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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 인생을 어떻게 재미있게 살 수 있을까?

취미의 중요성에 대하여

by 이상옥
취미05-1.jpg [자건거 한강일주 중 맞이한 한강의 노을]


이 세상은 비극적이거나 희극적인 것, 영웅적이거나 기괴하고 놀라운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이 보여 주는 이 대단한 볼거리에 흥미를 갖지 못하는 사람은 삶이 베푸는 특전 중 하나를 잃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 버트런드 러셀 / 영국 철학자 -




오랜만에 휴가를 맞이하면 어떻게 보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평소 일만 하다가 재미있게 살아본 기억이 별로 없는 사람들은 시간이 주어져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 따로 특별히 갈 곳도 없다. 평소 집, 회사 그리고 한정된 몇 군데에만 오가는 사람들에게 낯선 곳으로 여행은 환상적인 계획이 된다. 나 또한 그런 삶을 살았다. 매일 아침 눈이 뜨자 마자, 가벼운 세수와 함께 새벽에 출근길에 오른다. 어느 직장이든 회사 근처 헬스클럽은 꼭 있어야 했다. 가벼운 스트레칭, 필요한 부문의 근력운동으로 40분 정도 소화하면 샤워를 하고 사무실 출근 그리고 하루종일 업무에 시달린다. 저녁엔 9시 전에 퇴근하는 경우가 거의없다. 점심과 저녁을 회사에서 해결하고 집에 들어가면 씻고 잠을 청하기 바쁘다. 유일하게 즐기는 취미는 잠자기 전에 하는 게임이 전부였다.


그런 시간을 20년 넘게 하다 보면 자연스레 루틴한 일상에 매몰된다. 집과 회사를 오가는 일이 반복될수록 삶의 질은 떨어지고, 나에게 여행과 취미같은 생활은 딴 세상 이야기가 된다. 남들은 휴가철을 맞이하여 식구들과 동해를 간다, 제주도를 간다, 아니면 가까운 일본으로 간다고 자랑질을 할 때도, 집에서 편하게 쉬면 되지 왜 힘들게 돈들여 그리 멀리 갔다오려하는가? 오가며 막히는 도로는 어떻게 하려고.. 짜증이 더 날 텐데... 밖에 나가는 대신 집에서 휴식한다고 쉬는 경우가 많다. 그나마 몇일 쉬는 것도 지겨워 사무실에 출근도 한다.

사실 나에게는 학창시절부터 즐기던 취미가 있다. 음악감상이다. 중학교 때부터 즐겨듣던 팝송이 취미가 되어 LP판을 모으기 시작했다. 용돈이 생기면 틈나는대로 동네 레코드 가게를 통해 하나 둘 사 모으기 시작했다. 신촌에 있던 ‘몽마’라는 레코드 가게는 나의 단골이 되었다. 취업을 하고 내 스스로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는 LP판에서 오디오로 옮겨갔다. 보너스로 목돈이 생길때면 청계천이나 용산 전자상가로 달려갔다. 스피커를 사 들이고, 앰프를 사고, 제법 모양새를 갖추고 수집된 LP판을 하나 둘 듣는 재미는 최고의 취미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취미생활도 바쁜 회사일로 한동안 묻혀버렸다.


취미04-1.jpg [LP판으로 듣는 70년대 팝송은 여전히 감동이다]


그런 생활에서 해방되기 시작한 것이 작년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준비하던 때부터다. 주인된 삶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월급을 받으며 누군가에게 얽매여 산다는 것으로부터 해방된다는 느낌을 피부로 느끼기 시작하였다. 자연스레 묵혀있었던 취미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하였다. 오디오 기기의 연결된 선을 점검하고, 스피커의 상태를 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계획에만 있었던 남도여행을 실행에 옮겼다. 무안의 갯벌을 시작으로 염전과 퍼플섬으로 유명한 신안, 영원한 항구도시 목포, 시인 김영랑의 강진, 조선시대 최고의 별서 소쇄원이 있는 담양, 백수 해안도로가 아름다운 함평, 장보고의 완도, 어머니의 고향 화순 등등 우리의 남도는 어느 한 곳도 마음에 담기에 부족함이 없다. 아름다운 우리 강산 무수한 세월을 살다 간 선조들의 혼과 얼이 담겨 있는 정겨운 땅을 밟을 때마다 감격과 아쉬움이 혼재된다. 아름다움에 감격하고 뒤늦게 만끽하게 됨에 아쉬움이 남는다.


소쇄원01-1.jpg [담양의 소쇄원은 조선시대 최고의 별장이다]


은퇴 후 자유로운 시간을 얻게 되었다면, 이때를 어떻게 보내면 좋을까? 새로운 취미라도 가져보고 싶지만 체력이나 경제적인 면을 생각하면 선뜻 손을 뻗지 못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그의 저서 ‘행복의 정복’에서 행복해지는 중요한 방법의 하나로 취미를 들었다.


러셀의 취미는 강에서 배를 타는 것이었다. 그는 세계의 유수의 강에서 배를 타는 일에 기쁨을 느꼈다고 한다. 그래서 강에서 배를 타고 오르내리는 경험을 수집했다. 러셀은 어느 수학자의 우편 수집을 예를 들어 설명하였는데, 그 수학자는 연구가 막힐 때마다 우편 수집에 시간을 쏟았다고 한다.


취미는 일이나 인생이 뜻한 대로 흘러가지 않을 때 느끼는 괴로움을 희석시키고 삶의 고통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해방구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열중할 수 있는 일이 있고 다양한 취미가 있으면 인생은 풍요로워지고 행복의 강도는 그만큼 커진다. 러셀은 그러한 취미를 ‘사심 없는 흥미’라고 표현했다.


‘사심없는 흥미’는 본업 혹은 이익을 목적으로 하지 않은 분야에서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을 의미한다. 취미는 그냥 즐기는 것이면 된다. 직업이 취미가 되면 안된다. 일은 일일뿐, 취미는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에서 흥미를 만들어내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일과 관계하지 않은 취미를 가져야 비로소 효용이 생긴다. 러셀은 취미의 효용을 세 가지로 말했다.


첫 번째는 ‘기분 전환’이 되는 것이다. 평소 긴장을 놓치지 못하는 일과 전혀 상관없는 것을 하면, 하룻밤 축자고 난 후의 느끼는 효능감이 있다.


두 번째는 ‘균형 감각’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것은 주로 일과 관련되어 있다. 우리는 때로 일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일중독에 걸리기 쉬운 성실한 사람들은 일을 마치 인생의 전부로 여기고 한다. 본인이 자각했을 즈음에는 이미 과로 상태가 된 이후이다.


세 번째는 ‘슬픔을 희석’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슬픔에 잠겨있을 때 무엇인가 자신의 기분을 외부로 향하게 할 취미가 있으면 마음의 균형을 잡는 것이 가능해진다. 러셀은 취미를 가지는 일을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로 보았다. 인간은 연약한 생명체이므로 괴로움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서는 취미뿐 아니라 어떠한 계기가 필요하다.


취미03-1.jpg [일하는 공간이 이런 곳이라면 피곤한 일은 없겠다]


러셀은 인간이 어떠한 문제로부터 헤어나오지 못하는 상태를 제일 경계하였다. 바깥으로 눈을 돌리지 못하고 자기 생각 속에 빠지는 상황, 즉 ‘자기도취’에 빠지는 상태를 가장 불행한 원인으로 보았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아도취같은 주관점에서 객관적으로 사는 삶이 필요하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취미이다. 따라서 취미는 지극히 객관적인 관심의 표현이다. 타인의 관심에 맞추는 것이 아닌 자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솟아오르는, 정말 하고 싶은 것이나 알고 싶은 것을 향한 관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취미란 찾아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취미를 찾고자 노력하는 데, 그렇게 해서 찾는 것은 진정한 취미라 할 수 없다. 오히려 어떤 것을 좋아하는 마음이 커져서 결과적으로 취미가 되는 것이다. 집중할 수 있으려면 결국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어야 한다. 이것이 곧 진정한 의미의 ‘객관적 관심’이라고 할 수 있다.





취미는 인생의 후반에 접어드는 사람 그리고 이미 인생의 후반기를 맞은 사람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왜냐하면 인생의 후반에 다다를수록 자연스럽게 일보다 취미의 비중이 커지기 때문이다. 평생 현역으로 일한다고 해도 일에 쏟는 시간이나 에너지의 비율은 젊었을 때보다 줄어들기 마련이다. 일보다 건강이나 행복을 더 생각하게 된 나이에서 취미에 쏟는 시간이나 에너지는 필연적으로 늘어난다. 그럴 때 갑자기 취미를 가지려고 하면 이미 늦는다. 그러니 은퇴하기 전부터 미리 준비를 해 두는 편이 좋다.


또한 가능하면 취미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혼자 즐길 수 있는 것부터 부부와 같이 할 수 있는 것, 친구와 같이 할 수 있는 것, 불특정 다수와 같이 할 수 있는 것 등등 즐길 수 있는 취미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왜냐하면 하고 싶은 취미 중에는 건강이나 여건이 안 맞아 계속 즐길 수 없게 될 위험성도 있기 때문이다. 명심할 것은 취미는 행복한 삶을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항상 행복이 목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 즐기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취미에 지나치게 빠져들어서 균형이 무너지면 안 하느니만 못한 일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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