낳고 8개월 만에 또 막내를 임신해서 아기 삼남매가 태어났을 때 그랬고
싱가포르에 일하러 갔을 때 그랬고 (영어를 제대로 할 줄 몰랐다!)
네덜란드에 와서도 그랬다.
이 중에 지금까지 인생 최대의 고비는 아기 셋을 두고 회사를 다니던 시절이었는데, 바닥난 체력에 더해서 일하는 며느리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시댁 어른들의 날 선 말들로 몸과 마음이 성할 날이 없었다.
그때 우연히 집어든 책 "마흔 살 여자가 서른 살 여자에게"가 나를 살렸다. 인생이 파탄 났던 (비행기 사고, 테러, 남편의 사망과 경제적 몰락) 4명의 여성들이 포기하지 않고 인생을 살아낸 이야기이다.
난 이 책에서 "계속해서 걸으면 된다, 인생은 끝까지 걷는 것"이라는 말을 붙들었다. 그리고 엉엉 울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듯이 살았다.
벌써 십 년도 더 지난 이야기.
지금까지 하던 일과 난이도의 차이가 상당해 보이는 일을 덥석 맡아 시작해야 할 판이다. 아픈 날이 올 거고, 펑펑 우는 날도 올 거다. 상당한 오르막길일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