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 청승으로 이 지랄 하는지 모리것다.”
새벽같이 위채로 올라오며 아침 준비를 하는 며느리가 신경이 쓰여 하는 말이었다.
어제 저녁밥을 먹고 아래채로 내려가 벗기기 시작한 머윗대 껍질 벗기는 일을 늦은 밤까지 마무리 못 해 방문 앞에 밀쳐두고 잠시 눈을 붙였나 싶었는데 아무래도 깊은 잠이 들지 않아 새벽부터 일어나 남은 머윗대를 마저 벗기고 아침을 맞았다.
오월의 끝이지만 아침 기운은 벌써 한여름이다.
고구마를 좋아하는 고성띠를 위해 며느리가 구워놓은 고구마 한 개를 찬물 한 모금으로 억지로 밀어 내리고 일어섰다. ‘코로나’라 카는 얄궂다 못해 방정시런 그 병 때문에 매일 두어 번 다니던 완행버스도 끊어진 지 한참 되었다. 읍내서 오는 버스가 있긴 하지만 시간 맞추기가 예삿일이 아니다.
새벽부터 움직여 단도리해놓은 장거리인데, 버스를 놓치면 다음까지 서너 시간을 기다려야 하기에 서둘러 나가는 고성띠의 마음이 바빠졌다.
아까 먹었던 고구마가 넘어가다 걸렸는지 가슴이 답답했다.
“늙어진께네 목구녕도 쫍아지는 갑더라.”
묻지도 않은 대답을 하고는 마당을 나선다.
보따리에 싼 스텐 다라이 속에 껍질 벗긴 머윗대가 장 보는 리어카에 가득 실린 채 고성띠 나오기만을 기다린다. 아침 일찍 소마구에 내려간 아들과 마주칠까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걸음걸이도 시원찮은데 장에 가는 것이 못마땅한 아들이 고성띠에게 매번 걸림돌이다.
지난번, 장에서는 만오천 원을 받았다. 왕복 차비를 제하고도 만원이 남았으니 크게 수지맞는 장사는 아니어도 해볼 만한 장사다.
사립 밖만 나가면 다니는 길에, 밭 가에, 산에도, 낮은 언덕에도, 집 뒤란에도 온통 돈을 만들어낼 것투성이다. 눈만 크게 뜨고 고개만 돌려도 천지 삐까리로 널렸는데, 그걸 발견하지 못하는 영감님 생각만 하면 화가 난다. 앞만 쳐다보고 걷는다고 짜증을 냈다.
“망할 영감탱이… 땅을 파봐라. 십 원짜리 하나 나오는강. 자슥이 많아 돈을 줄 것도 아이고 내 손이 효자라.”
오늘도 그녀에게는 변하지 않는 돈벌이에 대한 완고한 신념이 있다.
버스 올 때가 가까워질수록 기다리고 앉은 고성띠의 주름진 얼굴이 점점 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