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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이 Jun 05. 2024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재능

오래전에 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에 이런 대사가 나온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 느낄 수 있는 게 행복하다." 자세한 영화 속 상황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 대사만큼은 오랫동안 내 마음을 붙들었다. 그리고 요즘, 자연의 아름다움을 관찰하고 있으면 참 행복하다고 느낀다. 미세먼지 없이 파랗고 깨끗한 하늘, 햇볕이 드는 곳으로만 가도 느껴지는 따스함, 때를 알고 성실하게 잎을 내고 열매를 맺는 식물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요즘의 행복을 곱씹다 보면 '아, 행복은 언젠가 이루는 꿈같은 것이 아니라 발견하는 사람의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행복을 먼 미래에 성취해야 하는 막연한 것으로 생각하며 살았을 때는 계절의 변화도 모른 채 살았다. 현실감이 없는 소리지만 이런 말을 마음속으로 내뱉은 적이 많았다. 날씨가 추울 때면 '너무 추운데 지금이 겨울인가? 아니 아직 겨울은 아닌가?' 너무 더울 때는 '잠깐, 지금이 무슨 계절이길래 이렇게 덥지?' 하고 계절을 부러 떠올려봐야 했다. 지금이 무슨 계절인지, 날씨는 어떤지, 자연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관심도 없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럴 때면 허탈하게 웃었다. 지금이 무슨 계절인지도 모른 채 살고 있다니.


다행히도 내 곁에는 그때그때의 행복을 발견하는데 재능을 가진 남편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문을 활짝 열고 날씨를 살피고 감탄할 줄 아는 사람, 지나가다 우연히 맡은 아카시아향에 행복해하는 사람, 늦은 밤이 되면 맹꽁이소리를 듣고 신기해하는 사람이다. 그런 남편을 보고 있으면 나까지 행복해지는 기분이다. 남편 덕에 몰랐던 행복을 알아차리게 된다. 마음 챙김 명상을 배우고 있는 나지만, 남편이야말로 일상에서 알아차림을 실천하는 명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느낀다.


행복은 언젠가 목표하는 뭔가를 이루고 소유하면 얻을 수 있는, 당장은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들만이 부지런히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 느낄 수 있는 재능을 갖고 싶다.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다고 말한 귀여운 곰돌이 푸가 현자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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