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하게 생각하고 다양성 존중하기

자기소개 7

by 어거스트

(전편에서 이어짐)


좀 오래전 일이긴 한데 일론 머스크의 인터뷰 영상을 보고 크게 공감한 적이 있다.

새로운 일을 하려고 할 때 이미 다른 사람들이 해 놓은 생각에서 유추하지 말고, 물리학의 방식으로 문제의 근본, 그 끝에서부터 다시 생각을 쌓아 올리라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배터리팩 1K Watt/hr 당 가격이 600달러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하지만, 배터리를 구성하는 금속이 무엇인지 (코발트, 니켈, 알루미늄..) 그리고 해당 금속들의 시장 가격이 얼마인지를 조사해 보면 1K Watt/hr 당 80달러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된다는 것이다. (해당 인터뷰는 아래 링크로 보시거나, 유튜브에서 '일론 머스크 제1법칙' 검색해 보세요)

동영상 거는 법을 몰라서... 링크 주소는: https://youtu.be/NV3sBlRgzTI


내 생각에는 회사일도 마찬가지다.

회사일의 난이도는 회사가 크든 작든, 아니, 회사가 클수록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대부분이다. 복잡해 보이는 일을 쪼개서 그 본질로 내려가 보면 아주 단순한 원칙들을 발견하게 된다. 게다가 대기업은 프로세스와 시스템이 다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매뉴얼대로만 해도 중간은 갈 수 있다. 가끔 나는 남편이나 가까운 지인들에게 '서류 좀 읽고, 이메일 몇 통 쓰고, 전화 몇 통 하면서 돈을 벌고 있으니 거저먹는 인생'이라고 하기도 한다. 딱 '일'만 떼놓고 보면 그렇다는 얘기다.

회사 생활을 괴롭거나 어렵게 하는 것은 대부분 그 외의 것들이다. 일의 전후 관계 파악하기, 회사 조직의 가로 세로 방향으로 연결된 주요 인물들 연결하기,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구와 어떻게 협력할지를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일이 되게끔 영향력 행사하기 등등.

안타까운 것은 많은 사람들, 특히 경험이 적은 직원일수록 회사 일을 거꾸로 한다는 거다.

단순한 문제를 복잡하게 접근하고, 다각도로 신경 써야 하는 사람 간의 관계는 아예 접어두거나 회피한다. '정치질'이라는 레이블을 붙여서 이를 폄하하기도 하는데, 개인의 이익이 아니라 회사의 이익을 위한 영향력 행사는 꼭 필요하다. 그걸 정치라고 하느냐, 리더십이라고 하느냐는 뭐 말하기 나름이다.




나는 "내가 일하는 방식"의 연속선으로 아래 슬라이드를 띄웠다.


첫째, 일을 단순하게 할 것.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해서 그 일의 가치가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보자.

1. 혁신은 대단한 테크놀로지로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무엇이든 새롭고 쓸모 있는 것을 내놓으면 그게 혁신이다. 지금 여러분들이 연구소에서, 또는 각 지사의 마케팅 팀에서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새롭고 (new to the world) 쓸모 있는 (useful for users) 결과물을 내놓을 목적이 아니라면 모두 중단하고 다시 시작하기 바란다.

2. 매출을 키우는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수량의 제품을 판매하거나, 판매 가격을 올리는 것뿐이다. 매출 성장 기획안을 위해 10페이지짜리 시장분석자료를 만들 필요가 없다. 본질에 집중하시라.


둘째, 100명의 100가지 천재성을 모아 천재 집단 만들기.

사실 '천재'라는 번역이 딱 맞는 것 같지는 않다. 하고 싶었던 말은 서로 함부로 평가하지 말고, 나랑 비슷한 사람들이랑만 어울리려 하지 말고, 다양성을 통해 더 강한 팀이 되자는 말이다.

나랑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어 하는 건 인종과 문화를 떠난 사람의 본성인 것 같다. 척하면 어 하는 유대감을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수백 명이 모여서 수백만 명의 글로벌 소비자를 상대하는 조직에서 끼리끼리 문화는 독이 된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고유한 재능이 틀림없이 있다. 이걸 찾아내서 서로서로 연결하면 우리는 최강의 조직이 될 것이다. (Inspired by Collective Genius by Linda Hill)



새삼 내가 지금 여기서 금발의 푸른 눈의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지난 7년간 네덜란드에서 몇 단계의 승진을 거치는 동안 "회사의 다양성 정책 덕분에 얻어걸린 행운"이라는 소리를 앞에서도 뒤에서도 종종 들었다.

처음엔 나의 노력과 능력이 폄하되는 것 같아 화가 나고 서러워서 울기도 했다.

지금은 "나는 동양인이고 여성이니 마이너리티 minority 스코어가 무려 더블이다.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시라"로 농을 치는 수준이 되었다.


'불가능이란 없다' 이런 말을 하려는 건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일하는 조직이 어떻게 근사한 성과 집단이 될 수 있는지 말이 아닌 결과로 보여주고 싶다.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얻어서 기쁘다.


To be continued...






(대문이미지: Credit: xtock / Shutterstock.com ©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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