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주말이 좋은데, 스페인도 주말이 좋다. 그래도 경기시간이 이르게 잡혀있어 ‘출근(?)’ 시간이 빨라졌다. 평소와 똑같이 1시간 정도 걸리니까 1시간 30분 전에 숙소에서 나왔다. 그런데, ‘아차’ 싶었다. 한국도 주말에는 버스 배차간격이 거 길어지는데, 그걸 생각 못했다. 구글맵에서 보니까 곧 버스가 온다고 하는데, 어떨 때는 정확한데, 또 어떨 때는 너무 달랐지만 그래도 믿고 기다렸다. 그래도 안 왔다. 빠르게 검색해서 다른 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다행히, 경기 시작 전에 도착했다. U10팀이 어디 있는지 찾아봤는데 내가 좋아하는 ‘리치’ 감독이 저기서 ‘디에고!’하며 불렀다. 오늘도 마드리드는 어김없이 비가 온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아이들이 파이팅이 넘친다. 리치감독님은 경기만 신경 쓰는 것 같다.
양 팀이 모여 사진촬영을 했다. ‘이건 어디에 게시되는 거지? ㅎㅎ’ 나도 얼떨결에 함께 찍었다. 스페인의 참 좋은 문화라고 생각하는 것이 양 팀의 모든 사람들과 심판까지도 서로 인사를 한다. 인사를 하는 방법은 ‘하이파이브’ 형태인데, 손을 ‘쫙’ 소리 나게 친다기보다 한쪽이 손을 내밀면서 다가가고 한쪽도 손을 내밀면서 살짝 포개서 맞잡는다.
아무튼, 스페인의 좋은 문화에 감탄하고 있는데 경기가 시작됐다. 비도 오고 날씨도 춥고 해서 쉽지 않은 경기가 예상된다. 사실, 어제 팀에 합류했던 터라 누구누구인지도 모르고 아이들이 조금은 낯설기도 하다. 그래도 내가 지도했던 연령대라 금방 아이들이 편하게 느껴졌다.
경기 시작되고 뭔가 경기가 잘 안 풀리는 느낌이었다. 거기다가, 어이없게 상대에게 골을 먹혔다.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도 있는 상황. 리치감독님께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이때는 통역이 없어서 어떤 말씀인지는 몰랐지만 ‘힘내라’고 파이팅 쳐주신 것 아닌가 싶다. ‘파이팅 덕분이었을까’ 아이들이 기어코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또 한골을 만들어내고 전반전을 마쳤다. 상대도 득점기회가 있었지만 살리지 못했다. 후반전은 일방적 경기가 진행됐다. Las Rozas U 10팀이 무려 4골을 더 추가로 넣었다.
드디어, 리치 감독님의 얼굴에도 웃음꽃이 피었다. 골을 너무 많이 먹혀 속상했던 상대팀 골커피 아이는 무어라고 말했는지 심판에게 경고를 받았다. 곧이어 경기가 끝났고 리치는 가장 먼저 상대팀 골키퍼에게 가서 다정하게 뭐라고 말해줬다. 리치가 참 본받을만한 구석이 많은 게 경기 중 상대팀 아이가 축구화끈이 풀렸는데, 가장 먼저 달려가서 축구화 끈을 묶어 주었다. 존경스러운 순간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무사하게 경기는 잘 마쳤다.
라커룸으로 향한 선수단. 라커룸에 선수들이 모이자 리치가 "Diego 텔리스만"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탈리스만'이 행운의 부적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온 뒤, 승리를 해서 기분이 좋아서 한말이겠거니 했다.
리치에게 오늘 경기에서는 뭐가 중요했어?라고 물었다. 리치는 ‘Pass the ball’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last game was complicated’라고 했다. 패스가 잘 안 풀려서 경기가 복잡했는지 뭔지는 모르겠는데 아무래도 내가 경기 시작 10여 분간 지켜본 모습 같은 느낌 아닐까 싶다. 뭔가 풀리지 않는 답답함. 그래서 리치는 아이들이 패스를 하려고 하고 패스가 잘 돼야 경기가 복잡해지지 않는다고 표현한 것 아닐까 싶다.
이제, 다음주에 아이들을 또 만나는데 ‘마린’이라는 아이가 참 귀엽다. 한국에서는 특정 친구한테 표현하면 안 됐는데 지금은 실습기간이니까 마구마구 표현하고 싶다.
Marin아 넌 왜 이렇게 귀여운 거니. 아, 마린이 귀여운 이유는 외모고 그렇지만, 첫날 날 만났는데 자꾸 나한테 ‘알까기’를 시전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누군지도 몰랐다가 어이가 없어서 날 웃게 만들었다. 월요일 마린 만나면 알까기 해봐야겠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