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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옥 Oct 11. 2024

한동안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모두의 성공] 7번의 실패로 만든 작은 성공


오래 엎드려 있던 새는 반드시 높게 날고, 먼저 핀 꽃은 홀로 일찍 떨어진다. 삶에도 이런 이치를 알면 가히 발을 헛디딜 근심을 면할 수 있고, 가히 초조한 생각을 없앨 수 있다. - 채근담 -     

 


     

" 대표님 축하 드립니다 "


전화를 받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 차마 나라장터의 입찰결과를 보지 못했다. 오늘 아침 10시 면 결과가 올라올 거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동안 수많은 실패를 겪으며 마음과 몸이 단련되었음에도 차마, 내 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 결과가 너무 두렵기 때문이다.     


전화가 오지 않았다면, 한 동안 나는 마음만 애태우고 있었을 것이다. 회사를 창업하고 7번의 계속되는 실패가 나의 강심장을 쪼그라들게 만들었다. 그 어느 때보다 열정을 다하고, 최선을 다 했음에도 결과는 여전히 비참했다. 어느 때는 나의 역량과 경험에 대해 의심도 했다. 나의 한계인가? 이젠 안 되는 건가?    

 

올해로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기회를 잡기 위해 난 어제 대전으로 향했다. 한글날 휴일인 전 날에도 나는 하루종일 발표준비를 하였다. 그동안 발표를 하는 사람들을 앞에 세우고 지적질만 하던 내가 자발적으로 발표를 시작한 지 8번째이다. 제안발표는 강연과 다르고, 3자가 되어 지적질하는 것과는 또 다르다. 또한 온라인으로 발표하는 것과 오프라인으로 발표하는 것은 더더욱 다르다. 마치 스크린과 필드에서 골프를 하는 차이만큼이나 다르다. 어제는 오프라인 발표였다. 일행과 함께 발표 30분 전에 도착해 대기실에 있는데,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준비한 시나리오도 생각나지 않고, 마음은 떨어진 낙엽마냥 쓸쓸한 거리를 헤매이고 있었다.  

    

발표 10분을 앞두고 화장실에서 넥타이를 메는 손이 가녀리게 떨리고 있었다. 수많은 강연을 했지만, 이렇게 손이 떨리고 마음이 진정 안되는 경우는 없었다. 가슴을 붙잡고 겨우 마음을 진정시켜 발표장에 들어갔다. 발표장에는 미리 대기하고 있던 심사위원 7명과 배석자 3명 등 10명이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바짝 마른 입술도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나에게 주어진 발표시간은 15분이다. 40장에 달하는 파워포인트 장표를 압축하여 핵심만 이야기 해야 한다. 준비된 시나리오로 발표하지 않고, 헤매기 시작하면 시간 내에 마칠 수 없다. 

     

제안발표는 주어진 시간 안에 임팩트있는 차별성을 보여야 하기에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절대 외워서도 안된다. 달달달 반복 연습하여 외우면 좋겠지만, 발표 현장에 가면 분위기에 압도하여 외운 것을 잠깐 까먹을 수 있다. 까먹는 순간, 머리는 하해지고, 당황하여 버퍼가 걸릴 수 있다. 그래서 외우긴 하데 키워드 중심으로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또한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수없는 반복 연습을 해야 한다. 프리젠테이션의 달인인 스티브 잡스도 발표 하기 전에 수없이 연습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시작하는 첫 멘트가 중요하다. 다행히 준비한 대로 시작은 잘 되었다. 목소리 높이도 적당하고 톤도 괜찮았다. 하지만, 10장이 넘어가는 중간 입안이 바짝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고질적인 병이다. 강연할 때는 괜찮은 데 발표만 하게 되면, 긴장을 해서 그런지 입속이 바짝 마르는 고질병이 있다. 다행히 생수병을 준비하여 급한대로 발표 중 입을 축이고 했다. 그 이후로는 입속이 마르는 일은 없었다. 그래서 순조롭게 준비한 대로 발표를 시간 내에 무사히 마쳤다.      


발표 후에는 질의응답 시간 15분이 주어진다. 심사위원들이 질문을 시작한다. 이 또한 미리 예상질문을 만들어 준비하지만, 현장에서는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상하기 힘들다. 첫 질문부터 난항에 부딪혔다. 발표자료에 없고 제안서에 있는 질문을 한 것이다. 버벅거리고 있는데, 심사위원장의 배려로 제안서 복사본이 나에게 전달되었다. 응기응변으로 제안서에 내용을 하나하나 아는 범위에서 설명을 하고 겨우 넘어갔다. 다음 질문은 좀 더 기술적인 내용이다. 사업책임자인 내가 간단한 답변을 하고 배석한 실무 책임자에게 답변을 대신 요청하였다. 오픈라인 발표는 이런 강점이 있다. 온라인 발표는 오로지 발표자 혼자 질의응답까지 해결해야하지만, 오프라인 발표는 배석하는 사람이 대신 대답할 수 있는 유도리가 있다.      

  

주어진 시간보다 10분가량 추가될 정도로 질의응답 시간이 길어졌다. 질의응답이 많다는 것은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요소가 많다. 그만큼 심사위원들의 관심이 높다는 이유이다. 하지만 경쟁이 있는 사업은 수많은 변수가 작용함에 따라 안심할 수 없다. 그동안 실패를 거듭한 것도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한 체 결과에 승복해야만 했다. 아직도 난 정확한 이유를 찾지 못한 채 다른 사업을 계속 도전하고 있다. 이제는 굳이 원인을 분석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안다.       


발표를 무사히 마치고 일행과 함께 올라오는 길에 경쟁업체가 궁금하여 이번 사업을 기획한 업체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뜻밖의 소식을 들었다. 경쟁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다는 문자를 고객으로부터 받았다는 것이다. 아~~! 순간 하늘이 노랗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마침 올라오는 길에 비가 온 이후라 하늘 저 멀리 무지개가 올라오는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이번엔 수주하나보다 하고 기뻐하고 있었는데, 예상치 못한 소식을 듣고 마음은 다시 무너졌다. 이번에도 또 안 되는 건가? 결과발표는 다음 날 아침에 하는 것으로 알고 있음에도, 미리 알 수있는 방법은 있기에, 난 그 말을 반심 반의하며 깊은 상처로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나와 일행은 정식 결과발표를 기다려보자는 입장이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 7시 넘어 도착한 분당에서 술 한잔 하지 않으면 맨 정신으로 집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술맛나지 않는 술을 먹으며 애써 태연해보려는 노력이 너무 가련해 보였다. 내 삶에 이런 나약한 모습이 몇차례나 있었단 말인가? 겨우 2억짜리 사업에 안절부절 못하는 내 모습이 싫었다. 길고 긴 하루가 그렇게 마무리 되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눈을 뜬 다음날 아침, 난 마음을 다 잡고, 또 다시 도서관을 찾았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마음을 추스르는데 책만큼 위로가 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신간서적 코너에서 내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채근담’이 맞이해 주었다. 동양 최고의 지혜서이자 처세와 수신의 명고전인 ‘채근담’은 어록 하나 하나를 되씹어 음미하며 세상을 바로 살도록 하는 길잡이기 되어준다.      


그렇게 짧은 어록 하나하나가 나의 마음을 위로해 주고 힘이 되어 주었다. 이번에도 어떤 결과로 다가오더라도 담대하게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그런 나에게 ‘대표님 축하드립니다’란 전화 한 통화가 나를 한 동안 눈물 흘리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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