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온 사업부 헤드입니다

by 어거스트


5월 4일 목요일 오전 9시 반. 5월부로 새로 맡게 된 사업부 직원들에게 나를 소개하는 자리가 마련되었다.

한 달 전쯤 보스로부터 이 계획을 들었을 때 처음 떠오른 생각은 "굳이..?"였다. 다들 바쁜데 1시간짜리 자기소개 타운홀 미팅(전사원 회의)이라니. 상당히 불편하고 오그라드는 생각이 아닌가.


시간은 잘도 흘러서 D-Day가 하루 앞으로 닥쳤다. 학창 시절의 벼락치기 버릇은 아직도 못 버렸다. 사전에 HR로부터 받은 가이드라인대로 30분을 채울 7장의 슬라이드를 후다닥 만들었더니 해가 뜨는 것은 무엇...


10분 보스의 오프닝(이었으나, 보스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HR헤드인 마리안이 대행), 30분의 자기소개, 20분의 질의응답. 타운홀 미팅이 시작됐고, 6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많이 웃었고 잠깐 울컥하기도 했고.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무서운 질문들도 물론 있었다.


결정적으로 브런치에 기록을 남기자는 마음을 먹게 된 계기가 있다.

나의 자기소개 이벤트 이후 사업부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첫째. 타운홀 다음 날인 금요일 아침, 홍콩 오피스의 제품 개발팀과 화상 미팅이 있었다. 6명이 참석했는데 안건을 논의하기 앞서 각자 자기소개를 하겠다며 1장씩 슬라이드를 준비해 왔다.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자랐고 좋아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전날 있었던 내 소개에 답가를 듣는 기분이라서 마음이 뭉클해졌다.


둘째. 1주일 후에 암스테르담 본사 마케팅팀의 전체 회의가 있다. 회의를 주관하는 롯데 (Lotte 미모의 더치 여성, 본인 이름이 한국의 유명 브랜드인걸 매우 신기해함)가 안건을 들고 왔는데, 시작이 팀원들의 자기소개다. 맨날 서로 보는 직원들인데 새삼 무슨 자기소개냐고 했더니, 내가 했던 것처럼 본인들도 자기들의 이야기를 서로에게 들려주고 싶단다.


아...! 나의 수줍고 사적인 자기소개가 이 개인주의자 그 자체인 유러피안 직원들이 서로 마음을 터놓게 하는 작은 움직임 movement의 계기라도 된 걸까.


그래서 여기 브런치에도 올려볼까 싶어졌다.

내가 비슷한 길을 갔던 선배들의 이야기가 늘 목말랐던 것처럼, 누군가 나랑 비슷한 길을 가고 있다면 이런 것도 하나의 참고가 되려나.

새로운 직책이나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의 자기소개가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오히려 나의 약하고 부끄러운 면을 들어내는 것이 팀에 심리적 안전감 psychological safety을 주어 서로 마음을 열게 하는 것 같다는 경험을 나누고 싶다.


전체 7장의 슬라이드이니 7편의 짧은 브런치 글이 될 것 같다.

그 첫 장은 표지. Getting to know Wonsook (원숙에 대해 알아봅시다).


전부 저입니다

새 사업부 헤드를 소개하는 HR의 무거운 오프닝 후에 등장한 첫 슬라이드가 이러하니 딱딱하게 굳은 직원들의 얼굴이 확 풀어졌다.


약 10년 전에 회사 홍보용 애니메이션에 다양한 표정을 넣어야 해서 찍었던 사진들이다. 이 사진들로 모자이크를 만들던 전날 밤, 이제 17살이 되어버린 막내딸이 잠깐 내 방에 들렀다가 쓱 보더니 이런다.

"와, 이 사진들 엄마도 가지고 있었어요? 나 어릴 때 엄마 출장 가고 나서 보고 싶을 때면 맨날 꺼내보던 건데! 이거 빨리 휘리릭 넘기면 사진이 움직여서 꼭 엄마가 옆에 있는 것 같았어요!"


라는 이야기로 시작했다. 격하게 뭉클해하는 젊은 엄마 직원들과 더불어 다들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표정들이었다. 느낌이 좋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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